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단순한 수면 장애라고 생각했습니다
올해 29세인 이○○ 씨는 3교대 근무를 하는 간호사입니다. 불규칙한 수면 패턴 탓에 수면 장애를 달고 사는 게 직업병처럼 됐습니다.
가위눌림을 처음 경험한 건 작년 가을이었습니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오전 8시에 퇴근, 집에 돌아와 커튼을 치고 잠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정오쯤, 눈이 떠졌습니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이 씨는 처음에는 잠깐 당황했지만 수면 마비에 대해 의학적으로 알고 있었기에 '렘수면 중 각성'이라고 스스로를 달랬습니다. 1~2분이면 풀릴 것이라고.
하지만 그날 이후, 무언가가 달라졌습니다.
두 번째부터는 달랐습니다
일주일 뒤, 또 가위가 눌렸습니다.
이번에는 낮이 아니었습니다. 새벽 2시 반, 야간 근무가 없는 날이었습니다.
눈이 떠지는 순간, 이 씨는 본능적으로 느꼈습니다. 방 안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천장을 바라보는 시야 왼쪽 끝에, 검은 형체가 있었습니다. 침대 옆에 서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어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둠은 형태가 없습니다. 그것은 형태가 있었습니다.
키가 큰 사람의 실루엣. 고개를 약간 숙인 자세로 이 씨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이 씨는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목이 잠겨 있었습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그때 들렸습니다.
귓가에. 아주 가까이에서.
"아직 때가 아니야."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
이 씨는 이후 신경과와 정신건강의학과를 모두 찾았습니다. 수면 다원 검사도 받았습니다. 결과는 경계성 수면 장애. 뚜렷한 원인은 없었습니다.
담당 의사는 수면 마비 중 환각은 흔한 증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뇌가 깨어 있고 몸이 잠든 상태에서 생생한 환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이 씨도 그렇게 믿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세 번째 가위눌림이 왔을 때.
그 형체가 또 나타났고, 이번엔 다른 말을 했습니다.
"3월에 조심해."
이 씨는 간호사입니다. 3월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알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해 3월, 이 씨가 일하는 병원의 야간 근무 중 큰 사고가 날 뻔했습니다. 이 씨가 우연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막았습니다. 만약 그 자리를 비웠더라면 심각한 의료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동료들은 말했습니다.
지금도 나타납니다
이 씨는 지금도 두 달에 한 번꼴로 가위가 눌립니다.
그리고 그 형체는, 아직도 나타납니다.
이 씨는 이제 무섭지 않다고 했습니다. 무섭기보다는 기다려진다고. 그것이 말을 할 때마다, 뭔가 일이 생겼고, 그것이 나타나는 날은 꼭 무언가를 확인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형체가 처음 나타나던 날, 귓가에서 들린 첫 번째 말.
"아직 때가 아니야."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아직도 모릅니다.
이 씨는 묻지 않기로 했습니다.
최근 이 씨가 마지막으로 가위가 눌렸을 때, 형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서서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사라졌습니다.
이 씨는 그날 이후로 가위눌림이 없습니다.
그것이 이제 볼일이 다 끝났다는 뜻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이 씨는 지금도 모릅니다. 그리고 알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수면 마비를 반복적으로 경험하시는 분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