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의 저수지
최○○ 씨(32세)는 3년째 솔로 캠핑을 즐기는 캠퍼였다. 유명한 캠핑장보다는 사람이 없는 외딴 곳을 선호했다. 충남의 한 외딴 농업용 저수지 인근을 발견한 건 작년 봄이었다. 낚시꾼들이 드문드문 오가는 곳으로, 수변의 낮은 언덕에 텐트를 치기 딱 좋은 평지가 있었다.
4월 첫째 주 금요일 밤, 최 씨는 혼자 그곳에 도착했다. 저수지 물빛이 달빛에 반짝였다. 바람이 살짝 불고 개구리 소리가 들렸다. 완벽한 봄밤이었다.
텐트를 치고, 간단히 라면을 끓여 먹고, 막걸리를 한 캔 마셨다. 밤 11시쯤 슬리핑백 안에 들어갔다. 어렵지 않게 잠이 들었다.
새벽 1시 27분
최 씨는 갑자기 눈이 떠졌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27분이었다.
처음에는 개구리 소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개구리 소리가... 멈춰 있었다. 완전한 정적. 저수지 주변의 소리가 일제히 사라진 것이었다.
그리고 최 씨는 몸을 움직이려다 깨달았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손가락 하나도. 눈꺼풀도. 고개를 돌리는 것도. 숨을 깊게 들이쉬는 것조차 어려웠다. 가슴 위에 무거운 것이 올라앉은 것처럼 흉곽이 짓눌렸다. 가위눌림이었다.
최 씨는 이전에도 가위에 눌린 적이 있었다. 피곤할 때, 스트레스 받을 때.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텐트 바깥의 그림자
텐트 천이 달빛을 받아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최 씨의 눈은 움직일 수 있었다. 그는 천장을 응시하다가, 텐트 입구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텐트 밖에 무언가가 서 있었다.
사람 형태의 그림자였다. 텐트 천에 비친 그림자. 키가 크고, 가늘고, 약간 구부정한 자세.
처음에는 캠퍼가 지나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 그림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최 씨를 향해, 텐트 바로 앞에 서서, 그냥 서 있었다.
1분. 2분.
최 씨는 소리를 내려 했다. 입술이 떨렸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림자가 천천히 몸을 숙이기 시작했다.
무릎을 구부리고, 허리를 구부리고, 점점 낮아졌다. 텐트 천에 비친 그림자가 커지고, 가까워졌다.
그 얼굴이 텐트 천에 바짝 붙었다.
실루엣이었다. 하지만 최 씨는 그것이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확신했다.
텐트 천이 살짝 눌렸다. 뭔가가 천을 손으로 누르는 것처럼.
풀리는 순간
정확히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다.
갑자기, 몸이 풀렸다.
최 씨는 비명을 지르며 상반신을 일으켰다. 슬리핑백을 걷어차고 텐트 지퍼를 열었다.
아무도 없었다.
저수지 주변은 텅 비어 있었다. 달빛. 물 위의 잔물결. 그것뿐이었다.
그런데 텐트 입구 바깥, 풀밭에 발자국이 있었다.
진흙에 선명하게 찍힌 발자국이었다. 한 쌍. 텐트 바로 앞에, 딱 한 자리에 찍힌 두 발자국.
그 발자국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그 자리에만, 선명하게 있었다.
그 저수지에 대해
최 씨는 그날 이후 캠핑 커뮤니티에 그 장소의 위치를 검색해 봤다.
지역 낚시 카페에 게시글 하나가 나왔다.
"밤 10시 넘으면 무조건 철수입니다. 이유는 묻지 마세요."
게시일은 2019년이었고, 게시글은 더 이상 업데이트되지 않았다.
최 씨는 지금도 그 저수지 근처에는 가지 않는다. 그리고 봄밤에 혼자 캠핑을 가지 않는다.
그는 딱 한 가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텐트 안에 있는 동안, 그림자가 몸을 숙이던 그 순간. 가위에 눌린 몸이 느꼈던 것.
텐트 천 너머로 느껴진 숨결.
차갑고, 젖어있고, 비린내가 났다.
이 이야기는 실제 공포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된 창작 공포 이야기입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과 허구적 설정을 사용했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