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이상했다
한○○ 씨(가명, 32세)는 스스로를 '예민한 사람'이라고 소개합니다.
어릴 때부터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친구네 집에 놀러 가면 그 집에 누가 살았는지 어렴풋이 느껴지곤 했습니다. 가족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한 씨의 외할머니만은 달랐습니다.
너는 문이 열려있는 아이야. 언제나 조심해야 한다.
외할머니는 무속인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평범한 시골 노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 씨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분명하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2024년 봄,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1년 뒤인 2025년 봄, 한 씨의 기일 제삿날이 되었습니다.
제삿날 밤의 기이함
제사를 마친 건 밤 10시를 조금 넘어서였습니다.
한 씨는 가족들이 잠들고 난 뒤 혼자 부엌에 남아 제삿상을 정리했습니다. 집 안은 향 냄새로 가득했습니다. 창문을 살짝 열어두었지만 공기가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설거지를 반쯤 마쳤을 때, 한 씨는 이상한 감각을 느꼈습니다.
뒷목이 서늘해졌습니다. 체온이 내려가는 것 같은 느낌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이 뒷목을 쓰다듬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기분 탓이겠지.
한 씨가 다시 설거지를 하려는 순간, 자신의 손이 멈추었습니다. 정확히는 멈추려는 의도가 없었는데 손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냥 물이 흐르는 싱크대 앞에, 자신의 손이 그대로 굳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입이 벌어졌습니다.
한 씨의 의지와 상관없이.
내 목소리가 아니었다
소리가 나왔습니다.
한 씨의 목구멍에서, 한 씨의 입을 통해서 나왔지만, 그것은 한 씨의 목소리가 아니었습니다.
낮고, 거칠고, 오래된 목소리. 오랫동안 병을 앓고 난 뒤처럼 힘이 없는 목소리. 그 목소리는 한 씨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한 씨는 얼어붙었습니다. 그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알아챘기 때문입니다.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목소리였습니다.
1년 전까지 매일 들었던, 마지막 입원 때 산소마스크 너머로 겨우 들을 수 있었던 그 목소리. 틀림없었습니다.
무섭니? 괜찮아. 할미다.
목소리는 계속되었습니다. 한 씨의 입에서 나오는 할머니의 말이었습니다. 한 씨는 말을 하려 했지만 목이 잠겨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몸이 싱크대 앞에 고정된 채, 자신의 입에서 할머니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을 들어야 했습니다.
문 잠가라. 오늘은 무거운 것들이 많이 들어왔어. 제사 음식 냄새 맡고 따라온 거야. 할미가 잡고 있을 테니까, 너는 소금 뿌리고 자.
목소리가 멈추었습니다.
한 씨는 숨을 내쉬었습니다. 몸이 다시 자신의 것이 된 것을 느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알게 된 것
한 씨는 그날 밤 집 안 구석구석에 소금을 뿌리고 창문을 모두 잠갔습니다. 그리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아침이 될 때까지 눈을 감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어머니에게 간밤의 일을 조심스럽게 꺼냈습니다. 어머니는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실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네 얘기를 많이 하셨어. 너한테 문이 열려있다고, 자기가 살아있는 동안은 지켜줄 수 있는데 가고 나면 어떡하냐고. 돌아가시기 전날 밤에도 그 말씀을 하셨거든.
어머니가 잠깐 말을 멈췄습니다.
근데 네가 한 말... 소금 뿌리라는 말... 그거 할머니가 항상 하시던 말이야. 제삿날 밤에는 꼭 소금 뿌리고 자라고. 나한테도, 너한테도.
한 씨는 지금도 제삿날 밤이면 잠들기 전에 소금을 뿌립니다.
그리고 이따금 생각합니다. 그날 밤 할머니가 막아준 것이 무엇인지를.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창작 공포 이야기입니다. 체험자의 신원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