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떨어져 있던 우산
오○○ 씨(가명, 31세)는 지난주 화요일 밤, 야근을 마치고 버스에서 내렸다. 정류장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십 분. 하필 그날 우산이 없었고, 비는 점점 굵어졌다.
골목 입구 가로등 아래, 젖은 아스팔트 한가운데에 검은 장우산 하나가 반쯤 접힌 채 떨어져 있었다.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손잡이는 이상하게 따뜻했다. 오 씨는 잠깐 망설이다 우산을 집어 들었다. 누군가 버린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우산을 펴자 빗소리가 뚝 멎은 듯 조용해졌다.
하나 더 많은 그림자
집까지 걷는 동안 가로등이 하나씩 머리 위를 지나갔다. 그때마다 바닥에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우산을 쓴 오 씨의 그림자. 그리고 그 옆에, 키가 비슷한 그림자가 하나 더 있었다.
처음엔 우산 살이 만든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걸음을 멈췄다. 오 씨의 그림자는 멈췄다. 옆의 그림자는 반 걸음 늦게 멈췄다.
오 씨는 손잡이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우산 아래에는 오 씨 혼자였다. 어깨도, 팔도, 닿는 것은 없었다. 다만 우산 안쪽 공기가 한 사람만큼 더 무거웠다.
그날 밤 오 씨는 우산을 접어 현관 문 옆 우산꽂이에 꽂아 두고 잤다. 새벽에 물 한 잔을 마시러 나왔을 때, 우산은 펼쳐진 채 현관 바닥에 서 있었다. 활짝 펴진 우산 아래 바닥에는 물이 고여 있었다. 맨발 크기의 젖은 자국이 두 개, 우산 아래에서 거실 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버리려던 날
수요일부터 사흘 동안 오 씨는 우산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밤마다 현관 쪽에서 우산 살이 펴지는 소리가 났다. 딸깍, 딸깍.
금요일 밤, 오 씨는 우산을 들고 처음 주웠던 골목 가로등 아래로 갔다. 비는 오지 않았다. 우산을 처음 있던 자리에 내려놓고 돌아서려는 순간, 가로등 불빛이 오 씨의 뒤에서 앞으로 길게 그림자를 던졌다.
그림자는 두 개였다.
오 씨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림자 하나가 오 씨의 발끝에서 떨어져 나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오 씨의 몸은 그대로였다. 그림자만 우산 쪽을 향해 허리를 숙이더니 바닥에 놓인 우산을 집어 들었다.
우산은 아스팔트에서 떠올랐다. 아무도 쥐고 있지 않은 채로.
그리고 오 씨의 머리 위에서, 우산이 천천히 펴졌다.
아직 쓰고 있는 사람
오 씨는 그 우산을 어떻게 집에 가져왔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눈을 떴을 때는 토요일 아침이었고, 우산은 우산꽂이에 얌전히 꽂혀 있었다. 손잡이는 여전히 따뜻했다.
이후 오 씨는 맑은 날에도 가로등 아래를 지날 때면 바닥을 확인한다.
그림자는 언제나 두 개다. 그리고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가끔 오 씨의 머리 위로 빗방울 하나 없는 우산의 그늘이 드리워진다.
이 이야기는 창작·각색된 콘텐츠이며 실제 인물, 장소, 사건과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