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원짜리 전신 거울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최○○ 씨(가명, 29세)는 원룸 한켠을 꾸미기 위해 중고 거래 앱을 뒤적이던 중 눈에 띄는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빈티지 느낌의 타원형 전신 거울. 황동 테두리에 나이를 알 수 없는 검은 얼룩이 패턴처럼 박혀 있었습니다. 판매자는 '이사 때문에 처분한다'고만 했고, 가격은 5만 원이었습니다.
최 씨는 택배로 받는 대신 직접 픽업하러 갔습니다. 판매자는 서울 서대문구의 한 오래된 빌라에 살고 있었습니다. 거울을 건네받을 때 판매자는 이상한 말을 남겼습니다.
"혹시라도 이상하면... 그냥 바로 버리세요."
최 씨는 그 말의 의미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거울 속의 시간
집에 거울을 들인 건 오후 5시였습니다. 현관 옆 벽에 기대어 세워두고, 뒷벽에 고정할 못을 박을 자리를 재다가 처음으로 거울을 정면으로 바라봤습니다.
이상한 느낌이었습니다.
자신의 반사가 조금... 느렸습니다. 팔을 들었을 때 거울 속 팔이 거의 동시에 따라오긴 했지만, 아주 미세하게 0.5초쯤 늦는 것 같았습니다. 최 씨는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거울을 벽에 고정했습니다.
그날 밤 자정이 지날 무렵, 최 씨는 잠에서 깼습니다. 목이 말랐습니다. 침대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하다가 거울 앞을 지나쳤습니다.
그리고 걸음을 멈췄습니다.
거울 속 자신의 반사가 최 씨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거울 속 반사의 눈이 방 안쪽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최 씨가 서 있는 방향이 아니라.
사진으로 확인한 것
최 씨는 자신이 잘못 봤다고 생각했습니다. 거울 각도가 틀어져 있을 거라고. 하지만 잠이 다 달아난 그는 결국 스마트폰을 들어 거울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 속 거울은 분명 최 씨를 반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울 속 반사의 뒤쪽, 어둠이 깔린 방 안에 희미하게 또 다른 형체가 비치고 있었습니다.
최 씨의 뒤쪽 어둠 속에 서 있는, 사람의 형태.
최 씨는 뒤를 돌아봤습니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다시 스마트폰 화면을 봤습니다. 형체는 사라져 있었습니다.
거울이 기억하는 것
그 뒤로 기이한 일이 이어졌습니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볼 때마다 최 씨는 자신의 반사가 조금씩 달라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표정이 조금 더 어둡거나, 서 있는 자세가 자신과 약간 다르거나.
일주일 뒤에는 거울 표면 왼쪽 아랫부분에 희미하게 손바닥 자국이 생겼습니다. 안쪽에서 누가 손을 짚은 것처럼, 표면 안에서 바깥으로 눌린 자국.
최 씨는 거울을 구입한 판매자에게 다시 연락했습니다.
전화는 이미 결번이었습니다.
중고 거래 앱에서 판매자 계정도 삭제된 상태였습니다.
최 씨는 그날 바로 거울을 들고 나가 쓰레기 처리업체에 맡겼습니다. 처리 비용 8만 원을 냈습니다. 거울을 들인 돈보다 더 비쌌습니다.
거울을 내보낸 그날 밤, 최 씨는 처음으로 기이한 꿈을 꿨습니다.
꿈속에서 그 거울은 여전히 벽에 걸려 있었고, 거울 속에 누군가가 서 있었습니다. 최 씨와 똑같이 생겼지만, 웃고 있었습니다. 최 씨가 결코 짓지 않는 표정으로.
그 존재는 꿈속의 최 씨를 보며 말했습니다.
"돌려줘."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중고 물품 거래 시 주의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