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의 작업실
김○○ 씨(가명, 38세)는 경북 안동에서 20년 가까이 전통 목공예를 해온 장인이었습니다. 대학에서 문화재보존학을 전공한 뒤, 전통 탈 복각 작업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그가 끝내 손대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매탈.
하회탈 열네 개 중 마지막. 고려 시대 허도령이 피를 토하고 쓰러지던 순간, 미완성으로 남긴 그 탈.
"국보 121호를 복각한다는 건, 그 저주까지 재연하는 것이다." 스승은 그렇게 경고했습니다.
그런데 그해 봄, 김 씨는 경고를 무시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무시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허도령의 전설
이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먼저 고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하회마을에 허도령이라는 청년이 살았습니다. 어느 날 밤, 신령이 꿈에 나타나 명을 내렸습니다.
"탈을 깎아라. 하지만 완성될 때까지 아무도 들여다보아서는 안 된다."
허도령은 방문을 걸어 잠그고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열두 개가 완성되고, 열세 개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런데 허도령을 사랑한 마을 처녀가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소식이 끊긴 그를 그리워하다, 결국 문틈에 눈을 가져다 댔습니다.
그 순간.
천둥이 쳤습니다.
방문 안에서 피를 토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허도령은 즉사했습니다. 열네 번째 탈, 이매탈의 턱은 끝내 완성되지 못한 채로.
그 탈은 지금 국립박물관에 있습니다. 국보 제121호로. 턱 없이.
첫 번째 이상 징후
김 씨가 이매탈 복각에 착수한 것은 4월이었습니다.
작업실 문에 종이 한 장을 붙였습니다. "완성 전 입실 금지." 허도령의 의식을 그대로 재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학문적 접근이었습니다. 저주 같은 건 믿지 않았습니다.
처음 사흘은 평온했습니다.
나무는 잘 깎였고, 전통 안료도 균일하게 발렸습니다. 기록을 위해 설치한 CCTV 화면에는 조용히 쌓여가는 대팻밥만 가득했습니다.
나흘째 밤.
김 씨가 잠자리에 들었다가 새벽 2시에 눈이 떠졌습니다. 이유를 몰랐습니다. 그냥 작업실이 신경 쓰였습니다.
CCTV 앱을 열었습니다.
탈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있어야 할 자리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방향이 달랐습니다. 분명히 벽을 바라보게 놓았는데, 탈의 눈구멍이 카메라를 똑바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김 씨는 혼자였습니다.
작업실 문은 걸려 있었습니다.
금기를 어긴 밤
작업 열흘째, 조수가 찾아왔습니다. 사범학교 후배인 이○○ 씨(가명, 29세)였습니다.
"형, 저 그냥 궁금해서요. 잠깐만요—"
"안 돼."
김 씨가 막았습니다. 그런데 이미 늦었습니다. 이 씨가 살짝 열린 문 틈새로 한쪽 눈을 들이밀었습니다.
그 직후.
번쩍.
작업실 안 전구가 동시에 터졌습니다. 세 개 중 세 개가 전부. 퓨즈도 끊기지 않은 채로.
이 씨가 비명을 질렀습니다. 발작적으로 뒤로 넘어졌습니다.
"눈이 안 보여요."
이 씨는 3분 동안 시야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했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깜깜한 어둠 속에서 귀에 바짝 붙은 것처럼 누군가가 속삭이는 소리만 들렸다고.
"엿보지 말라고 했는데."
남자 목소리였다고 합니다.
완성되지 못한 것이 움직인다
14일째.
탈의 턱 부분을 다듬던 김 씨가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작업실에서 소리가 났습니다.
긁히는 소리.
나무가 나무를 긁는 소리.
문을 열었습니다. 방 안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탈은 작업대 위에서 사라지고, 반대편 구석 바닥에 엎어져 있었습니다.
뒤집힌 채로.
턱이 없는 쪽이 바닥을 향한 채로.
김 씨는 그날 작업을 중단했습니다. 탈은 미완성인 채로 작업실 구석에 두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탈이 또 움직여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문 앞이었습니다. 마치 나가고 싶다는 듯. 혹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듯.
턱 없는 얼굴이 입구를 향한 채로.
아직 끝나지 않은 저주
김 씨는 이후 그 탈을 함부로 버리지 못했습니다. 불태우려 했더니 불이 붙지 않았습니다. 땅에 묻으려 했더니 삽날이 두 번 부러졌습니다. 쓰레기봉투에 넣어 수거함에 버렸더니, 다음 날 작업실 문 앞에 다시 놓여 있었습니다.
지금 그 탈은 안동의 한 무속인에게 맡겨져 있다고 합니다.
무속인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허도령이 아직 거기 있어요. 탈 속에. 그분은 완성되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하지만 완성되면... 그것도 안 돼요."
김 씨는 지금도 가끔 밤중에 전화를 받는다고 합니다. 발신자 표시가 없는 전화를.
수화기 너머로는 아무 말도 없습니다.
다만 나무 깎는 소리만 들린다고.
그리고 전화는 항상 새벽 2시에 온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창작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하였으며, 일부 내용은 극적 구성을 위해 각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