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두 달 차, 첫 야간 근무
이수진 씨(가명, 26세)는 올해 상반기 지하철 승무원으로 입사했다. 두 달째 되던 주, 처음으로 야간 근무 조에 배정됐다. 막차를 몰고 종착역에 들어가면, 다음 첫차가 나가기 전까지 대기실에서 몇 시간 눈을 붙이는 것이 야간 근무의 루틴이었다.
종착역 대기실은 승강장 안쪽 깊숙한 곳, 계단을 두 번 꺾어 들어가야 나오는 좁은 공간이었다. 낡은 간이침대 두 개, 오래된 철제 사물함 여러 줄, 그리고 천장까지 닿을 듯한 로커가 벽 한 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형광등 하나는 늘 어딘가 깜빡였고, 환풍구에서는 지하 특유의 눅눅한 냄새가 흘러나왔다.
첫날 밤, 수진 씨는 새벽 2시가 넘어서야 겨우 침대에 누웠다. 몸은 피곤했지만 낯선 공간 탓인지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인기척에 눈을 떴다.
방 안은 조용했다. 너무 조용했다. 형광등 깜빡이는 소리마저 멈춘 것 같았다.
시선이 저절로 위로 향했다. 사물함 맨 위, 천장과 사물함 사이 좁은 틈.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리 없는 그 공간에, 무언가가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있었다.
아이 정도 크기였다. 고개를 살짝 숙인 채, 그것은 가만히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수진 씨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것은 사라졌다. 소리도, 그림자도 남기지 않고.
"그 방에서 눈 감지 마라"
다음 날 근무 교대 때, 옆자리 선배가 아무 설명 없이 한마디를 건넸다.
"그 방에서 눈 감지 마라."
무슨 뜻이냐고 물었지만 선배는 옅게 웃기만 하고 자리를 떴다. 수진 씨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낯선 근무에 신경이 곤두서서 헛것을 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알고 보니 신입이 처음 야간 근무를 서는 주에는 유독 같은 목격담이 반복됐다. 사물함 위에서 무언가를 봤다는 이야기가, 해마다 새로 들어온 승무원들 사이에서 조용히 전해지고 있었다. 누구는 그냥 그림자였다고 했고, 누구는 자기도 똑같은 걸 봤다고 인정했다. 목격 시간도 하나같이 새벽 3시에서 4시 사이였다.
수진 씨는 대기실 배치도를 다시 살펴봤다. 사물함 위, 천장과의 틈은 도면 어디에도 표시돼 있지 않았다.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었다.
오래된 근무일지가 쌓여 있는 창고에서, 수진 씨는 몇 년 전 그 구역 리모델링 공사 당시의 기록을 우연히 발견했다. 대부분 지워지거나 색이 바랜 문서들 사이, 손글씨로 짧게 적힌 메모 한 줄이 남아 있었다.
"공사 중 사고 발생, 해당 구역 임시 폐쇄. 이후 별도 조치 없음."
그 이상의 내용은 없었다. 날짜도, 이름도, 자세한 경위도 적혀 있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흐릿하게 남겨 놓은 것처럼.
점점 가까워지는 것
그 뒤로 수진 씨는 야간 근무 때마다 사물함 위쪽을 의식하게 됐다. 처음에는 잠결에 스치듯 보이던 것이, 조금씩 더 자주,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방송이 나오지 않는 시각, 대기실 스피커에서 낮은 잡음이 섞여 들렸다. 자세히 들으면, 숨소리 같았다. 아이가 조심스럽게 숨을 참았다가 천천히 내쉬는 듯한 소리. 관제실에 문의했지만, 해당 시간대에는 아무 방송도 송출되지 않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근무일지에도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자신이 적지 않은 낙서가, 자신이 쓴 글씨 옆에 나란히 남아 있었다. 삐뚤빼뚤한 글씨였다. 알아볼 수 없는 기호와 짧은 선들이 페이지 여백을 채우고 있었다.
수진 씨는 그것을 지우고 다시 썼다. 다음 근무 때 펼쳐 보면, 낙서는 다시 같은 자리에 돌아와 있었다.
손목을 잡은 손
그로부터 몇 주 뒤, 야간 근무 중이었다. 간이침대에 누운 채 수진 씨는 몸이 서서히 굳는 것을 느꼈다.
눈은 떠져 있었다. 그런데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사물함 위, 그 좁은 틈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그것이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발소리는 나지 않았다. 다만 공기가 조금씩 차가워지는 것으로, 그것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침대 옆.
작은 손이, 수진 씨의 손목을 가볍게 감쌌다.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미지근했다.
수진 씨는 그대로 정신을 잃듯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새벽 첫차가 나갈 시간이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기실은 고요했다.
그런데 근무일지를 펼친 순간, 수진 씨는 손이 떨렸다.
아직 오지 않은 날짜의 근무 기록이, 이미 적혀 있었다.
자신의 필체와 비슷했다. 하지만 자신은 그 어떤 것도 쓴 기억이 없었다.
아직도 눈을 감지 않는 밤
그날 이후 수진 씨는 야간 근무 때 그 방에서 절대 눈을 감지 않는다. 잠이 쏟아져도, 사물함이 보이는 방향으로 등을 기댄 채 버틴다.
회사에 정식으로 문의했지만 돌아온 답은 한결같았다. 그런 공간은 도면상 존재하지 않으며, 관련된 사고 기록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
하지만 신입 승무원이 처음 야간 근무를 서는 주가 되면, 선배들은 여전히 같은 말을 조용히 건넨다.
"그 방에서, 절대 눈 감지 마라."
수진 씨는 지금도 가끔 그 손목의 온기를 떠올린다. 차갑지 않았던, 그 미지근한 감촉을.
혹시 늦은 밤 어딘가에서 깜빡 잠이 드셨다면, 눈을 뜨기 전에 한번 확인해 보시길.
머리맡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지는 않은지.
이 이야기는 완전히 창작·각색된 콘텐츠입니다.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나 장소, 사건과는 무관하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