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펜션의 마지막 밤
대학 동기 모임으로 가을 단풍철에 산자락 펜션을 빌린 김○○ 씨(가명, 31세)는 넷이서 소주 두 병을 비우고 나자 할 일이 없어졌다. 그때 박○○ 씨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우리 어릴 때 하던 거 해볼래? 네 구석 놀이. 방 불 끄고."
방법은 간단했다. 네 사람이 사각형 방의 네 구석에 각각 선다. 첫 번째 사람이 시계 방향으로 걸어가 다음 구석에 선 사람의 어깨를 톡 친다. 어깨를 친 사람은 그 구석에 남고, 어깨를 맞은 사람이 다음 구석으로 걸어가 또 그다음 사람의 어깨를 친다. 이렇게 돌고 돌아 마지막 사람이 처음 출발한 구석에 도착하면, 그곳은 출발한 사람이 떠나 비어 있으니 어깨를 칠 사람이 없어 놀이가 끝난다. 넷이 하면 마지막 구석은 반드시 비어 있다. 그게 이 놀이의 전제였다.
박 씨는 재미로 영상을 남기겠다며 캠핑 갈 때 쓰던 적외선 야간 촬영 카메라를 선반에 세워 방 전체가 보이게 했다.
불을 끈 뒤에 들린 것
모두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박 씨가 구석 A, 김 씨가 구석 B, 정○○ 씨가 구석 C, 한○○ 씨가 구석 D. 형광등이 꺼졌다.
산속의 어둠은 도시의 것과 달랐다. 눈을 떠도 감은 것과 다르지 않았다.
박 씨의 발소리가 마룻바닥을 지나 다가왔다. 김 씨의 어깨에 톡, 손이 닿았다. 박 씨가 구석 B에 남자 김 씨는 벽을 짚고 걸어 구석 C의 정 씨에게 갔다. 톡. 정 씨는 구석 D의 한 씨에게 갔다. 톡.
이제 한 씨가 구석 A로 갈 차례였다. 박 씨는 이미 구석 B에 서 있었으니, 구석 A는 비어 있어야 했다.
바닥이 끼익, 끼익 울렸다. 한 씨의 걸음이 구석 A 앞에서 멈췄다. 김 씨는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네 번째 톡 소리가 나면 놀이는 끝이었다.
그런데 톡 소리 대신, 한 씨의 짧은 숨이 들렸다.
"...야."
한 씨의 목소리가 떨렸다.
"여기 누가 있어. 내 손을 잡았어."
다섯 번째 구석
구석 D 바로 옆 벽에 있던 스위치를 정 씨가 더듬어 눌렀다. 불이 켜졌을 때, 방 안에는 네 사람뿐이었다. 한 씨는 구석 A에 서 있었고, 오른손을 허공에 뻗은 채 얼어붙어 있었다. 손목에는 선명한 손가락 자국이 붉게 남아 있었다. 누가 세게 움켜쥔 것처럼.
네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 아무도 한 씨의 손을 잡지 않았다. 박 씨는 구석 B, 김 씨는 구석 C, 정 씨는 구석 D의 스위치 앞에 서 있었다.
술이 깬 얼굴로 그들은 선반의 카메라를 내려 영상을 되돌렸다.
불이 꺼지기 전, 구석 A에는 박 씨 혼자 서 있었다. 형광등이 꺼지고 화면이 초록빛 적외선 화면으로 바뀌었다. 정확히 0.7초 뒤.
박 씨의 바로 뒤, 같은 구석에 키가 큰 사람 하나가 서 있었다.
머리가 천장 모서리에 닿을 듯했다. 박 씨가 걸어 나가고 나서도 그것은 구석 A에 그대로 서 있었다. 한 씨가 다가오는 동안 그것은 천천히 고개를 숙여 한 씨의 손을 내려다보았고,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영상 끝부분, 불이 켜지기 직전의 화면에서 그것은 구석을 떠나 한가운데로 나와 있었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면서.
아직 비어 있지 않은 구석
넷은 그날 밤 짐을 싸서 새벽에 산을 내려왔다. 영상은 박 씨가 지워 버렸다고 했다.
한 씨의 손에 남은 자국은 사흘 뒤에 사라졌다. 하지만 김 씨는 요즘도 낯선 방에 들어가면 구석부터 확인한다.
놀이의 규칙은 이랬다. 넷이 하면 마지막 구석은 반드시 비어 있어야 한다.
그날 밤 구석 A는 비어 있지 않았다. 불이 꺼진 뒤 그 0.7초 사이, 그 방에는 몇 명이 있었던 걸까.
이 이야기는 창작 공포 콘텐츠입니다. 등장 인물과 장소는 모두 가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