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시간 당직
올해 27세인 윤 씨(가명)는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내과 전공의입니다. 2월의 어느 금요일, 윤 씨는 36시간 연속 당직에 들어갔습니다.
새벽 2시. 응급 호출이 잠시 뜸한 틈을 타 윤 씨는 당직실 침대에 누웠습니다. 당직실은 지하 1층, 창문이 없는 좁은 방이었습니다. 형광등을 끄면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는 곳.
극심한 피로에 윤 씨는 눕자마자 잠들었습니다.
새벽 3시 07분
윤 씨는 눈이 떠졌습니다.
정확히는, 의식만 돌아왔습니다.
몸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손가락도, 발가락도, 고개도. 숨은 겨우 쉬어지는데 가슴이 무거웠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가슴 위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무게.
가위눌림이었습니다.
당직 중에 가위에 눌리는 것은 전공의들 사이에서 드문 일이 아니었습니다. 수면 부족, 극심한 스트레스, 불규칙한 수면 패턴. 의학적으로 완벽한 조건이었습니다.
윤 씨는 침착하게 발가락을 움직이려 했습니다.
그때, 냄새를 맡았습니다.
포르말린. 병원 특유의 소독약 냄새가 아니라, 영안실에서 나는 그 냄새. 방부 처리된 시신에서 나는 달콤하면서도 역겨운 그 냄새가 당직실 전체에 퍼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윤 씨는 느꼈습니다.
가슴 위의 무게가 체온이 없었습니다. 차갑고, 축축하고, 무거운 것. 이불 위로 전해지는 그 감촉은 살아있는 것의 온도가 아니었습니다.
413호 환자
윤 씨는 눈만 겨우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시선을 아래로 내렸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가슴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
환자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하늘색 병원 환자복. 오른쪽 가슴에 환자 이름표가 달려 있었습니다.
윤 씨의 심장이 얼어붙었습니다.
그 이름을 알고 있었습니다.
3일 전, 413호 병실에서 사망한 환자였습니다. 70대 남성. 간암 말기. 윤 씨가 임종을 확인하고 사망 진단서를 작성한 환자.
그 환자가 윤 씨의 가슴 위에 앉아, 윤 씨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얼굴은 사망 당시 그대로였습니다. 움푹 꺼진 눈, 핏기 없는 입술, 튀어나온 광대뼈. 하지만 죽었을 때와 다른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눈이 떠져 있었습니다.
탁하고 흐린 눈이 윤 씨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윤 씨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에서 공기만 새어 나왔습니다.
죽은 환자의 말
그것은 입을 열었습니다.
턱이 부자연스럽게 벌어졌습니다. 관절이 이미 굳은 것처럼 뻣뻣하게, 천천히. 턱에서 뚝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선생님."
413호 환자의 목소리 그대로였습니다. 생전에 윤 씨를 부르던 그 호칭, 그 톤.
"507호... 확인하세요... 지금... 당장..."
같은 말을 세 번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의 얼굴이 윤 씨의 얼굴 쪽으로 천천히 가까워졌습니다. 10센티미터. 5센티미터. 포르말린 냄새와 함께 차가운 숨결이 윤 씨의 코끝에 닿았습니다.
그 순간 윤 씨의 오른손이 움직였습니다. 가위가 풀리면서 윤 씨는 반사적으로 손을 휘둘렀습니다.
손은 허공을 갈랐습니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형광등을 켰습니다. 텅 빈 당직실. 포르말린 냄새도 사라져 있었습니다.
시계를 봤습니다. 새벽 3시 11분.
507호
윤 씨는 한참을 앉아 숨을 골랐습니다.
가위눌림에 동반되는 환각. 의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현상. 수면 부족으로 인한 입면 환각.
하지만 "507호"라는 숫자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507호에는 60대 여성 환자가 입원해 있었습니다. 상태가 위중하지만 안정기에 접어든 환자.
윤 씨는 결국 당직실을 나와 507호로 향했습니다.
복도는 조용했습니다. 야간 조명만 켜진 병원 복도를 걸으면서, 윤 씨는 자신이 왜 이러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507호 문을 열었습니다.
환자의 산소 포화도가 78%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수액 라인이 꼬여 있었고, 약물이 정상적으로 투여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알람은 야간 모드로 음소거 상태였습니다.
윤 씨가 10분만 늦었으면 심정지가 올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응급 처치를 하고, 수액 라인을 교체했습니다. 환자의 산소 포화도가 서서히 회복되었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것
다음 날, 윤 씨는 413호 환자의 차트를 다시 펼쳤습니다.
보호자 연락처 옆에 메모가 적혀 있었습니다. 사망 전날, 간호사가 받아 적은 환자의 말.
"507호 아주머니한테 잘해줘... 우리 마누라 친구야..."
413호 환자는 507호 환자를 알고 있었습니다.
윤 씨는 지금도 그 병원에서 당직을 섭니다.
하지만 당직실에서 잠드는 것을 두려워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잠들기 전에 습관처럼 확인합니다.
모든 병실의 알람이 정상 작동하는지.
그리고 가끔, 아주 가끔.
새벽 당직실에서 포르말린 냄새가 희미하게 나는 것 같을 때.
윤 씨는 침대에서 일어나 병실을 한 바퀴 돕니다.
혹시 모르니까.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으며, 특정 병원을 지목하지 않았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