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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물건

유품정리사가 가져온 손목시계, 그 멈춘 시각마다 집안이 조용해진다

무연고 사망 현장을 정리하던 유품정리사가 고인의 사망 추정 시각에 멈춘 손목시계를 발견한다. 시계를 집에 들인 뒤부터, 매일 그 시각이 되면 온 집 안의 시계가 똑같이 멈추고 정적이 흐른다.

2026년 08월 16일 visibility 1,152 조회 NEW
유품정리사가 가져온 손목시계, 그 멈춘 시각마다 집안이 조용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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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고 사망 현장에서

이수강 씨(가명, 39세)는 5년째 유품정리사로 일하고 있다. 고독사나 무연고 사망 현장을 정리하는 일. 처음엔 낯설던 냄새와 정적도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그는 말한다.

그날 그가 맡은 현장은 방 두 칸짜리 다세대주택이었다. 고인은 60대 남성으로, 발견되기까지 보름 가까이 걸렸다고 했다. 문을 열자 익숙한 냄새가 훅 끼쳤다. 이수강 씨는 마스크를 고쳐 쓰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거실 바닥, 고인이 마지막으로 있었던 자리에는 표시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그 옆에서 이수강 씨는 손목시계 하나를 발견했다. 낡은 가죽 밴드에, 유리 표면이 뿌옇게 흐려진 손목시계였다.

시곗바늘은 4시 17분에 멈춰 있었다.

나중에 확인한 기록에는, 고인의 사망 추정 시각이 새벽 4시에서 5시 사이라고 적혀 있었다.

손에서 끝까지 놓지 않은 것

시신은 이미 옮겨진 뒤였지만, 현장에 남아 있던 동료가 지나가듯 말했다. 발견 당시 고인의 손이 시계를 너무 꽉 쥐고 있어서, 손가락을 하나씩 펴야만 했다고.

시계 뒷면에는 작은 흠집들이 빼곡했다. 얼핏 보면 그냥 낡아서 생긴 자국 같았지만, 자세히 보면 일정한 간격으로 그어진 짧은 선들이었다. 마치 무언가를 세고 있었던 것처럼.

무연고 사망자의 유품은 대부분 인수자가 없으면 폐기되거나 소각된다. 시계 역시 특별한 값어치는 없어 보였다. 원칙대로라면 다른 물건들과 함께 처리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수강 씨는 그 시계를 처리함에 넣지 않았다. 정확히 왜 그랬는지는 그 자신도 설명하지 못한다. 그저 "그 시계만은 그냥 버릴 수 없었다"고만 말했다.

새벽 4시 17분마다

집으로 가져온 시계는 서랍 안에 넣어두었다. 언젠가 처분할 생각이었다. 이상한 일이 시작된 건 그로부터 사흘째 되던 밤이었다.

이수강 씨는 거실 소파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가 눈을 떴다. 벽시계를 봤다. 새벽 4시 17분.

그 순간, 벽시계 초침이 멈춰 있었다.

몇 초쯤 지났을까. 초침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수강 씨는 건전지가 떨어져 가나 보다 생각하며 다시 잠을 청했다.

다음 날 밤, 같은 시각. 이번엔 휴대폰 화면의 초 단위 표시가 그대로 멈춰 있었다. 4시 17분에서, 정확히 4시 17분에서.

그리고 며칠 뒤부터는, 집 안의 모든 소리가 그 시각에 사라졌다. 냉장고 모터 소리, 창밖 자동차 소리, 심지어 자신의 숨소리마저 아득하게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멈춰야 할 시계에서 들려온 소리

정적은 매일 조금씩 길어졌다. 처음엔 2, 3초였던 것이, 일주일이 지나자 거의 10초 가까이 이어졌다.

그리고 어느 밤, 이수강 씨는 서랍 속에 넣어둔 시계에서 소리가 난다는 것을 알아챘다.

째깍. 째깍. 째깍.

분명 멈춰 있는 시계였다. 유리는 깨져 있었고, 태엽도 감기지 않았다. 수리를 맡기지 않는 한 다시 움직일 리 없는 물건이었다.

이수강 씨는 서랍을 열었다. 초침은 그대로 4시 17분에 멈춰 있었다. 그런데도 소리는 분명 그 서랍 안에서 나고 있었다.

째깍 소리는 이수강 씨가 서랍 앞에 다가설수록 점점 커졌다.

그는 손을 뻗어 시계를 집어 들었다. 순간, 소리가 뚝 끊겼다. 그리고 그 정적 속에서, 이수강 씨는 자신의 심장 박동이 한 박자 늦게 뛰는 것을 느꼈다.

마치 심장도, 잠시 멈췄다 다시 뛰는 것처럼.

왜 그는 끝까지 시계를 놓지 않았을까

이수강 씨는 그 뒤로 시계를 처분하려 여러 번 시도했다. 중고 시계방에 가져가기도 했고, 쓰레기봉투에 넣어 내놓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런저런 이유로 시계는 다시 그의 손에 돌아왔다. 시계방 주인이 값을 안 쳐준다며 돌려주거나, 내놓은 봉투를 다음 날 아침 자신도 모르게 다시 주워 온 것 같은 기억이 흐릿하게 남았다.

정확히 왜 그런지, 이수강 씨는 지금도 알지 못한다.

그는 가끔 생각한다. 고인은 왜 죽는 순간까지 그 시계를 손에서 놓지 않았을까. 뒷면에 새겨진 그 짧은 선들은 대체 무엇을 세고 있었던 걸까. 4시 17분이라는 시각에는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이수강 씨는 지금도 그 시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매일 새벽 4시 17분이 되면, 집 안은 몇 초간 완전한 정적에 빠진다.

그는 이제 그 시간이 되면 일부러 깨어 있는다. 정적이 얼마나 길어지는지, 매일 몇 초씩 늘어나는지 세어보기 위해서다.

지난주에는 정적이 17초까지 이어졌다.

이수강 씨는 그 숫자가 언젠가, 자신도 모르는 어떤 시각과 맞아떨어질까 봐 두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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