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후 찾아온 낯선 물건
올해 31세인 윤 씨(가명)는 3월 초에 서울 외곽의 빌라로 이사했습니다. 혼자 사는 1인 가구. 짐이 많지 않아 금세 정리됐지만, 화장실 세면대 위쪽 벽이 텅 비어 있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이사한 지 일주일쯤 됐을 무렵, 윤 씨는 동네를 걷다가 골목 안 작은 중고 가게를 발견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중고 물건이나 앤티크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자연스럽게 발길이 향했습니다.
가게 안은 낡은 가구와 잡동사니들로 가득했습니다. 먼지 냄새와 오래된 나무 냄새가 뒤섞여 있었습니다. 윤 씨가 둘러보는데, 구석 쪽에 기대어 놓인 거울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직사각형 형태에 높이 80센티미터쯤 되는 크기였습니다. 틀은 황동으로 만들어졌고, 곳곳에 꽃과 덩굴 무늬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습니다. 거울 자체는 테두리 부분이 약간 흐려져 있었지만, 중앙 부분은 또렷했습니다. 100년은 넘어 보이는 물건이었습니다.
"이거 얼마예요?"
가게 주인 노인은 거울을 한 번 쳐다보더니 조금 뜸을 들였습니다.
"오만 원에 가져가요."
비싼 편이었지만, 이 상태의 앤티크 거울이라면 오히려 싼 가격이었습니다. 윤 씨는 흔쾌히 지불했습니다.
노인이 포장하면서 말했습니다.
"이 거울, 낮에만 보는 게 좋아요. 밤에는... 되도록 보지 마시고."
윤 씨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물건 팔려고 하는 말이겠거니 생각하면서.
처음에는 아름다웠습니다
거울은 화장실 세면대 위 벽에 딱 맞게 걸렸습니다. 황동 틀의 꽃 무늬가 욕실 조명에 반짝이며 빛났습니다. 윤 씨는 흡족했습니다.
처음 며칠은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아침마다 거울 앞에서 세안하고, 퇴근 후 샤워하고 거울을 보고. 평범한 일상이었습니다.
이상한 일이 시작된 건 이사한 지 열흘쯤 됐을 때였습니다.
밤 11시, 화장실 불을 끄고 방으로 나가려는데 문득 등 뒤가 싸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윤 씨는 그냥 넘기려 했습니다. 봄이어도 밤 화장실은 차갑기 마련이니까요.
그런데 발이 멈췄습니다.
어둠 속에서 거울이 보였습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가로등 빛이 거울 표면에 희미하게 걸려 있었습니다.
윤 씨의 실루엣이 거울에 비쳤습니다.
그런데... 얼굴이 달랐습니다.
정확히는, 윤 씨가 서 있는 자세, 키, 체형은 모두 똑같았습니다. 하지만 거울 속 얼굴 부분이 어둠 속에서 조금 더 어두웠습니다. 마치 얼굴이 없는 것처럼.
윤 씨는 불을 켰습니다. 불을 켜자 거울 속에는 평범하게 윤 씨 자신이 서 있었습니다.
'조명이 나빠서 그랬겠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거울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날 밤, 윤 씨는 의도적으로 화장실 불을 끄고 거울을 봤습니다. 호기심이었습니다.
거울 속, 어둠 속에서 비치는 실루엣.
이번에는 얼굴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윤 씨의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눈이 있어야 할 곳이 조금 더 낮았습니다. 입 선이 달랐습니다. 마치 같은 윤곽에 다른 사람의 이목구비가 붙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윤 씨는 불을 켰습니다. 거울 속에는 자신의 얼굴이 있었습니다.
불을 껐습니다. 거울 속에는 다른 얼굴이 있었습니다.
윤 씨는 거울을 방 구석으로 옮겼습니다. 보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밤 새벽 2시, 윤 씨는 잠에서 깼습니다. 목이 말랐습니다. 부엌에 물을 마시러 가다가, 방 구석에 세워둔 거울 앞을 지나쳤습니다.
본능적으로 시선이 갔습니다.
어둠 속 거울에 무언가가 비쳤습니다. 윤 씨가 분명히 거울 옆을 지나치고 있는데, 거울 속에는 무언가가 거울을 향해 서 있었습니다. 윤 씨처럼 보이는 형체가, 윤 씨와 반대 방향으로. 거울 속에서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윤 씨와 거울 속 그것의 자세가 달랐습니다.
윤 씨는 옆으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거울 속 그것은 정면으로 거울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먼저 고개를 돌렸습니다
윤 씨는 다음 날 거울을 팔기로 했습니다. 번개장터에 올려두고 저렴하게 가져가라고 했습니다.
그날 저녁, 누군가 연락이 왔습니다. 내일 픽업하겠다고.
그날 밤이 문제였습니다.
윤 씨는 거울을 현관 쪽으로 옮겨두었습니다. 내일 가져갈 사람이 오면 바로 줄 수 있도록.
새벽 1시 반,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현관 쪽을 봤습니다.
거울이 보였습니다. 현관 불빛이 거울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거울 속에 윤 씨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화장실에서 나와 방으로 걸어가는 윤 씨의 모습이.
그런데 윤 씨가 방으로 들어가고 나서도, 거울 속 형체는 멈춰 있었습니다.
윤 씨는 방문 틈 사이로 봤습니다.
거울 속 그것은 거기 서서, 윤 씨가 들어간 방 쪽을 보고 있었습니다.
윤 씨는 숨을 죽이고 있었습니다. 몇 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거울 속 그것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습니다.
윤 씨가 보고 있는 쪽으로.
방문 틈 사이로 윤 씨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정확히는, 눈이 있어야 할 곳이 윤 씨가 있는 방향을 향했습니다. 얼굴은 여전히 어둠에 잠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윤 씨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윤 씨는 방문을 닫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어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거울이 떠난 자리
다음 날 아침, 구매자가 왔습니다. 거울을 가져갔습니다.
윤 씨는 안도했습니다.
그런데 이틀 뒤, 구매자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거울을 돌려주고 싶다고. 원인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거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환불해달라고.
윤 씨는 환불해줬습니다. 그리고 거울을 받아야 했습니다.
원래 중고 가게로 가져가 돌려주려고 했지만, 가게가 없어졌습니다. 그 자리에는 다른 가게가 들어와 있었고, 주인은 이미 반년 전부터 자기가 이 자리를 쓰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윤 씨는 할 수 없이 거울을 다시 집에 들였습니다. 이번에는 천으로 덮어두었습니다.
지금도 윤 씨의 방 한켠에는 천으로 덮인 거울이 있습니다.
밤이 깊어지면 가끔, 천 아래에서 희미한 소리가 납니다.
유리가 울리는 것 같은, 아주 작은 소리.
마치 안에서 무언가가 천을 밀어내려는 것처럼.
이 이야기는 실제 공포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된 창작 공포 이야기입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