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된 콜은 다시 잡지 마라"
대리운전 기사 최영훈 씨(가명, 42세)가 이 바닥에서 일한 지도 벌써 6년째다. 야간 콜을 받아 손님 차를 대신 몰아주는 일이다 보니, 그가 몸담은 오픈채팅방에는 별의별 이야기가 다 돌았다. 그중에서도 유독 신입 기사들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오가는 이야기가 하나 있었다.
"취소된 콜이 화면에 다시 뜨면, 무조건 무시해라."
멀쩡히 손님이 취소한 콜인데, 몇 분 뒤 아무 이유 없이 다시 활성화되어 화면에 뜬다는 것이었다. 그런 콜을 잡았던 몇몇 기사들은 그날 이후로 일을 그만뒀다는 소문까지 있었다. 영훈은 그냥 앱 오류나 손님의 변덕이겠거니 여기고 넘겼다.
새벽 2시, 되살아난 콜
그날 새벽, 콜이 뚝 끊긴 지 한 시간째였다. 영훈은 화면을 들여다보며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그때 방금 전 다른 기사가 취소한 콜 하나가 화면에 다시 떴다. 출발지는 시내 유흥가, 도착지는 지도에 잘 뜨지도 않는 외곽 도로변이었다.
수입이 아쉬웠던 영훈은 별생각 없이 콜을 잡았다.
손님은 이미 뒷좌석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말끔한 정장 차림의 중년 남성이었는데, 인사를 건네도 대답이 없었다. 그저 창밖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영훈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시동을 걸었다.
백미러에 비치지 않는 얼굴
운전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훈은 습관처럼 백미러를 들여다봤다. 그런데 뒷좌석 시트는 분명 사람의 무게로 움푹 눌려 있는데, 거울 속에는 아무도 비치지 않았다.
영훈은 눈을 몇 번 깜빡였다. 다시 봐도 마찬가지였다. 손님 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려 곁눈질했다. 사람은 분명 거기 앉아 있었다. 그저 백미러에만 담기지 않을 뿐이었다.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렀다. 내비게이션은 목적지까지 12분이라고 안내했지만, 차는 이미 20분 넘게 달리고 있었다. 같은 다리를, 같은 방향으로, 세 번째 건너는 중이었다.
도착한 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내비게이션이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를 알렸다. 영훈은 브레이크를 밟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뒤를 돌아봤다.
뒷좌석은 비어 있었다. 문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시트에는 여전히 사람이 앉았던 자국만 움푹 남아 있었다.
창밖은 가로등 하나 없는 공터였다. 지도에는 분명 건물 하나가 표시되어 있었지만, 실제로는 잡초만 무성한 빈 땅이었다. 영훈은 손이 떨려 시동을 끄지도 못한 채 그대로 액셀을 밟아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지금도 화면에 뜬다
영훈은 그날 이후로 심야 콜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오픈채팅방에는 요즘도 비슷한 제보가 하나둘 올라온다. 취소된 콜이 되살아났다는 이야기, 백미러에 비치지 않는 손님 이야기, 지도에는 있지만 실제로는 없는 목적지 이야기.
가장 소름 끼치는 건, 영훈의 앱 화면에는 아직도 그날 그 콜이 '완료'로 표시되지 않고 '진행 중' 상태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그 손님을 아직, 어딘가에 내려주지 못한 것처럼.
이 이야기는 대리운전 업계에서 떠도는 소재를 바탕으로 완전히 창작·각색된 콘텐츠입니다. 실제 대리운전 서비스나 특정 업체, 인물과는 무관하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