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근무 3개월째
박현우 씨(가명, 24세)는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석 달째였다. 대학 휴학 중 학비를 모으려고 시작한 일이었고, 처음 한 달은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이제는 손님이 뜸한 새벽 시간대의 적막함에도 제법 익숙해져 있었다.
그가 일하는 매장은 24시간 운영되는 작은 편의점으로, 자정이 넘으면 손님이 거의 끊겼다. 박 씨는 그 시간을 이용해 진열대를 정리하고, 폐기 예정 상품을 확인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상한 낌새를 처음 느낀 건 근무 삼 주 차 무렵이었다.
새벽 3시, 정확히 그 시각에
박 씨가 시계를 확인할 때마다 이상하게 겹치는 순간이 있었다. 정문 센서음이 울리는 시각이 매번 새벽 3시 정각 언저리였다.
문이 열리면 한 남자가 들어왔다. 회색 점퍼에 검은 바지 차림. 그는 늘 같은 자리, 매장 안쪽 냉장고 코너로 곧장 걸어가 우유 한 팩을 집어 들고 계산대로 왔다.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박 씨가 인사를 건네도 대답이 없었고, 카드를 내밀 때도 시선을 맞추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저 과묵한 손님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며 박 씨는 이상한 점을 하나둘 알아채기 시작했다.
유리문에 비치지 않는 것
편의점 정문은 통유리로 되어 있어서, 매장 안에 있으면 바깥 도로와 자기 자신의 모습이 함께 비쳤다. 박 씨는 계산대에 서서 늘 그 유리에 비친 매장 풍경을 무심코 바라보곤 했다.
그날도 다르지 않았다. 새벽 3시, 센서음이 울리고 그 남자가 들어왔다. 박 씨는 우연히 유리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유리에는 매장 내부 조명과 진열대만 비쳤다. 남자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분명 눈앞에는 남자가 걸어가고 있는데, 유리에 비친 매장 안에는 그가 존재하지 않았다.
박 씨는 그날 이후로 매번 그 시간이 되면 유리문 쪽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결과는 늘 같았다.
발이 닿지 않는 걸음
세 번째로 이상함을 확인한 날, 박 씨는 계산대 아래로 무심코 시선을 내렸다.
남자가 계산대 앞에 서 있었다. 신발 밑창이 바닥에 닿아 있어야 할 자리에, 아주 미세하게 떠 있는 간격이 보였다.
손가락 한 마디쯤 될까 말까 한 틈. 걸음을 옮길 때도 발소리가 전혀 나지 않았다.
그날 박 씨는 처음으로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손님, 여기 자주 오시죠?"
남자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박 씨를 바라보았다. 눈동자가 없었다. 흰자와 검은자의 경계가 흐릿하게 뭉개져 있었다.
박 씨는 숨을 쉴 수 없었다. 계산은 평소처럼 진행됐다. 카드 단말기에서 승인 소리가 났다. 영수증도 출력됐다.
남자는 우유를 들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 센서음이 울리지 않았다.
사라진 결제 기록
다음 날 박 씨는 매니저에게 전날 새벽의 결제 내역을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매니저는 시스템을 살펴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새벽 3시쯤엔 결제 기록이 하나도 없는데요. CCTV도 확인해볼까요?"
CCTV 영상에는 박 씨가 계산대에 혼자 서서 허공에 대고 무언가를 스캔하는 듯한 손짓을 하는 장면만 찍혀 있었다. 우유도, 남자도, 카드도 화면 어디에도 없었다.
박 씨는 그날부로 야간 근무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매니저는 별다른 질문 없이 그러라고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 하나. 그 자리는 삼 년 전, 새벽 배송 기사가 사고를 당한 자리였다고 한다. 사고 당일에도 그는 편의점에서 우유 한 팩을 사서 나간 직후였다고, 오래 일한 다른 직원이 지나가듯 말해주었다.
여전히 그 시각이면
박 씨는 편의점을 그만둔 지 오래지만, 지금도 새벽 3시가 되면 잠에서 깬다.
그리고 아주 잠깐, 발소리가 나지 않는 걸음으로 누군가 자신의 방문 앞을 지나가는 듯한 기척을 느낀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제보된 소재를 바탕으로 완전히 창작·각색된 콘텐츠입니다. 실제 존재하는 매장이나 인물, 사건과는 무관하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