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시장에서의 발견
올해 27세인 한 씨(가명)는 빈티지 소품을 모으는 취미가 있었습니다. 주말마다 서울 곳곳의 벼룩시장을 돌아다니며 독특한 물건을 찾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3월 마지막 주 토요일, 한 씨는 용산의 한 벼룩시장을 찾았습니다. 평소보다 일찍 나온 덕에 아직 자리를 펼치는 중인 상인들 사이를 돌아다닐 수 있었습니다.
시장 구석, 다른 좌판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할머니 한 분이 좌판을 깔고 앉아 있었습니다.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웠습니다. 70대 같기도 하고, 80대 같기도 했습니다.
좌판 위에는 낡은 물건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한 씨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작은 오르골이었습니다.
직사각형의 나무 상자.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갈색 마호가니로 만들어졌고, 뚜껑에는 금박으로 장미 문양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크기는 손바닥 두 개를 합친 정도. 한눈에 봐도 오래된 물건이었지만, 보존 상태가 놀라울 정도로 좋았습니다.
"이거 얼마예요?"
할머니가 한 씨를 올려다봤습니다. 특이하게도 미소 짓지 않았습니다.
"3만 원."
빈티지 오르골치고는 터무니없이 싼 가격이었습니다. 한 씨는 의심 없이 돈을 건넸습니다.
할머니가 오르골을 건네며 한마디 했습니다.
"밤에 열지 마."
한 씨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오르골을 열어봤습니다. 낮이었으니까요. 뚜껑을 열자 작은 발레리나 인형이 일어서며 빙글빙글 돌았습니다. 음악은... 아름다웠습니다. 어딘가 쓸쓸하고, 낡은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듯한 멜로디.
한 씨는 오르골을 침실 선반에 올려두었습니다.
새벽 3시의 멜로디
그날 밤, 한 씨는 이상한 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
띵... 띵띵... 띠리링...
오르골 소리였습니다.
한 씨는 눈을 비비며 시계를 봤습니다. 새벽 3시 정각.
선반 위의 오르골이 연주되고 있었습니다. 뚜껑이 닫혀 있는데도.
한 씨는 벌떡 일어나 오르골에 다가갔습니다. 뚜껑은 분명히 닫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에서 소리가 나고 있었습니다. 발레리나가 돌아가는 작은 기계 소리와 함께.
한 씨가 오르골을 들어올린 순간, 소리가 멈췄습니다.
"뭐야, 진동 때문에 작동한 건가?"
한 씨는 합리적으로 생각하려 했습니다. 옆집에서 세탁기를 돌린다거나, 트럭이 지나가면서 진동이 전해졌을 수도 있다고.
오르골을 선반에 다시 올려놓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 날 밤. 새벽 3시.
다시 오르골이 연주되었습니다.
이번에는 한 씨가 곧바로 눈을 떴습니다. 그리고 봤습니다.
오르골의 뚜껑이 열려 있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작은 발레리나 인형이 돌고 있었습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가로등 빛에 금박 장미 문양이 희미하게 반짝였습니다.
한 씨는 오르골 뚜껑을 닫았습니다. 딸깍. 소리가 멈췄습니다.
그리고 오르골을 거실 서랍장 안에 넣고 서랍을 닫았습니다.
세 번째 밤. 새벽 3시.
서랍장 안에서 오르골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한 씨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아침이 올 때까지 나오지 않았습니다.
판매자를 찾아서
한 씨는 주말에 다시 벼룩시장을 찾았습니다. 오르골을 돌려주려고.
하지만 그 자리에 할머니는 없었습니다.
주변 상인들에게 물어봤습니다.
"구석 자리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요? 골동품 파시던 분?"
상인들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 자리는 비어 있었는데요. 오늘도, 저번 주에도."
한 씨는 분명히 그 자리에서 오르골을 샀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할머니를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한 상인이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습니다.
"아, 예전에 그 자리에서 골동품 파시던 할머니가 있긴 했어요. 근데..."
"근데요?"
"그분 돌아가셨어요. 6개월 전에."
한 씨의 다리에서 힘이 빠졌습니다.
버릴 수 없는 물건
한 씨는 오르골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아파트 쓰레기장에 놓고 왔습니다.
그날 밤, 잠들기 전에 현관문 잠금장치를 확인하고, 불을 켜놓고 잠들었습니다.
새벽 3시.
익숙한 멜로디가 들렸습니다.
침실 선반 위에 오르골이 놓여 있었습니다.
뚜껑이 열려 있었고, 발레리나가 돌고 있었습니다.
한 씨가 분명히 버린 오르골이 돌아와 있었습니다. 원래 자리에.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한 상태로.
한 씨는 이번에는 오르골을 강에 던졌습니다.
다음 날 새벽 3시. 선반 위에 오르골이 있었습니다. 젖어 있지도 않았습니다.
한 씨는 포기했습니다.
지금도 매일 새벽 3시면 오르골이 연주됩니다. 한 씨는 이제 깨어나지 않으려 수면제를 먹고 잠듭니다.
하지만 가끔, 수면제가 듣지 않는 밤이 있습니다.
그런 밤에 한 씨는 오르골 소리와 함께 다른 것도 듣습니다.
발레리나가 도는 소리 사이사이로, 아주 작게.
누군가 흥얼거리는 소리.
멜로디에 맞춰서. 바로 침대 옆에서.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으며, 특정 장소를 지목하지 않았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