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쏟아지던 그날 밤
올해 31세인 박OO 씨는 친한 친구 세 명과 함께 강원도 깊은 산속 캠핑장을 찾았습니다. 한국의 봄 끝자락, 벚꽃이 지고 신록이 막 올라오기 시작하는 계절이었습니다.
캠핑장 관리인은 체크인할 때 한 가지를 당부했습니다.
저쪽 구석 자리는 쓰지 마세요. 배수가 안 좋아서.
그런데 관리인이 가리킨 방향에는 배수로 같은 건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장 평평하고 넓은 자리였습니다. 일행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지만 이미 관리인은 사무실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일행은 관리인 말대로 다른 자리에 텐트를 쳤습니다. 모닥불을 피우고 막걸리를 마셨습니다. 박 씨는 평소보다 조용했지만 친구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원래 술자리에선 조용한 편이었으니까요.
자정이 넘자 친구들은 하나씩 텐트로 들어갔습니다. 박 씨도 그랬습니다.
새벽에 텐트 밖에서 들려온 소리
새벽 2시 40분.
친구 최OO 씨는 오줌이 마려워 잠에서 깼습니다. 텐트 지퍼를 열려는 순간 밖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웅얼거리는 소리였습니다.
처음엔 누군가 혼잣말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말의 패턴이 이상했습니다. 반복되는 리듬, 일정한 박자. 기도 같기도 하고 주문 같기도 한 무언가.
최 씨는 헤드랜턴을 켜고 텐트를 나왔습니다.
박 씨가 서 있었습니다.
관리인이 사용하지 말라고 했던 바로 그 구석 자리. 거기 박 씨가 맨발로 서 있었습니다. 4월의 산속은 아직 차가웠습니다. 박 씨의 발이 축축한 낙엽 위에 닿아 있었지만, 그녀는 그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눈은 뜨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초점이 없었습니다. 시선이 어딘가 먼 곳, 혹은 아무것도 없는 곳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 박 씨의 목소리가 아니었습니다. 훨씬 낮고, 쉬고, 나이든 여성의 목소리였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누구인지 몰랐다
최 씨가 달려가 박 씨의 어깨를 잡았습니다.
야, 박OO! 박OO아!
박 씨는 고개를 돌렸습니다. 최 씨를 바라봤습니다. 그런데 그 눈이... 달랐습니다. 눈 속에 어떤 감정도 없었습니다. 인식이 없었습니다.
박 씨는 낯선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여기... 내가 묻힌 곳이야.
최 씨의 등이 오싹해졌습니다. 소리를 질러 다른 친구들을 깨웠습니다.
세 명이 달려나와 박 씨를 텐트 안으로 끌어들였습니다. 박 씨는 저항했습니다. 작은 체구였지만 힘이 비정상적으로 셌습니다. 남성 친구 둘이 붙들고서야 겨우 텐트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텐트 안에서 박 씨는 계속 웅얼거렸습니다. 낯선 목소리로. 간간이 이름 같은 것을 반복했습니다.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옛날 이름 같았습니다.
새벽 4시가 넘자 박 씨는 조용해졌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박 씨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박 씨는 멀쩡했습니다. 전날 밤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텐트 구석 자리에 간 것도, 낯선 목소리로 말한 것도, 무언가를 웅얼거린 것도.
야, 나 그랬어? 진짜?
박 씨의 발바닥에는 낙엽과 흙이 가득 묻어 있었습니다.
일행은 짐을 빠르게 챙겨 캠핑장을 떠났습니다. 관리인 사무실 앞을 지나칠 때, 관리인이 밖에 나와 있었습니다.
일행을 보더니 한마디를 했습니다.
그쪽 자리... 사용 안 하셨죠?
친구들은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그 캠핑장 후기를 찾아보니, 비슷한 증언이 서너 개 더 있었습니다. 하나같이 새벽에 일행 중 누군가가 그 구석 자리에서 혼자 서 있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박 씨는 지금도 그 캠핑장 이름이 나오면 대화를 피합니다.
스스로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날 밤을, 그래서 더 두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된 창작 공포 이야기입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