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3층으로 내려가던 밤
이현우 씨(가명, 29세)는 물류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분기 마감을 앞두고 야근이 이어지던 주였고, 그날도 사무실을 나선 시각은 자정이 가까워서였다.
주차해 둔 차는 지하 3층에 있었다. 평소라면 정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겠지만, 그날따라 엘리베이터 두 대가 모두 점검 중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경비 아저씨는 "저쪽 비상계단으로 내려가면 금방이에요"라며 건물 뒤편의 철문을 가리켰다.
이현우 씨는 그 문을 그동안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었다.
문 하나를 잘못 열었을 뿐인데
철문을 밀고 들어서자 익숙한 비상계단 특유의 시멘트 냄새가 났다. 형광등 하나가 깜빡이며 계단참을 비추고 있었다. 지하 1층, 지하 2층 표지판을 지나 지하 3층 표지판이 보이는 문 앞에 도착했다.
문을 열었다.
그런데 눈앞에 있어야 할 주차장 대신, 처음 보는 복도가 펼쳐져 있었다.
노란빛이 도는 벽지, 발밑에 깔린 낡고 축축한 카펫. 천장의 형광등에서는 지이잉— 하는 낮은 소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현우 씨는 잠시 어리둥절했다. 층수를 착각했나 싶어 뒤를 돌아봤다.
방금 열고 들어온 철문이, 없었다.
노란 벽지와 낡은 카펫
복도는 양쪽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게 뻗어 있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카펫에서 눅눅한 소리가 났다. 벽지는 군데군데 뜯겨 있었고, 그 아래로 회색 시멘트가 드러나 있었다.
휴대폰을 꺼냈다.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시간을 확인하려 화면을 켰지만, 숫자는 자정 12시 00분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이현우 씨는 왔던 방향으로 되돌아가 보기로 했다. 분명 몇십 걸음 걸었을 뿐인데, 아무리 걸어도 복도는 똑같은 모양으로 이어졌다. 같은 얼룩, 같은 위치에 뜯긴 벽지, 같은 간격으로 깜빡이는 형광등.
분명 다른 곳으로 걷고 있는데, 풍경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같은 복도, 같은 소리
그때부터 형광등 소음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이잉— 하던 소리 사이로, 아주 낮은 웅얼거림이 섞여 들렸다. 사람 목소리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소리였다.
이현우 씨는 걸음을 멈췄다. 소리도 함께 멈췄다.
다시 걸었다. 소리도 다시 시작됐다. 이번에는 그의 발소리보다 살짝 늦게, 뒤에서 따라오듯이.
뒤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면 안 될 것 같았다.
복도 저편, 벽지가 크게 뜯겨 나간 자리 안쪽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사람의 형태였지만, 걸음걸이가 어딘가 어긋나 있었다. 관절이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곳에서 꺾이는 움직임.
문 하나가 남긴 것
이현우 씨는 정신없이 걷고, 또 걸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오른편 벽에서 낯익은 회색 철문 하나를 발견했다.
망설일 틈이 없었다.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
익숙한 시멘트 냄새, 깜빡이는 형광등, 지하 3층 표지판. 원래의 비상계단이었다.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에 올라탄 뒤에야 시계를 확인했다. 새벽 4시 47분. 체감상 십여 분 남짓 걸었을 뿐인데, 네 시간 가까이 사라져 있었다.
그날 이후 이현우 씨는 그 비상계단 문 앞을 지날 때마다 걸음이 빨라진다. 가끔 사무실에 혼자 남아 있을 때, 어디선가 낮게 웅웅거리는 형광등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한다.
그리고 아직도 궁금하다. 그날 그 복도에서, 자신을 따라오던 발소리의 주인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이 이야기는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백룸(Backrooms)' 계열 공간 왜곡 소재를 바탕으로 완전히 창작·각색된 콘텐츠입니다.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나 장소, 사건과는 무관하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