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온 지 반년, 낡은 엘리베이터
이수진 씨(가명, 29세)는 반년 전 지어진 지 26년 된 아파트 12층으로 이사했다. 전세금에 맞춰 고른 집이었고, 낡은 것 빼고는 크게 불편할 게 없었다. 유일하게 신경 쓰였던 건 엘리베이터였다. 요즘 보기 드문 창문형 구조. 문 안쪽 전체가 거울처럼 반질반질한 금속 패널로 덮여 있어서, 타는 순간 자신의 모습이 사방에서 반사됐다.
처음 몇 달은 별생각 없었다. 회사에서 야근하고 밤 11시쯤 들어오는 날에도, 거울에 비친 건 피곤한 얼굴의 자기 자신뿐이었다.
이상함을 처음 느낀 건 7월 말의 어느 밤이었다.
거울에 비친 낯선 각도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탄 수진 씨는 버튼을 누르고 무심코 정면 거울을 바라봤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거울 속 자신의 뒤쪽, 문 쪽 구석의 반사 각도가 미묘하게 어긋나 있었다.
마치 거울 두 장이 살짝 겹쳐진 것처럼, 자신의 형상이 아주 살짝 두 겹으로 보였다.
피곤해서 그런가.
눈을 비비고 다시 봤을 땐 정상이었다. 수진 씨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그 뒤로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특히 밤 11시가 넘어 혼자 탈 때마다, 거울 속 자신의 실루엣 가장자리가 살짝 흐릿하게 번지거나, 등 뒤 공간에 있어야 할 사람 하나 없는 위치에 옅은 그림자 같은 것이 스치듯 지나갔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분명 자신뿐이었다.
있을 수 없는 층에서 열리는 문
8월 둘째 주, 야근을 마치고 자정 가까이 귀가한 날이었다. 12층 버튼을 누르고 문이 닫혔다. 층수 표시등이 3, 4, 5... 올라가다가 7층에서 갑자기 멈췄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이 아파트는 7층에 세대가 없었다. 옛날식 구조라 7층은 기계실과 옥상 창고로만 쓰이는, 평소엔 아무도 드나들지 않는 층이었다.
문 너머로 보이는 복도는 다른 층과 달리 전등이 하나도 켜져 있지 않았다. 완전한 어둠. 그 어둠 속에서, 아주 희미하게 무언가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졌다.
수진 씨는 닫힘 버튼을 연타했다. 문은 평소보다 두 배는 느리게 닫혔다.
문이 완전히 닫히기 직전, 거울에 비친 자신의 등 뒤로 검은 형체 하나가 복도 어둠 속에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한 걸음 다가서는 것이 보였다.
뒤에 서 있던 것
엘리베이터가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수진 씨는 숨을 죽인 채 정면 거울만 바라봤다.
그리고 봤다.
거울 속, 자신의 바로 뒤에 누군가 서 있었다.
키는 자신보다 조금 컸다. 얼굴은 고개를 살짝 숙인 채였고,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를 덮고 있었다. 옷차림은 흐릿해서 구별되지 않았다.
뒤를 돌아봤다.
아무도 없었다.
다시 거울을 봤다.
그것은 여전히 거기 서 있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12층 도착음이 울렸다. 문이 열리는 순간, 수진 씨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쳐나갔다. 등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아주 짧게, 낮은 웃음소리 같은 것이 스쳤다.
아직도 11층 버튼을 누르지 못한다
그날 이후 수진 씨는 계단을 이용한다. 부득이하게 엘리베이터를 타야 할 땐 절대 거울을 보지 않는다.
관리사무소에 문의했지만, 7층은 원래 세대가 없고 기계실 점검은 낮에만 이뤄진다는 답만 돌아왔다. 층수 표시 오작동 기록도 없다고 했다.
같은 라인에 사는 이웃 한 명도 비슷한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낸 적이 있다. 밤늦게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거울 속 자기 뒤로 누군가 서 있는 느낌이 든다고. 그 사람도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고 했다.
수진 씨는 지금도 가끔 궁금해진다. 그날 거울 속에서 자신을 향해 고개를 들던 그 형체는, 결국 얼굴을 다 보여줬을까.
확인할 용기는, 아직 없다.
이 이야기는 완전히 창작·각색된 콘텐츠입니다.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나 장소, 사건과는 무관하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