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서 온 연락
올해 34세인 정 씨(가명)는 다큐멘터리 PD입니다. 지난 2월, 정 씨에게 한 통의 연락이 왔습니다. 충청남도 산골의 작은 절에서 퇴마 의식을 촬영해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의뢰인은 절의 주지스님이었습니다. 스님은 전화 너머로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신도 한 분이... 이상해지셨습니다. 갑자기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시고, 알 수 없는 말을 하세요.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정 씨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카메라와 녹음 장비를 챙겨 절로 향했습니다.
본인이 아닌 사람
절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 해가 산 너머로 기울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문제의 신도는 50대 여성 한 씨(가명)였습니다. 정 씨가 처음 한 씨를 봤을 때, 별다른 이상은 없어 보였습니다. 조용히 앉아 염주를 굴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가 완전히 지고, 법당에 촛불만 켜졌을 때.
한 씨의 눈빛이 변했습니다.
갑자기 허리를 곧추세우더니, 완전히 다른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낮고, 갈라지고, 느린 목소리. 분명 50대 여성의 목소리가 아니었습니다. 늙은 남자의 목소리였습니다.
그리고 그 말은...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어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이상한 억양의 말이 한 씨의 입에서 쏟아졌습니다.
정 씨는 녹음기의 빨간 불이 켜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카메라를 한 씨에게 고정했습니다.
퇴마 의식
스님이 목탁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한 씨의 몸이 뒤로 젖혀졌습니다. 목이 90도로 꺾일 듯 뒤로 젖혀진 채, 그 늙은 남자의 목소리는 더 커졌습니다.
법당의 촛불이 일제히 흔들렸습니다. 바람이 없는 밀폐된 공간이었습니다.
정 씨의 녹음기 바늘이 미친 듯이 흔들렸습니다. 음량이 비정상적으로 높았습니다. 한 씨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보다 녹음기에 잡히는 소리가 훨씬 컸습니다.
마치 녹음기 바로 옆에서 다른 누군가가 함께 말하고 있는 것처럼.
스님의 독경 소리가 높아지자, 한 씨가 갑자기 정 씨를 바라보았습니다.
한 씨의 눈동자가 완전히 뒤집혀 흰자만 보였습니다.
그리고 또렷하게, 이번에는 현대 한국어로 말했습니다.
"너... 그거... 끄지 마라... 내 말을... 들어야 한다..."
녹음기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200년 전의 유언
의식은 두 시간 만에 끝났습니다. 한 씨는 의식을 마친 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정 씨는 서울로 돌아와 녹음 파일을 정리했습니다.
한 씨의 목소리 뒤에, 분명히 또 다른 음성이 겹쳐 녹음되어 있었습니다. 한 씨의 입에서 나온 소리와는 다른, 더 깊고 더 오래된 느낌의 목소리.
정 씨는 국어학과 교수에게 녹음 파일을 보냈습니다.
일주일 뒤 교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교수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습니다.
"이 녹음... 어디서 구한 겁니까?"
교수의 설명은 이러했습니다.
녹음된 언어는 19세기 초 충청도 지역에서 사용되던 방언이었습니다. 현재는 완전히 소멸된, 학술 자료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어휘와 문법 구조였습니다.
50대 여성이 이 방언을 알 수 있을 가능성은 제로였습니다. 언어학 전공자조차 해독에 시간이 걸리는 수준이었습니다.
교수가 해독한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내 뼈를 찾아다오. 절 아래 개울가 큰 바위 밑에 내 뼈가 있다. 200년을 기다렸다. 제발... 내 뼈를 수습해다오. 그래야 내가 갈 수 있다."
개울가의 발견
정 씨는 반신반의하며 절에 다시 갔습니다.
절 아래 개울가에는 실제로 큰 바위가 있었습니다.
바위 주변의 흙을 파자, 30센티미터 깊이에서 오래된 뼛조각이 나왔습니다.
나중에 감정 결과, 최소 150년 이상 된 인골로 추정되었습니다.
스님은 그 뼈를 수습하여 천도재를 올렸습니다.
한 씨의 증상은 그 뒤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정 씨의 녹음 파일은 아직 그의 외장하드에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정 씨는 그 파일을 다시 재생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파일을 확인했을 때, 녹음 끝부분에 처음에는 없던 소리가 추가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맙다"
그 한마디가, 정 씨가 녹음기를 끈 뒤 3분 뒤 시점에 녹음되어 있었습니다.
녹음기는 분명히 꺼져 있었는데.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으며, 특정 장소를 지목하지 않았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