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를 마친 그날 밤
올해 41세인 박○○ 씨는 매년 4월이면 어머니의 기일 제사를 지냅니다. 어머니는 3년 전 갑작스러운 심장 발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생전에 손녀딸을 유난히 아끼던 분이셨습니다.
제사 당일, 박 씨의 집에는 형제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제사를 마치고 음식을 나눠 먹은 뒤, 밤 11시가 넘어서야 사람들이 하나둘 돌아갔습니다. 박 씨의 열한 살 딸 유○이는 이미 소파에서 스르르 잠들어 있었습니다.
박 씨가 딸을 방으로 옮겨 이불을 덮어주었을 때, 시간은 자정이 조금 넘어 있었습니다.
그 목소리는 딸의 것이 아니었다
박 씨가 설거지를 마치고 안방으로 들어가려던 순간이었습니다.
딸 방에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 밥은 먹었니?"
박 씨는 그 자리에서 굳었습니다.
목소리는 분명 어린아이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낮고, 걸쭉하고, 어딘가 흐릿한 느낌. 박 씨는 그 목소리를 3년 만에 다시 들었지만 단 0.1초도 헷갈리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의 목소리였습니다.
박 씨의 남편 최○○ 씨도 소리를 들었는지 거실에서 달려왔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습니다. 최 씨의 얼굴이 창백했습니다.
딸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었습니다.
유○이는 눈을 감은 채 누워 있었습니다. 자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입술이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제사 잘 지냈다. 고맙구나."
박 씨는 그 순간 무릎에 힘이 빠졌습니다. 남편이 뒤에서 팔을 붙잡아 주지 않았다면 주저앉았을 것입니다.
딸이 알 수 없는 것들을 말했다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서 있었습니다.
유○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계속되었습니다.
"서랍 안에 편지 있다. 못 드렸던 거."
"○○이 학교 잘 다니고 있지? 예쁘게 컸더라."
"나는 괜찮으니 걱정 마라."
박 씨는 그 말들을 하나도 흘려듣지 못했습니다. 특히 '서랍 안 편지' 이야기에서 심장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유품을 정리하다가 어머니 서랍 속에서 봉투 하나를 발견한 적이 있었습니다. 박 씨의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차마 열어보지 못하고 그대로 다시 넣어두었습니다. 그 사실은 박 씨 본인만 알고 있었습니다. 남편에게도, 형제들에게도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습니다.
유○이는 그것을 알 수 없었습니다.
5분쯤 지났을까요. 딸의 입술이 멈췄습니다. 호흡이 깊고 고르게 바뀌었습니다. 정말로 자고 있는 아이의 숨소리였습니다.
아이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유○이는 평소처럼 일어나 밥을 먹었습니다. 박 씨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어젯밤에 꿈 꿨어?"
유○이는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아니. 왜요?"
아이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박 씨는 그날 오후 홀로 고향집으로 향했습니다. 어머니 방 서랍을 열었습니다. 봉투가 그대로 있었습니다. 손이 떨렸지만 천천히 뜯었습니다.
편지 안에는 딸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어머니의 마지막 말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박 씨는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딸은 그 서랍을, 그 편지를, 어떻게 알았을까요.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