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으로 온 거울
박○○ 씨(가명, 31세)는 올해 봄, 할머니의 49재가 끝난 직후 친척들과 함께 유품을 정리했습니다. 오래된 시골 집에는 낡은 가구들이 가득했지만, 박 씨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안방 한켠에 놓인 타원형 거울이었습니다.
검은 나무 액자에 황동 장식이 새겨진 그 거울은 할머니가 시집올 때부터 지니셨다고 했습니다. 70년이 넘은 물건이었습니다. 어릴 때 할머니 댁에 오면 늘 그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어주시던 기억이 떠올라, 박 씨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 그 거울을 서울 아파트로 가져왔습니다.
이사한 날 밤은 아무 이상이 없었습니다.
거울이 바뀌는 밤
문제가 시작된 것은 사흘째 되던 새벽이었습니다.
화장실을 가려고 잠에서 깬 박 씨는 거실 벽에 걸어둔 거울 앞을 지나쳤습니다. 습관적으로 거울을 흘끗 봤는데, 거울 속의 자신이 움직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박 씨는 멈췄습니다.
자신은 분명히 걸어가고 있었는데, 거울 속 반영은 제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시선을 고정한 채로.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었습니다. 박 씨는 빠르게 눈을 감고 다시 뜨았습니다. 거울 속의 자신도 그제서야 동시에 눈을 깜빡였습니다. 착각인가 싶어 그냥 넘겼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달라진 미소
일주일 뒤, 더 이상 착각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침에 거울 앞에 서서 외출 준비를 하던 박 씨는 이상한 느낌에 사로잡혔습니다. 거울 속 자신의 표정이 자신이 짓고 있는 표정과 달랐습니다.
박 씨는 무표정으로 거울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울 속의 박 씨는... 웃고 있었습니다.
양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아주 작은 미소였습니다. 그 미소가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 같은, 박 씨 자신은 전혀 짓지 않은 표정이었습니다.
박 씨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습니다. 손을 들어 뺨을 꼬집어보았습니다. 아팠습니다. 꿈이 아니었습니다. 거울 속의 존재는 천천히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더니, 그제야 박 씨와 똑같은 무표정으로 돌아왔습니다.
할머니가 남긴 것
박 씨는 그날 당장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거울에 대해 물었을 때, 수화기 너머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 거울... 왜 가져왔어?"
어머니의 목소리가 낮아졌습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생전에 그 거울을 절대 치우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고 합니다. 이유는 밝히지 않으셨지만, 그 거울 덕분에 집을 지킨다고만 했다고. 그리고 할머니의 어머니, 즉 박 씨의 증조할머니도 그 거울을 평생 한 자리에서 놓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대대로 그 자리에 있어야 했던 거울이었습니다.
박 씨는 거울을 시골집으로 돌려보내려 했습니다. 하지만 친척 중 누구도 다시 가져가려 하지 않았습니다.
거울은 지금도 박 씨의 아파트 거실 벽에 걸려 있습니다.
박 씨는 이제 거울 앞을 지날 때 절대 쳐다보지 않습니다.
특히 새벽에는.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