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면에 없는 층
한 씨(가명, 43세)는 철거 업체에서 해체 전 안전 점검을 맡고 있었습니다. 그날 점검 대상은 폐업한 지 3년이 된 5층 규모의 의류 공장 건물이었습니다. 후배 오 씨(가명, 26세)가 점검표를 끼운 클립보드를 들고 따라다녔고, 한 층을 마칠 때마다 한 씨가 그 층 칸에 직접 동그라미를 쳤습니다.
도면에는 분명히 적혀 있었습니다. 지상 5층, 지하 없음. 전기는 3년 전에 끊겼고, 정문은 철거 업체 열쇠로 열고 들어와 안쪽에서 다시 걸어 잠갔습니다.
두 사람이 건물에 들어선 것은 오후 다섯 시 사십 분. 해가 짧아진 계절이라 한 층을 돌 때마다 창밖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습니다. 손전등 불빛 속에서 먼지가 느리게 떠다녔고, 재봉틀이 뜯겨 나간 자리마다 바닥에 네모난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3층 복도 끝에서 두 사람은 걸음을 멈췄습니다.
화물용 엘리베이터. 철문이 한 뼘쯤 열려 있었는데, 그 틈 너머에는 칸이 아니라 시커먼 승강로만 보였습니다. 그리고 문 위의 작은 층 표시창에서 붉은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전기가 끊긴 건물에서.
아래에서 올라오는 바람
표시창의 붉은 숫자는 B1이었습니다.
「선배님, 이 건물 지하 없잖아요.」
오 씨가 속삭였지만, 한 씨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열린 문틈에서 미지근한 바람이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낡은 건물의 서늘한 공기와는 전혀 다른, 사람 입김처럼 눅눅하고 따뜻한 바람이었습니다. 젖은 시멘트 냄새가 코끝에 감겼습니다.
그리고 소리가 들렸습니다.
끼익. 끼이익.
승강로 아래쪽에서 굵은 케이블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소리였습니다. 무언가가 아주 천천히, 위로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붉은 불빛이 한 번 깜빡였습니다. 그 순간 철문이 스스로 덜컹 밀려 열렸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은 비어 있었습니다. 상자 같은 철제 칸에는 아무도 없었고, 바닥에는 물이 얇게 고여 있었습니다. 한 씨는 손전등을 천천히 아래로 내렸습니다.
발자국이 끝난 자리
젖은 맨발 자국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쪽 물 웅덩이에서 시작된 발자국이 문턱을 넘어 복도의 먼지 위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발가락 모양까지 또렷한 자국이 한 걸음, 또 한 걸음, 두 사람이 서 있는 쪽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발자국은 한 씨의 신발 바로 앞에서 끝나 있었습니다.
「선배님… 이거…」
오 씨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그는 손에 든 점검표를 한 씨 쪽으로 내밀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출력한 점검표였습니다. 1층부터 5층까지 층별 칸이 있고, 그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5층 칸 아래, 비어 있어야 할 여백에 손으로 쓴 한 줄이 더 있었습니다.
B1 - 확인 완료.
글씨도, 옆에 쳐진 동그라미도 한 씨의 필체와 똑같았습니다. 한 씨는 그 줄을 쓴 적이 없었습니다. 아직 올라가 보지도 않은 4층과 5층 칸은 비어 있는데, 있지도 않은 층에만 동그라미가 먼저 쳐져 있었습니다.
붉은 불이 꺼졌습니다. 어둠 속에서 손전등만 흔들렸고, 불빛이 다시 바닥을 비췄을 때 발자국은 더 이상 한 씨 앞에서 끝나 있지 않았습니다.
한 씨의 신발 옆을 지나, 두 사람의 뒤쪽으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방금 올라온 계단 쪽으로.
두 사람은 말없이 발자국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아니, 따라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출구는 그쪽뿐이었으니까요. 계단참마다 젖은 자국이 먼저 놓여 있었고, 그 자국은 1층 잠긴 정문 앞에서 끝났습니다. 정문의 안쪽 자물쇠는 두 사람이 걸어둔 그대로였습니다.
다음 날 낮의 점검
다음 날 낮, 한 씨는 동료 두 명과 함께 승강로를 확인했습니다. 승강로 바닥은 1층 바로 아래의 얕은 피트에서 끝났고, 그 아래는 두꺼운 콘크리트뿐이었습니다. 도면 그대로였습니다. 지하는 없었습니다.
엘리베이터 칸 안에는 물 한 방울 고여 있지 않았습니다. 복도 먼지 위의 발자국도 어느새 말라 희미한 얼룩만 남아 있었습니다.
오 씨는 그 주에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한 씨는 지금도 현장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면, 자기도 모르게 층수를 셉니다. 그리고 가끔, 있을 리 없는 숫자를 하나 더 세고 맙니다.
오 씨가 그만두며 두고 간 그날의 점검표는 아직 한 씨의 서랍 속에 있습니다. 맨 아랫줄의 체크 표시는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여러 괴담을 참고해 새롭게 창작되었습니다.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는 모두 가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