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가까이 닫혀 있던 홀
이 씨(가명, 34세)와 정 씨(가명, 31세)는 건물 철거 전 내부를 영상으로 남기는 기록 촬영 일을 합니다. 지난 9월 중순, 지방 소도시의 한 폐업한 예식장 촬영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십 년 가까이 문이 닫혀 있던 건물이었습니다.
낮에는 철거 업체 인력이 드나들어 촬영이 어려웠고, 두 사람은 밤 열 시가 넘어서야 건물에 들어갔습니다. 전기는 끊겨 있었습니다. 창문은 합판으로 막혀 있었고, 가장자리 틈으로 바깥 가로등 불빛이 가늘게 새어 들어왔습니다. 이 씨는 적외선 조명이 달린 캠코더를 들었고, 정 씨는 머리에 헤드랜턴을 썼습니다.
2층 본식장은 문을 열자마자 먼지 냄새가 훅 끼쳤습니다. 가운데 길게 깔린 붉은 카펫은 색이 바랬고, 통로 양쪽으로 접이식 의자가 스물다섯 개씩, 모두 쉰 개 놓여 있었습니다.
이상한 것은 의자의 방향이었습니다. 쉰 개가 모두 단상이 아니라 출입문 쪽을 향해 돌려져 있었습니다. 마치 누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모니터 속의 하객
정 씨가 헤드랜턴으로 의자를 훑었습니다. 먼지만 얹힌 빈 의자였습니다.
그런데 이 씨가 캠코더 모니터를 보고 걸음을 멈췄습니다. 적외선 모드로 전환한 화면에서는, 의자마다 사람이 앉아 있었습니다.
흐릿하고 하얀 형체였습니다. 베일을 덮어쓴 것처럼 얼굴 윤곽만 겨우 보이는 사람들이 쉰 개의 의자에 한 명도 빠짐없이 앉아 두 사람이 선 출입문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 씨는 고개를 들어 맨눈으로 홀을 봤습니다. 빈 의자. 다시 모니터를 봤습니다. 하객.
‘정 씨, 일단 끝까지 찍고 나가죠.’
이 씨는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애쓰며 말했습니다. 두 사람은 카펫을 따라 단상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모니터 속에서 줄마다 하객의 고개가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두 사람이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의자에 앉은 형체들이 똑같은 속도로 어깨 너머로 고개를 돌려 따라왔습니다. 하객들은 소리 하나 내지 않았습니다. 다만 카펫 위에서는 두 사람의 발소리 뒤로, 둘의 것이 아닌 박자의 발소리가 한 번씩 더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단상 앞에서
단상 앞에 닿았을 때,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멈췄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돌렸습니다.
끼이이익.
쉰 개의 의자가 동시에 바닥을 긁는 소리가 홀 전체에 울렸습니다. 헤드랜턴 불빛 속의 의자들은 한 뼘씩 뒤로 밀려나 있었지만, 여전히 비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니터 속 하객들은 전부 자리에서 일어서 있었습니다.
짝.
한 번의 박수 소리가 났습니다.
짝. 짝. 짝짝짝짝.
마른 손바닥이 부딪히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쏟아졌습니다. 허공이 박수 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정 씨가 이 씨의 소매를 붙잡았습니다. 두 사람은 지금 신랑 신부가 서는 바로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그때 이 씨의 귀 바로 옆에서, 마이크에 입을 대고 속삭이는 것 같은 여자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직 신부가 도착하지 않았어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두 사람은 하객들 사이 통로를 그대로 되짚어 뛰쳐나왔습니다. 이 씨는 캠코더를 떨어뜨린 것도 몰랐습니다. 등 뒤에서 본식장 문이 저절로 쾅 닫혔습니다.
잘라 내도 줄지 않는 시간
다음 날 낮, 이 씨는 철거 업체 직원과 함께 건물에 들어가 단상 앞 바닥에 떨어져 있던 캠코더를 되찾았습니다. 사무실로 돌아와 녹화 파일을 확인했습니다. 적외선 화면 속 하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찍혀 있었고, 귓가의 속삭임도 또렷이 녹음되어 있었습니다. 박수 소리는 두 사람이 뛰쳐나간 뒤에도 사 분 가까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가장 마지막 장면은 캠코더가 바닥에 누운 채 계속 찍은 출입문 쪽 화면이었습니다. 박수 소리가 뚝 그친 뒤, 하객들은 일제히 문을 향해 서 있었고, 닫혀 있던 문이 아주 천천히 열리고 있었습니다. 문틈 가장자리를 잡은 창백한 손가락이 보인 채로 영상은 끊겼습니다.
이 씨는 의뢰처에 하객이 찍힌 구간을 장비 오류라고 둘러대고, 그 부분을 잘라 낸 뒤 납품했습니다. 그런데 편집 프로그램 속 파일의 재생 시간은 이상하게도 잘라 낸 뒤에도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창작된 공포 이야기이며,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는 실제와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