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하나와 방석 세 개
윤○○ 씨(가명, 29세)는 지난 주말, 대학 동기 정○○ 씨(가명, 29세), 한○○ 씨(가명, 30세)와 함께 윤 씨의 원룸에 모였다. 밤 열한 시가 넘자 술기운과 함께 심심함이 올라왔고, 한 씨가 휴대폰을 내밀었다.
"이거 해 보자. 커뮤니티에 올라온 건데, 이름 돌려 부르기래."
규칙은 단순했다. 불을 모두 끄고 촛불 하나만 켠다. 세 사람이 삼각형으로 둘러앉아, 시계 방향으로 촛불을 건네며 받는 사람의 이름을 부른다. 세 바퀴, 모두 아홉 번. 부름을 받은 사람은 절대 대답하지 않는다. 아홉 번이 끝나기 전에는 불을 켜지 않는다.
"어차피 세 명이라 딱 떨어지네."
정 씨가 웃으며 방석 세 개를 바닥에 깔았다. 한 씨는 기록용이라며 휴대폰을 책장 위에 세워 영상 녹화를 눌렀다. 렌즈는 방 한가운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형광등이 꺼지고, 촛불이 켜졌다.
아홉 번의 이름
"정○○."
윤 씨가 촛불을 정 씨에게 건넸다. 정 씨는 대답하지 않고 웃음을 참았다. 다음은 정 씨가 한 씨를 불렀고, 한 씨가 윤 씨를 불렀다. 한 바퀴.
두 번째 바퀴부터 웃음이 사라졌다.
촛불이 이상하게 기울었다. 바람이 없는 방인데 불꽃이 방 한구석, 현관 쪽으로 끌려가듯 누웠다. 방 온도가 내려갔다. 윤 씨는 입김이 나오는 걸 처음 보았다.
여섯 번째, 일곱 번째, 여덟 번째.
세 사람은 더 이상 서로의 눈을 보지 않았다. 촛불 너머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숨소리가 하나 더 섞여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세 사람 모두 숨을 참고 있었으므로, 그럴 리가 없었다.
아홉 번째. 한 씨가 윤 씨의 이름을 불렀다. 촛불이 윤 씨의 손으로 넘어갔다.
"끝났다."
윤 씨가 작게 말하고 접시를 삼각형 한가운데 내려놓았다. 촛불을 입김으로 끄려고 몸을 숙이던 순간이었다.
열 번째
"……윤○○."
세 사람 중 누구의 입도 움직이지 않았다.
낮고 젖은 목소리가, 세 사람이 둘러앉은 삼각형 한가운데도 아닌, 세 번째 방석과 첫 번째 방석 사이 빈 바닥에서 들렸다. 그곳에는 방석이 없었다.
윤 씨는 대답하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었다. 그런데 바닥에 내려놓은 접시가 촛불을 흔들며, 윤 씨 쪽으로 스스로 굴러오듯 밀려왔다. 그리고 촛불을 받치고 있던 접시 아래로, 희고 가는 손 하나가 올라와 접시를 잡았다.
한 씨의 두 손은 무릎 위에 있었다. 정 씨의 두 손은 입을 막고 있었다. 윤 씨의 손은 이미 바닥에 닿아 있었다.
세 사람의 손은 모두 보였다.
촛불이 꺼졌다.
책장 위의 영상
정 씨의 비명으로 불이 켜졌을 때, 방 안에는 세 사람뿐이었다. 접시는 윤 씨의 무릎 앞에 놓여 있었고, 촛농은 현관 쪽으로 길게 흘러 굳어 있었다.
날이 밝은 뒤, 세 사람은 책장 위 휴대폰의 영상을 돌려 보았다. 어둠 속에서 촛불이 만든 작은 원 안에 세 사람이 앉아 있었다. 아홉 번째까지는 그랬다.
열 번째 이름이 불리는 순간, 영상 속 촛불 빛이 비추는 바닥 위에 방석 하나가 더 놓여 있었다. 세 번째 방석과 첫 번째 방석 사이, 아무것도 없었던 그 자리였다. 그리고 그 위에는 머리를 숙인 채 앉은 네 번째 사람의 어깨선이 희미하게 서 있었다.
촛불이 꺼지기 전 마지막 몇 초 동안, 그것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형광등이 켜진 뒤의 화면에는 방석 세 개와 세 사람뿐이었다.
한 씨는 그날 영상을 지웠다. 하지만 윤 씨의 방 바닥, 그날 영상 속 네 번째 방석이 놓여 있던 자리에는 지금도 방석 크기만큼 눌린 자국이 남아 있다. 윤 씨는 이름이 불리면 요즘도 한 박자 늦게 대답한다.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사람의 것인지, 한 박자 앞서 바닥 어딘가에서 먼저 부르는 것인지 알 수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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