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센티미터
강○○ 씨(가명, 34세)는 지난달 중순, 투룸 빌라 3층으로 이사했다. 현관을 열면 좁은 통로가 거실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신발장, 화분, 수납장, 소파가 통로 양쪽에 놓였다. 이삿날 밤 재 보니 통로 폭은 정확히 90센티미터였다.
혼자 사는 집이라 불안해 거실 TV장 위 선반에 홈캠을 하나 달았다. 현관과 거실 전체가 한 화면에 들어오는 위치였다.
일주일쯤 지난 아침, 강 씨는 신발장 옆 바닥에 이상한 선을 발견했다. 화분 다리가 있던 자리에 먼지가 눌린 자국이 남아 있었다. 화분은 그 자국에서 벽 쪽으로 1센티미터쯤 떨어져 있었다.
청소하다 밀렸나 보다 생각했다.
매일 조금씩
다음 날에도 화분은 벽 쪽으로 더 가 있었다. 수납장도, 소파도 마찬가지였다. 가구 다리마다 먼지 자국이 한 줄씩 새로 생겼다.
줄자를 꺼냈다. 통로 폭은 92센티미터였다.
그다음 날은 94, 그다음 날은 96이었다.
가구를 원래 자리로 밀어 놓아도 소용없었다. 밤이 지나면 가구들은 전날 아침 물러나 있던 그 자리보다 다시 1센티미터씩 더 벽 쪽에 가 있었다. 양쪽 가구가 1센티미터씩 물러나니, 통로는 되돌려 놓은 적이 없다는 듯 하루 2센티미터씩 넓어졌다. 아무도 드나들지 않았고 도어락 기록도 깨끗했다.
닷새째 밤, 강 씨는 홈캠 녹화를 돌려 보았다.
새벽 3시 12분. 영상 속 거실은 어두웠고 푸른 야간 모드로 번져 있었다. 그리고 소리 없이, 가구들이 움직였다.
미끄러진다기보다 누군가가 양쪽에서 정중하게 길을 비켜 주는 것 같았다. 화분이, 수납장이, 신발장이 한 뼘도 안 되는 거리를 천천히 물러났다. 영상 속에 사람은 없었다.
마치 누군가 지나갈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처럼.
그 길로 들어오는 것
강 씨는 열흘째 밤을 새우기로 했다. 통로 폭은 110센티미터가 되어 있었다. 사람 둘이 나란히 걸어도 될 넓이였다.
불을 끄고, 현관이 보이는 소파에 앉았다. 소파 뒤로는 벽까지 손가락 두어 마디 틈만 남아 있었다.
새벽 3시 12분.
방 안 공기가 갑자기 차가워졌다. 소파가 뒤에서 누르는 것처럼 느릿하게 뒤로 밀렸다. 강 씨를 태운 채로, 벽 쪽으로 1센티미터. 다리가 바닥을 긁는 소리는 없었다.
그때 현관 센서등이 저절로 켜졌다.
문은 닫혀 있었다. 도어락 불빛은 잠금 상태 그대로였다. 그런데 현관 바닥, 신발장 앞 타일 위에 마른 흙이 묻은 맨발 자국이 하나 찍혀 있었다.
방금까지 없던 것이었다.
센서등이 꺼졌다. 다시 켜졌을 때, 발자국은 두 개였다.
문 쪽에서 안쪽으로, 한 걸음씩. 강 씨가 앉은 소파 쪽을 향해서.
길은 처음부터 이 자리까지 비워지고 있었다.
세 번째 발자국이 생겼을 때 강 씨는 신발도 신지 못하고 현관으로 뛰었다. 발자국을 밟지 않으려 벽에 몸을 붙인 채, 어깨너비보다 넓어진 통로 가장자리를 따라서.
새 집에서
강 씨는 그 주에 이사했다. 이삿짐센터는 가구가 왜 벽에만 붙어 있느냐고 물었지만 대답하지 못했다.
홈캠 앱에 남은 마지막 영상의 끝 프레임은 새벽 3시 14분이었다. 거실에는 강 씨의 모습이 없었고, 소파는 벽에 바싹 붙어 있었으며, 비워진 통로 한가운데에 흙 묻은 발자국이 침실 문 앞까지 이어져 있었다.
새집에 도착한 첫날 아침, 강 씨는 줄자를 꺼내 이삿짐 상자들 사이의 통로를 쟀다.
상자는 배치한 적도 없는 벽 쪽에 모두 붙어 있었다.
폭은 정확히 90센티미터였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는 92센티미터였다.
이 이야기는 완전한 창작입니다.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는 실존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