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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포 유형: 의식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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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실패

철거 전 태워야 했던 아홉 개의 위패, 다섯 번째를 건너뛰자 들려온 목소리

재건축을 앞둔 낡은 신당집을 정리하던 철거 인부 두 사람. 아홉 개의 위패 중 하나를 알아보지 못해 순서를 건너뛰고 태우자, 마당에서 누군가 대신 다섯을 불렀다.

2026년 09월 11일 visibility 3,527 조회 NEW
철거 전 태워야 했던 아홉 개의 위패, 다섯 번째를 건너뛰자 들려온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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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전 마지막 정리

박정훈 씨(가명, 29세)는 이삿짐센터에서 소개받은 단기 철거 보조 일을 하고 있었다. 이번 일감은 경기도 외곽 야산 자락에 있는 낡은 한옥 한 채를 정리하는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신을 모시던 집"으로 불리던 곳이었다.

이 집에 혼자 살던 노년의 여성은 몇 달 전 세상을 떠났고, 자식도 친척도 나서지 않아 집은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재건축 계획에 따라 다음 날 아침이면 포클레인이 들어올 예정이었고, 그 전에 집 안의 물건을 모두 빼내야 했다.

현장을 맡은 최두식 씨(가명, 48세)는 이런 일을 십수 년째 해 온 베테랑이었다. 그는 문을 열자마자 훅 끼쳐오는 곰팡이와 먼지 냄새에 코를 찡그리며 "그냥 오래된 창고 정리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아홉 개의 위패와 낡은 쪽지

집 뒤편, 부엌과 이어진 작은 방에 들어섰을 때 두 사람은 걸음을 멈췄다. 다른 방보다 유독 공기가 서늘했다. 벽 한쪽에 낮은 제단이 놓여 있었고, 그 위로 향이 다 타버린 재가 소복이 쌓여 있었다.

제단 옆 나무판 벽에는 손바닥만 한 나무 위패 아홉 개가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위패마다 옛 한자 숫자가 하나씩 새겨져 있었다.

제단 아래 서랍에서 누렇게 바랜 종이 한 장이 나왔다. 글씨는 반쯤 지워지고 얼룩져 있었지만, 알아볼 수 있는 부분은 이러했다.

"이 집을 허물게 되거든, 이 위패들을 마당에서 하나부터 아홉까지, 순서대로 태워 보내드려야 합니다. 태울 때마다 숫자를 소리 내어 부르시고, 절대 건너뛰지 마세요."

그 아래에는 글자가 번져 잘 보이지 않는 한 줄이 더 있었지만, 두 사람 다 굳이 신경 쓰지 않았다.

순서대로, 절대 건너뛰지 말 것

위패를 하나씩 정리하던 최두식 씨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여덟 개는 숫자가 또렷했다 — 일, 이, 삼, 사, 육, 칠, 팔, 구. 그런데 '오'에 해당하는 위패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방 한쪽 구석에 그을음이 짙게 눌어붙어 숫자를 전혀 알아볼 수 없는 나무패 하나가 따로 놓여 있었다. 두 사람은 그것이 낡아서 못 쓰게 된 예비용 나무판이라고 생각하고 한쪽에 치워두었다.

"다섯 번째는 없나 보네. 오래돼서 없어졌나 보지."

최두식 씨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해는 이미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이튿날 아침 일찍 장비가 들어오기로 되어 있었다. 두 사람은 남은 여덟 개만 챙겨 마당으로 나갔다.

사라진 다섯 번째

마당 한편에는 이전부터 쓰던 낡은 철제 드럼통이 있었다. 최두식 씨가 라이터로 불을 붙이자 드럼통 안에서 금세 불길이 치솟았다.

두 사람은 쪽지에 적힌 대로 위패를 하나씩 불 속에 넣으며 숫자를 소리 내어 불렀다.

"일." "이." "삼." "사."

다음 위패를 집어 든 최두식 씨가 별생각 없이 이어 말했다.

"육."

그 순간, 바람이 뚝 멈췄다. 마당을 채우던 풀벌레 울음소리도, 저 멀리서 들리던 개 짖는 소리도 일제히 그쳤다.

마당에서 들려온 목소리

침묵 속에서, 두 사람의 것이 아닌 낮고 갈라진 목소리가 아주 가까이서 속삭였다.

"…오."

박정훈 씨는 등줄기가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최두식 씨의 얼굴도 하얗게 질려 있었다. 소리는 분명 마당이 아니라, 두 사람이 방금 나온 그 방 쪽에서 들려온 것 같았다.

박정훈 씨는 홀린 듯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구석에 치워둔, 그을음투성이라 숫자를 읽을 수 없던 그 나무패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그 표면 한쪽이 방금 불에 데인 것처럼 검게 그을려 있었다. 손을 대자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그을음을 문질러 닦아내자, 나무 결 속에서 마치 안쪽에서부터 타들어 간 것처럼 선명한 숫자가 드러났다.

五.

다섯이었다.

박정훈 씨는 그 위패를 들고 마당으로 뛰쳐나가 드럼통에 던져 넣으려 했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 활활 타오르던 불은 이미 완전히 사그라들어 차갑게 식은 재만 남아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것도 태운 적 없다는 듯이.

아직도 다섯 시면 눈이 떠진다

두 사람은 결국 그 위패를 다시 방 안에 두고, 문을 닫은 채 그날 밤 현장을 떠났다. 다음 날 아침, 예정대로 포클레인이 들어와 집을 허물었다. 잔해와 함께 그 방도, 위패도 모두 흙더미 아래로 사라졌다.

그 뒤로 박정훈 씨는 철거 일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이유를 알 수 없이 매일 새벽 정확히 5시가 되면 잠에서 깬다. 알람을 맞춘 적도 없는데.

가끔 현관문 손잡이에 그을음 같은 작은 얼룩 다섯 개가 손가락 모양으로 나란히 찍혀 있는 것을 발견할 때가 있다. 닦아내도 다음 날이면 똑같은 자리에 다시 나타난다.

박정훈 씨는 아직도 궁금하다. 그날 마당에서 들려온 그 목소리가 자신의 숫자를 대신 불러준 것이었는지, 아니면 아직도 누군가 불러주기를 기다리며 스스로 그 숫자를 세고 있는 것인지.


이 이야기는 완전히 창작·각색된 콘텐츠입니다. 실제 존재하는 인물, 장소, 사건과는 무관하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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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야기 속 신당집과 위패, 의식은 모두 창작된 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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