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전날의 안전점검
박○○ 씨(가명, 38세)는 시설 안전점검 업체에서 십 년 넘게 일했다. 이번 현장은 철거를 앞둔 오래된 지하상가였다. 십오 년 전 문을 닫은 뒤 전기도 끊겼고, 입구 계단 위에는 철제 차단문이 내려져 있었다.
오후 여섯 시, 박 씨와 후배 최○○ 씨(가명, 27세)는 열쇠로 차단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갔다. 헤드랜턴 두 개가 전부였다.
도면은 단순했다. 입구에서 곧게 뻗은 복도 하나, 양쪽으로 점포 스물네 칸씩. 1호부터 48호까지, 막다른 벽에서 끝났다.
"선배, 냄새가 좀 이상한데요."
곰팡이와 먼지 냄새 사이로 따뜻한 기름 냄새가 섞여 있었다. 오래전 분식점에서 풍기던, 막 튀긴 튀김 냄새였다.
셔터마다 번호가 있었다
점포 셔터에는 흐릿한 페인트로 호수가 적혀 있었다. 박 씨는 번호를 하나씩 불러 주며 점검표에 체크했다.
"12호, 이상 없음. 13호, 이상 없음."
복도는 조용했다. 두 사람의 발소리와 점검 도구 소리뿐이었다. 그런데 30호를 지날 즈음, 박 씨는 이상한 점을 느꼈다.
셔터들이 전부 닫혀 있는데, 닫힌 셔터 안쪽에서 누군가 이쪽을 향해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 시선도 한 칸씩 따라왔다.
"선배, 지금 뭐 들리지 않아요?"
최 씨가 속삭였다. 박 씨도 들었다. 아주 멀리서, 손님을 맞는 낮은 여자 목소리였다.
어서 오세요.
한 번이 아니었다. 복도 끝에서 같은 말이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됐다.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
48호 다음에 있던 것
48호를 지났을 때, 박 씨는 걸음을 멈췄다.
도면대로라면 여기서 복도는 벽으로 끝나야 했다. 그런데 복도는 더 이어졌고, 열 걸음쯤 앞에 셔터 하나가 반쯤 올라와 있었다.
호수 자리에는 번진 페인트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49
올라온 셔터 아래 틈으로 노란 불빛이 새어 나왔다. 전기가 끊긴 지 십오 년 된 건물에서, 백열등처럼 따뜻한 빛이 먼지 낀 바닥을 길게 비추고 있었다.
"선배, 저기 누구 있나 봐요."
"가지 마."
박 씨가 팔을 잡았지만 최 씨는 이미 허리를 숙여 틈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박 씨의 헤드랜턴 불빛 속에서, 후배의 등이 굳는 게 보였다.
"계산대에… 영수증이 나오고 있어요."
기계 소리가 났다. 지직, 지직. 감열지가 밀려 나오는 소리.
그리고 틈 안에서 그 목소리가 아주 가까이서 들렸다.
"어서 오세요. 두 분이시죠?"
박 씨는 최 씨의 안전조끼 뒤를 움켜쥐고 뒤로 끌어당겼다. 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복도를 달렸다. 뒤에서 철컹, 하고 셔터가 내려오는 소리가 났다. 열 걸음 거리인데도 바로 귓가에서 울리는 것 같았다.
아직도 주머니에 있는 것
지상으로 올라오자 이미 해가 져 있었다. 두 사람은 한참을 말없이 서 있었다.
다음 날 도면을 다시 확인했다. 점포는 48호까지였다. 복도 실측 길이로 따져도 49호가 들어설 자리는 없었다. 철거팀이 장비를 넣고 복도 끝 벽을 확인했지만, 거기엔 콘크리트 벽뿐이었다.
그런데 최 씨의 안전조끼 주머니에서 접힌 영수증 한 장이 나왔다. 최 씨는 그걸 주운 기억이 없다고 했다.
하룻밤 사이에 감열지는 몇 년 묵은 것처럼 누렇게 바래 있었고, 글씨는 대부분 날아가 있었다. 단 두 줄만 선명했다.
입장 2명.
퇴장 0명.
최 씨가 손을 떨며 내밀어서, 영수증은 박 씨가 대신 맡았다. 박 씨는 그 영수증을 지금도 버리지 못했다. 버릴 때마다 퇴근길 주머니에서 다시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즘 최 씨는 어느 가게에 들어가도, 문 앞에서 한 박자 먼저 이런 말을 듣는다고 한다.
어서 오세요.
이 이야기는 완전한 창작입니다.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는 실존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