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그냥 피로인 줄 알았습니다
이○○ 씨(가명, 27세)는 서울 은평구의 작은 반지하 원룸에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취업 준비 중이던 그는 밤새 공부하고 낮에 자는 불규칙한 생활을 반복했습니다. 가위눌림이 처음 찾아온 것은 그런 생활이 3개월째 이어지던 어느 새벽이었습니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눈은 뜰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손가락 하나, 발가락 하나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이 씨는 당황했지만, 인터넷에서 수면마비에 대해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냥 과로야. 잠깐이면 풀려." 스스로를 달랬습니다. 그리고 2-3분이 지나자 몸이 풀렸습니다.
이틀 뒤, 두 번째 가위눌림이 왔습니다.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무게감
몸이 굳은 순간, 가슴 위에서 무게감이 느껴졌습니다.
무거운 것이 가슴 위에 앉아 있는 것처럼. 숨을 쉬기가 힘들었습니다. 이 씨는 창밖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가로등 빛 속에서 천장을 바라보며 버텼습니다.
그때 귓가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숨소리였습니다.
자신의 숨소리가 아니었습니다. 훨씬 거칠고, 느리고, 자신의 귀에 바짝 붙어서 나는 숨소리. 마치 무언가가 이 씨의 귀 바로 옆에서 숨을 쉬는 것처럼.
이 씨는 눈을 감았습니다. 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습니다.
5분쯤 지났을까. 무게감과 숨소리가 동시에 사라졌습니다. 이 씨는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날이 밝을 때까지 잠들지 못했습니다.
세 번째 밤
사흘째 되던 밤, 이 씨는 일부러 밝은 조명을 켜고 잤습니다. 가위눌림은 어두울 때만 온다고 믿었으니까요.
새벽 3시 20분.
다시 왔습니다.
이번에는 가슴 위의 무게가 훨씬 무거웠습니다. 방 안의 공기가 차가워졌습니다. 켜놓은 조명이 희미하게 깜빡거렸습니다. 귓가의 숨소리가 들렸습니다. 두 번째 밤보다 더 가까웠습니다.
이 씨는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눈 감고 버티면 돼. 보지 않으면 괜찮아.
그 순간, 무게가 위로 이동했습니다. 가슴에서 배로, 배에서 허리로. 그리고 천천히 어깨 쪽으로.
이 씨는 그것이 자신의 얼굴 가까이 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눈꺼풀이 힘에 의해 강제로 열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습니다.
눈이 떠졌습니다.
코앞에 얼굴이 있었습니다.
사람의 얼굴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피부색이 없었습니다. 회백색의 무언가. 눈은 눈꺼풀 없이 그냥 검은 구멍이었습니다. 그것이 이 씨의 얼굴에서 10센티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서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 씨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몸이 굳어 있었으니까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 얼굴과 눈을 마주친 채로. 그 미소를 바라보는 채로.
원룸을 떠난 이유
가위눌림은 이 씨가 그 원룸을 나온 날까지 계속됐습니다.
그 뒤로 3주 동안, 밤마다 찾아왔습니다. 항상 새벽 3시 20분이 넘으면. 항상 같은 무게감으로. 항상 같은 숨소리와 함께.
이 씨는 결국 보름 만에 짐을 싸서 본가로 내려갔습니다. 그 원룸에서의 마지막 밤, 이 씨는 이사 갈 것을 선언하듯 소리쳤다고 합니다.
그러자 정말로 오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밤만.
이 씨는 지금 부모님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가위눌림은 다시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새벽 3시 20분이 되면 눈을 뜬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직도 기억합니다. 그 얼굴의 미소를.
그리고 한 가지, 이 씨는 끝내 알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그 미소가 어떤 의미였는지.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