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재가 끝나던 날 밤
박○○ 씨(가명, 52세)의 어머니는 작년 겨울,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여든둘의 나이였지만 아직 정정하셨고, 전날까지도 밭일을 하셨다고 합니다. 갑작스러운 죽음이라 가족 모두 충격이 컸습니다. 박 씨는 어머니가 원하시던 대로 49재를 절에 부탁해 치렀습니다. 49재가 끝나면 망자의 영이 이승을 떠난다고 했으니까요.
그런데 49재가 끝난 그날 밤, 이상한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조카의 입에서 나온 할머니의 목소리
박 씨의 조카 류○○(가명, 25세)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있었습니다. 49재를 함께 치르기 위해서였습니다. 오후에 절에서 제를 마치고 저녁에 다 같이 박 씨의 집으로 왔습니다.
열두 명 남짓한 친척들이 모여 앉아 저녁을 먹고, 할머니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습니다.
류○○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처음엔 슬픔이 북받쳐 오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곧 이상하다는 걸 모두가 눈치챘습니다. 류○○은 스물다섯의 청년인데, 울음이 멈추고 입을 열었을 때 나온 것은 노파의 목소리였습니다.
"인자 됐다. 다들 잘 있거라."
사투리였습니다. 할머니가 쓰시던 바로 그 억양이었습니다.
아무도 알 수 없는 것들을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모두가 얼어붙었습니다. 그러다 박 씨의 남동생이 어렵게 입을 열었습니다.
"...어머니?"
류○○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가 대답했습니다.
"그래. 나다. 너거 다 내 속 많이 썩였제."
웃음기가 섞인 목소리였습니다.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자주 하시던 말이었습니다. 박 씨의 어머니는 자식들 걱정에 잠 못 이루는 분이셨습니다. 그 말을 달고 사셨습니다.
그런데 그다음부터가 문제였습니다.
류○○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말들은, 가족 누구도 류○○에게 말한 적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수십 년 전 박 씨의 아버지와 할머니 사이에 있었던 다툼, 박 씨가 중학교 때 몰래 시험을 망쳤던 일, 막내 삼촌이 군대 가기 전날 밤 할머니 방에서 울었던 일.
류○○은 그 자리에 없었을 뿐 아니라, 태어나지도 않은 시절의 이야기들을 할머니의 목소리로 하나씩 꺼내놓았습니다.
목소리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20분쯤 지났을 무렵이었습니다.
할머니의 목소리로 말하던 류○○이 갑자기 말을 멈췄습니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오랜 침묵.
박 씨는 혹시 조카가 정신을 차린 건가 싶어 조심스럽게 어깨에 손을 얹었습니다.
그 순간, 류○○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목소리가 달라져 있었습니다.
더 이상 할머니의 목소리가 아니었습니다. 낮고 쉰 듯한 목소리.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류○○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아직 안 갔다."
박 씨는 그 순간 모든 체온이 바닥으로 내려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할머니의 영이 떠나지 않았다는 것인지. 아니면 할머니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들어왔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새벽 내내 이어진 것
류○○은 그 뒤로 다섯 시간 동안 말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할머니의 목소리와 알 수 없는 목소리 사이를 왔다 갔다 했습니다. 할머니의 목소리가 나올 때는 가족 개개인의 이름을 부르며 마지막 인사 같은 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아닌 것이 나올 때는 다른 말을 했습니다.
"이 집 마당 밑에."
"오래됐다."
"너희가 부른 게 아니다."
박 씨는 새벽 2시쯤 지인을 통해 무속인에게 연락했습니다. 무속인은 전화로만 몇 마디 듣고 바로 말했습니다.
"할머니 영은 벌써 갔어요. 그쪽에 있는 건 할머니가 아닙니다. 방 안에 있는 모든 분들 즉시 나가세요."
가족들은 새벽에 모두 류○○만 남기고 방 밖으로 나왔습니다. 10분 뒤 방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류○○은 방 한가운데 쓰러져 있었습니다. 기억이 없었습니다. 저녁 식사 도중 갑자기 졸렸던 기억이 마지막이라고 했습니다.
마당 밑에서 나온 것
다음 날, 박 씨는 떨리는 손으로 마당 한쪽을 삽으로 팠습니다.
30cm쯤 되는 깊이에서 낡은 항아리 조각이 나왔습니다. 그 안에는 흙에 젖어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무언가가 들어 있었습니다. 무속인은 사진을 보고 "오래된 저주 항아리"라고 했습니다. 적어도 수십 년은 된 것이고,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 집 터에 묻어 놓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누가, 왜, 언제 묻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박 씨는 그 집에서 이사했습니다.
류○○은 지금도 그날 밤 일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가끔 이유를 알 수 없는 사투리가 혀끝에 맴돈다고 합니다. 자신은 쓴 적 없는, 할머니가 쓰시던 바로 그 억양이.
이 이야기는 실제 공포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된 창작 공포 이야기입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