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마켓에서 데려온 아이
29세 박지은 씨(가명)는 자취방을 꾸미는 걸 좋아했다. 지난달, 동네 플리마켓에서 오래된 서양식 도자기 인형을 하나 발견했다. 색 바랜 레이스 드레스에 유리 눈동자를 가진, 손바닥만 한 골동품 인형이었다.
노점 주인은 "이 물건 하나만 유독 안 팔린다"며 헐값에 넘겼다. 지은 씨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인형을 사서 책장 맨 위 칸, 창가 쪽에 앉혀두었다.
그날 밤부터, 이상한 일이 시작됐다.
조금씩 옮겨 앉는 인형
다음 날 아침, 지은 씨는 인형이 책장 가장자리로 조금 옮겨져 있는 걸 발견했다. 어젯밤 분명 안쪽 깊숙이 앉혀뒀는데.
"내가 착각했나 보다." 대수롭지 않게 다시 제자리에 놓았다.
그런데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인형은 조금씩 자리를 옮기고 있었다. 매번 방향은 같았다. 책장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창가에서 침대 쪽으로.
지은 씨는 결국 방 한쪽에 휴대폰 카메라를 세워두고 밤새 녹화를 걸어놓았다.
다음 날 아침, 떨리는 손으로 영상을 확인했다.
새벽 3시 17분. 화면 속 인형이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몸은 그대로인 채, 얼굴만 카메라 쪽을 향해서.
쪽지 속의 경고
소름이 돋은 지은 씨는 인형을 당장 버리기로 했다. 그런데 인형을 상자에 넣으려던 중, 드레스 안쪽 솔기가 뜯어지며 낡은 종이쪽지 하나가 떨어졌다.
누렇게 바랜 손글씨였다.
"절대 눈을 감기지 마세요. 감기는 순간, 다음은 당신 차례입니다."
밑에는 작게, 이전 주인으로 보이는 이름 하나와 날짜가 적혀 있었다. 20년도 더 된 날짜였다.
지은 씨는 그날 밤, 인형의 유리 눈이 평소와 달리 살짝 촉촉하게 빛나는 걸 봤다. 마치 실제 눈동자처럼.
그리고 정확히 새벽 3시 17분, 방 안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인형은 어느새 책장에서 내려와, 침대 바로 옆 바닥에 앉아 지은 씨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두 눈은 그대로 뜬 채였다.
버려도 돌아오는 것
지은 씨는 다음 날 인형을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렸다. 멀리 떨어진 동네 재활용 수거함에 직접 갖다 버렸다.
사흘 뒤, 퇴근하고 돌아온 그녀는 현관 앞에서 그 인형을 발견했다. 상자도, 봉투도 없이. 깨끗한 상태 그대로, 문 바로 앞에 똑바로 앉아서.
두 눈은 여전히 뜬 채였다.
지은 씨는 지금도 그 인형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다만 매일 밤 자기 전, 인형의 두 눈이 여전히 뜨여 있는지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다. 쪽지의 경고대로, 절대 감기지 않도록.
그리고 아주 가끔, 확인하지 못하고 잠든 밤이면 새벽 3시 17분에 눈을 뜬다.
방 안 공기가 유독 차가운 밤이면 더더욱.
이 이야기는 완전히 창작·각색된 콘텐츠입니다. 실제 존재하는 인물, 장소, 사건과는 무관하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