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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포 유형: 초자연 현상
  • 주의사항: 이 이야기는 창작·각색된 콘텐츠이며 실제 인물, 장소, 사건과 무관합니다
초자연 현상

계단을 오를 때마다, 발소리는 나보다 한 칸 앞서 있었다

사층 빌라 삼층에 사는 정우 씨는 매일 밤 계단에서 자신보다 한 박자 먼저 도착하는 발소리를 듣는다. 사층은 여덟 달째 비어 있는데, 어느 밤 계단은 존재하지 않는 층까지 이어졌다.

2026년 09월 10일 visibility 3,672 조회 NEW
계단을 오를 때마다, 발소리는 나보다 한 칸 앞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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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외곽, 사층 다세대주택 삼층

이정우 씨(가명, 29세)는 재작년 겨울, 서울 외곽의 오래된 사층짜리 다세대주택 삼층으로 이사했다. 웹툰 문하생으로 일하며 마감이 몰릴 때마다 밤을 새우는 생활이라, 조용하고 월세가 싼 그 집이 마음에 들었다. 건물은 계단식 구조로 한 층에 한 가구씩만 사는 오래된 빌라였고, 엘리베이터는 없었다. 좁고 가파른 시멘트 계단에 백열등 몇 개가 드문드문 달려 있어, 밤에 오르내리면 계단참마다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집주인은 계약할 때 딱 한 마디를 덧붙였다.

"사층은 지금 비어 있어요. 여덟 달째. 나가신 분이 워낙 급하게 나가셔서, 아직 새 세입자를 못 구했네요."

정우 씨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위층이 비어 있으면 오히려 조용해서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실제로 이사 온 첫 두 달은 그의 말대로였다. 밤늦게 들어와도 위층에서 나는 소리라곤 바람에 창틀이 덜컹이는 정도였고, 계단은 낮이나 밤이나 고요했다.

위층엔 아무도 살지 않는다

이사하고 두 달쯤 지난 어느 밤, 마감을 끝내고 편의점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계단을 오르는데, 자신의 발소리 뒤로 다른 발소리가 섞여 들렸다. 처음엔 위층 사람이 늦게 귀가하는 소리려니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 발소리는 자신과 같은 계단을 밟고 있는데도, 마치 자신보다 반 박자 먼저 그 계단을 밟고 지나간 것처럼 들렸다.

정우 씨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계단에는 아무도 없었다.

며칠 뒤 집주인에게 지나가듯 물었다. "사층에 누구 이사 오셨어요?" 집주인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요. 왜요?" 정우 씨는 그냥 발소리가 들린 것 같아서라고 얼버무렸다. 집주인은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이 건물이 오래돼서 소리가 좀 울려요. 옆 건물 소리일 수도 있고."

그 말을 듣고도 정우 씨는 어딘가 찜찜함을 지울 수 없었다. 옆 건물은 계단 반대편에 있었고, 소리가 넘어올 만한 구조가 아니었다. 게다가 그 건물에는 애초에 사람이 살지 않는 상가 창고뿐이라는 것을, 그는 나중에야 알게 됐다.

한 박자 먼저 도착하는 발소리

그 뒤로 발소리는 거의 매일 밤 들렸다. 정우 씨는 나름대로 규칙을 찾아보려 했다. 발소리는 늘 그가 계단을 오를 때만 들렸고, 내려갈 때는 한 번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언제나 그의 발소리보다 정확히 한 계단만큼 앞서 있었다. 그가 3층 계단을 밟으면, 그 발소리는 이미 4층 계단을 밟고 있는 듯한 울림으로 들렸다.

한번은 실험 삼아 일부러 걸음을 멈춰 보았다. 자신의 발소리가 끊기자, 위에서 들리던 발소리도 동시에 뚝 끊겼다. 마치 그 소리가 자신의 걸음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자신의 걸음을 미리 알고 앞질러 걷는 것 같았다.

정우 씨는 그 뒤로 밤늦게 귀가할 때마다 계단 수를 세는 버릇이 생겼다. 1층에서 3층 자신의 집까지는 정확히 마흔두 칸이었다. 세어보면 늘 마흔두 칸이었다. 이상하게도 그 숫자를 세고 있으면 마음이 놓였다. 적어도 계단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믿고 싶었다.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털어놓은 적도 있었다. 친구는 "네가 예민해진 거다, 마감 스트레스 때문"이라며 웃어넘겼다. 정우 씨도 한동안은 그렇게 믿으려 했다. 하지만 어느 밤부터, 발소리가 자신보다 앞서 도착하는 지점이 조금씩 위로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처음엔 3층 계단참에서 멈추던 소리가, 나중에는 4층을 지나 그 위 어딘가에서까지 울리는 것 같았다.

이 건물은 사층이 마지막 층이었다. 그 위에는 옥상으로 통하는 철제 계단 하나가 전부였다.

존재하지 않는 오층

그날 밤은 마감이 유난히 늦어져, 새벽에 가까운 시각에야 집으로 향했다. 계단을 오르는데 발소리는 여느 때보다 또렷했다. 정우 씨는 무심코 계단 수를 세다가, 마흔두 칸을 넘어 마흔세 칸, 마흔네 칸까지 세고 있는 자신을 깨달았다.

이상했다. 3층 자신의 집 현관은 이미 지나쳤어야 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눈앞에 낯선 계단참이 있었다. 백열등 하나가 위태롭게 깜빡이고, 그 옆으로 철문 하나가 서 있었다. 이 건물에는 없는 층의 문이었다. 정우 씨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문패도, 호수 표시도 없는 그 철문을 바라봤다. 문 아래 틈으로 옅은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 빛은 형광등처럼 하얗지도, 백열등처럼 노랗지도 않은, 이도 저도 아닌 색이었다.

그 순간, 등 뒤에서 자신이 방금 지나온 계단을 밟는 발소리가 들렸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소리였다. 정우 씨는 뒤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눈을 질끈 감고 마음속으로 숫자를 거꾸로 세기 시작했다. 마흔넷, 마흔셋, 마흔둘...

문 앞에 먼저 와 있던 것

정신을 차렸을 때, 정우 씨는 자신의 집 현관 앞에 서 있었다. 몇 분이 지났는지, 그사이 무엇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손에 쥔 열쇠가 이상하게 따뜻했다. 마치 누군가 방금 전까지 그 열쇠를 쥐고 있었던 것처럼.

문을 열기 직전, 그는 현관 손잡이가 아주 미세하게, 안쪽에서부터 스스로 돌아가는 것을 보았다. 마치 누군가 안에서 문을 열어주려는 것처럼.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었다.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신발장 위에 가지런히 벗어두고 나갔던 자신의 슬리퍼 방향이 반대로 돌려져 있었다. 그리고 현관 바닥에, 마른 자국이 하나 남아 있었다. 밖에서 들어온 발자국이 아니라, 신발장 쪽에서 시작해 현관문 쪽으로, 마치 누군가 안에서 밖으로 걸어 나간 듯한 방향의 자국이었다.

정우 씨는 그 자리에 한참을 서서, 그 발자국이 자신의 신발 사이즈와 정확히 같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지금도 비어 있는 사층

정우 씨는 그날 이후로도 여전히 그 집에 산다. 계약 기간이 남아 있었고, 무엇보다 이제는 그 발소리가 자신을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는 이상한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이제 밤에 계단을 오를 때 절대로 계단 수를 세지 않는다. 발소리가 들려도 걸음을 멈추지 않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저 평소와 같은 속도로 걷는다.

가끔 그는 궁금하다고 했다. 그날 밤 마흔넷을 세고 마주쳤던 그 철문 너머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그리고 자신보다 먼저 현관에 도착해 손잡이를 돌리던 것은, 정말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사층은 지금도, 여전히 비어 있다.


이 이야기는 완전히 창작·각색된 콘텐츠입니다. 실제 존재하는 인물, 장소, 사건과는 무관하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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