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온 지 두 달, 15층의 밤
박은채 씨(가명, 33세)는 두 달 전 이 임대아파트 1502호로 이사했다.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는 그녀의 퇴근 시간은 늘 자정 무렵이었다.
이사 온 첫 주, 은채 씨는 엘리베이터에 이상한 점이 있다는 걸 알아챘다. 1층에서 버튼을 누르면 어김없이 13층에서 한 번 멈췄다가 다시 올라간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별생각 없이 넘겼다. 오래된 아파트니까 층마다 사람이 타고 내리는 것이려니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문이 열려도 아무도 타지 않았다.
열리는 문, 아무도 없는 복도
그 뒤로 은채 씨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13층에서 문이 열리는 순간을 유심히 보게 됐다.
문이 열리면 복도가 보였다. 그런데 복도 조명이 항상 꺼져 있었다. 다른 층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는데, 13층만 유독 어두웠다.
더 이상한 건 자동으로 닫혀야 할 문이 그 층에서만 닫히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몇 초를 기다려도 문은 열린 채로 가만히 있었다. "닫힘" 버튼을 직접 눌러야만 그제야 문이 닫혔다.
처음엔 센서 고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관리사무소에 확인차 들렀다가 이상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아파트에는 13층 세대가 없었다.
명부에도, 우편함에도, 초인종 패널에도 13층은 존재하지 않았다. 12층 다음은 바로 14층으로 이어져 있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버튼에는 분명 13이라는 숫자가 있었고, 매일 밤 그 층에서 문이 열렸다.
점점 선명해지는 인기척
은채 씨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다. 어차피 매일 지나치는 순간일 뿐이었다.
하지만 며칠 뒤부터 무언가 달라졌다. 문이 열릴 때, 복도 저 안쪽에서 미세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바스락. 아주 작게, 천 스치는 소리 같은 것.
은채 씨는 처음엔 바람 소리나 배관 소리라고 넘겼다. 하지만 그 소리는 날이 갈수록 또렷해졌다. 발을 끄는 듯한 소리, 그리고 아주 낮게, 숨소리 같은 것도 섞여 들리기 시작했다.
한번은 경비원 아저씨에게 지나가듯 물어본 적이 있었다. "13층에 원래 사람이 없었나요?"
경비원은 잠깐 말을 멈추더니, 시선을 피하며 답했다.
"그, 예전에... 13층에서 일이 좀 있었어요. 자세히는 나도 몰라요."
그 이상은 묻지 못했다. 경비원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기 때문이다.
마침내 마주한 것
두 달째 되던 밤, 은채 씨는 여느 때처럼 엘리베이터를 탔다. 13층에서 문이 열렸다.
이번엔 달랐다.
어두운 복도 저편, 아주 희미하게 사람의 형체가 서 있었다.
그것은 문 쪽을 향해 있었다.
은채 씨는 숨을 멈췄다. 몸이 굳어 움직이지 않았다. 형체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보였다.
그 순간, 은채 씨는 반사적으로 "닫힘" 버튼을 눌렀다.
문이 닫히기 직전, 복도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아주 작게, 그러나 분명하게.
"저기요."
문이 닫혔다. 엘리베이터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15층으로 올라갔다.
아직도 13층은 그 자리에 있다
그날 이후 은채 씨는 되도록 계단을 이용한다. 부득이하게 엘리베이터를 타야 할 때는 13층 버튼이 눌리기 전, 눈을 감는다.
이웃 중 한 명은 예전에 이 아파트에서 화재로 사람이 목숨을 잃은 적이 있다는 소문을 전해줬다. 정확히 몇 층인지는 아무도 확실히 말해주지 않았다.
관리사무소는 여전히 13층에 세대가 없다고 한다. 등기부에도, 명부에도, 그 층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매일 밤, 엘리베이터는 여전히 13층에서 멈춘다.
그리고 문이 열릴 때마다, 은채 씨는 여전히 그 복도 저편에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던 형체를 떠올린다.
혹시 오늘 밤, 엘리베이터를 타실 계획이라면 층수 표시를 한번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이 이야기는 완전히 창작·각색된 콘텐츠입니다.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나 장소, 사건과는 무관하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