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원에 산 오르골
윤 씨(가명, 29세)는 이사 온 원룸의 허전한 선반을 채울 소품을 찾고 있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동네 벼룩시장 한구석에서 낡은 나무 오르골을 발견했습니다. 뚜껑을 열면 작은 도자기 발레리나가 태엽에 맞춰 천천히 도는 물건이었습니다. 얼굴의 도색은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고, 왼쪽 뺨에는 가느다란 금이 가 있었습니다.
"만 원만 주세요. 그냥 가져가요."
파는 사람은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돈을 받았습니다. 윤 씨는 그 서두르는 손길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값이 싸다는 이유로 넘겼습니다. 그날 밤 윤 씨는 오르골을 침대 맞은편 화장대 위에 올려 두었습니다. 발레리나는 창문 쪽을 보고 서 있었습니다.
돌아서 있는 것
다음 날 아침, 윤 씨는 눈을 뜨자마자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발레리나의 방향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창문이 아니라, 정확히 침대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자다가 건드렸나 싶었습니다. 윤 씨는 발레리나를 손으로 돌려 다시 창문 쪽으로 맞춰 놓았습니다. 작은 도자기 몸통은 차갑다 못해 손끝이 아릴 정도였습니다.
둘째 날 아침에도 발레리나는 침대를 보고 있었습니다.
셋째 날에는 뚜껑이 열려 있었습니다. 윤 씨는 오르골을 닫은 기억이 분명했습니다. 새벽 3시 7분쯤 잠에서 깰 때마다 방 안에는 아주 작은 소리가 남아 있었습니다. 태엽이 감기는 소리. 드르륵, 드르륵, 하는 소리가 꿈속까지 따라왔습니다.
넷째 날 밤, 윤 씨는 오르골을 서랍에 넣고 잠근 뒤 열쇠를 머리맡에 두었습니다. 그날 새벽 3시 7분, 서랍 안에서 멜로디가 흘러나왔습니다. 느리고 음정이 처진 멜로디였습니다. 태엽은 분명히 감지 않았는데도.
카메라에 찍힌 밤
잠을 설친 윤 씨는 닷새째 밤, 휴대폰을 책장에 세워 두고 밤새 영상을 찍기로 했습니다. 오르골이 스스로 움직이는지, 아니면 자신이 착각하는 건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오르골은 서랍에서 다시 꺼내 화장대에 올려 두고 뚜껑을 닫았습니다. 창밖 가로등 불빛이 방 안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영상을 돌려 보았습니다. 새벽 2시 50분까지는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가로등 불빛에 잠긴 어두운 방, 규칙적인 숨소리, 이불이 오르내리는 모습뿐이었습니다.
3시 7분. 침대 위의 윤 씨가 눈을 뜬 채로 몸을 일으켰습니다.
윤 씨는 눈을 감고 있지 않았습니다. 눈은 허공의 한 점을 향해 크게 뜨여 있었고, 입가에는 본 적 없는 얇은 미소가 걸려 있었습니다. 맨발로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대 앞에 섰습니다. 오르골 뚜껑을 열고 태엽을 감았습니다. 열 바퀴, 정확하게. 느리고 음정이 처진 멜로디가 흘러나왔습니다.
그리고 발레리나를 침대 쪽으로 돌려놓았습니다.
윤 씨의 손은 조심스러웠습니다. 마치 아이를 재우는 것처럼, 도자기 인형의 어깨를 두 손으로 감싸서. 그러고는 다시 침대로 돌아가 이불을 덮고 누웠습니다. 화면 속의 윤 씨는 눈을 뜬 채였고, 그대로 한참 동안 천장이 아니라 화장대 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윤 씨는 몽유병을 앓은 적이 없었습니다. 한 번도.
그제야 떠오르는 것이 있었습니다. 서랍에서 멜로디가 흘러나온 다음 날 아침, 머리맡에 두었던 서랍 열쇠는 화장대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버린 뒤에도
그날 낮에 윤 씨는 오르골을 종이에 싸서 재활용품 수거함 깊숙이 밀어 넣었습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 돌아왔습니다. 그날 밤에는 이상하게 푹 잤습니다.
다음 날 아침, 화장대 위는 비어 있었습니다. 오르골은 돌아와 있지 않았습니다.
윤 씨는 안도했습니다. 그리고 세수를 하려다 거울 속 자기 손바닥을 보았습니다. 오른쪽 손바닥 한가운데에 둥글고 붉은 자국이 눌려 있었습니다. 작은 태엽 열쇠를 오래 돌린 사람의 손에 남는 자국이었습니다.
윤 씨는 지금도 새벽 3시 7분이면 눈을 뜹니다. 잠이 깨는 게 아니라, 이미 일어서서 화장대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은 빈 화장대 위로, 두 손을 모아 쥔 채로.
이 이야기는 창작된 공포 이야기이며,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는 실제와 관계가 없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