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런히 놓인 신발
최 씨(가명, 33세)는 서울 변두리의 원룸에서 혼자 삽니다. 현관은 한 사람이 겨우 설 만큼 좁고, 신발장 대신 바닥 한쪽에 운동화와 구두 몇 켤레를 모아 두었습니다. 최 씨는 신발을 벗어 던지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10월 첫째 주 월요일 아침, 최 씨는 이상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어젯밤 아무렇게나 벗어 둔 운동화가 현관문 쪽으로 코를 향한 채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마치 누군가 곧 신고 나갈 사람처럼.
피곤해서 자기가 정리했나 보다 하고 넘겼습니다.
하루에 한 켤레씩
화요일 아침에는 구두가 같은 모양으로 놓여 있었습니다. 수요일에는 슬리퍼였습니다. 문 쪽으로 돌려진 신발은 하루에 한 켤레씩 늘어나며 모두 문 쪽을 향해 간격까지 맞춘 채 줄지어 있었습니다.
현관문 도어락은 매일 밤 잠겨 있었고, 잠금 기록에도 열린 흔적이 없었습니다.
목요일 아침, 최 씨는 줄지어 선 신발 맨 끝에서 처음 보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흙이 묻은 작은 맨발 자국 하나.
최 씨의 발보다 한참 작았고, 현관 바닥 위에 앞꿈치만 찍혀 있었습니다. 마치 신발 앞에서 쪼그려 앉아 있었던 사람의 자국처럼. 방 안에서 현관을 향해 번지는 냉기에 최 씨의 팔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현관 홈캠의 새벽 3시
최 씨는 그날 퇴근길에 중고 홈캠 두 대를 샀습니다. 한 대는 침대 쪽, 한 대는 현관 바로 위 벽 높은 곳에 설치했습니다. 둘 다 어두운 곳에서는 적외선 조명이 켜져 흑백으로 촬영하는 제품이었습니다.
금요일 아침, 최 씨는 이불 속에서 휴대폰으로 녹화본을 열었습니다.
침실 카메라에는 최 씨가 이불을 덮고 누워 자는 모습이 밤새 찍혀 있었습니다. 뒤척이는 것 말고는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현관 카메라는 새벽 3시 11분에 화면이 한 번 끊기듯 흔들렸습니다. 다시 선명해진 화면에는, 아무도 들어온 적 없는 현관 신발들 앞에 무언가가 쪼그려 앉아 있었습니다.
가느다란 어깨의 검은 형체였습니다. 얼굴은 적외선 불빛에 하얗게 번져 눈코가 분간되지 않았습니다. 형체는 신발을 한 짝씩 손에 쥐고, 이미 문 쪽을 향해 있던 코끝을 다시 한 번 반듯하게 맞춰 놓았습니다. 아주 조심스럽게, 아이가 소꿉놀이를 하듯이.
화면 한쪽 구석에는 3시 11분을 가리키는 시각이 찍혀 있었고, 침실 카메라의 시각도 3시 11분이었습니다. 그 시각 침대에는 분명 최 씨가 누워 있었습니다.
그 형체는 신발을 다 놓고 나서, 고개를 천천히 들어 카메라를 올려다보았습니다.
그 하얗게 번진 얼굴 아래쪽, 입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검은 틈이 벌어졌다 닫히기를 되풀이했습니다. 소리는 녹음되지 않았습니다. 최 씨는 그 장면을 수십 번 돌려 본 끝에, 그 움직임이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입 모양이라는 것을 알아보았습니다.
"이제 거의 다."
나갈 준비
최 씨는 그날 신고 출근할 운동화 한 켤레만 남기고 나머지 신발을 전부 봉투에 담아 내다 버렸습니다. 홈캠도 뽑았습니다.
토요일 아침, 현관에는 처음 보는 흰 고무신 한 켤레가 문 쪽을 향해 놓여 있었습니다. 최 씨의 발에는 맞지 않을 만큼 작았습니다.
누군가 나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최 씨는 그것이 누구인지 아직 모릅니다. 다만 그 고무신 옆에는 꼭 한 켤레가 들어갈 만큼의 빈자리가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현관에 남은 최 씨의 신발은 이제 매일 신고 다니는 운동화 한 켤레뿐입니다.
최 씨는 요즘 잠들기 전에 현관을 확인하지 못합니다. 보지 않으면, 아직 오지 않은 것이니까.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으며,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