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작된 밤
올해 26세인 이 씨(가명)는 서울 관악구의 반지하 원룸에서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대학원 논문 마감에 쫓기며 하루 4시간도 채 못 자는 날이 이어지던 3월 초, 이 씨에게 처음으로 그것이 시작되었습니다.
새벽 3시쯤 잠이 들었다가, 갑자기 눈이 떠졌습니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습니다.
가위눌림. 이 씨는 이전에도 몇 번 경험한 적이 있었기에 '또 시작이구나' 하고 참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습니다.
귓가에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낮고, 갈라지고, 숨소리처럼 흐릿한 목소리. 하지만 분명한 한국어였습니다.
"열..."
그 한마디만 남기고, 가위눌림은 풀렸습니다.
매주 줄어드는 숫자
이 씨는 처음에는 수면 부족으로 인한 환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뒤, 같은 시간에 다시 가위에 눌렸습니다. 그리고 또 그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아홉..."
그 다음 주.
"여덟..."
이 씨는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숫자가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매주 정확히 한 번, 새벽에 가위에 눌리고, 목소리는 하나씩 숫자를 세고 있었습니다.
이 씨는 일부러 불을 켜고 잤습니다. 잠을 안 자보기도 했습니다. 친구 집에서 자기도 했습니다.
소용없었습니다.
"일곱..."
친구 집 소파에서도, 그 목소리는 정확히 찾아왔습니다. 이 씨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 옆에서 자던 친구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여섯... 다섯... 넷..."
주가 지날 때마다 이 씨의 얼굴은 핼쑥해졌습니다. 잠드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결국 잠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카운트다운이 끝나는 날
"셋..."
그 주부터 가위눌림의 양상이 변했습니다. 목소리만 들리던 것이, 천장에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둠보다 더 짙은 검은 형체. 사람처럼 보이지만 팔다리가 비정상적으로 길었습니다. 천장에 거미처럼 붙어서, 이 씨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둘..."
그 다음 주, 형체는 천장이 아니라 이 씨의 바로 위에 있었습니다. 얼굴이 30센티미터도 안 되는 거리. 차가운 숨결이 이마에 닿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썩은 흙 같은 냄새. 그리고 형체의 입이 벌어지는 것이 보였습니다. 입안이 끝없이 깊은 어둠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젯밤.
이 씨는 잠들지 않으려고 버텼습니다. 커피를 다섯 잔 마시고, 형광등을 전부 켜고, 유튜브를 틀어놓았습니다.
새벽 3시 17분. 눈이 감겼습니다.
눈을 떴을 때, 방은 완전한 어둠이었습니다. 형광등도, 모니터도, 핸드폰 불빛도 전부 꺼져 있었습니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이 씨의 옆에 누워 있었습니다. 이불 속에서. 이 씨의 귀에 입을 대고.
"하나."
오늘 아침
이 씨는 오늘 아침, 정상적으로 눈을 떴습니다.
가위눌림은 없었습니다. 방도 평소와 같았습니다. 형광등은 켜져 있었고, 유튜브도 재생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것이 있었습니다.
이 씨의 목에 손가락 자국 같은 붉은 멍이 선명하게 나 있었습니다. 다섯 개의 길고 가는 자국. 분명 자신의 손보다 훨씬 큰.
그리고 핸드폰 메모장에, 이 씨가 쓴 적 없는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카운트다운은 끝났어. 이제 네 차례야."
이 씨는 이 글을 올린 뒤, 연락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으며, 수면 장애가 의심되시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세요.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