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부스
스물세 살 이하은 씨(가명, 23세)는 대학 동기 세 명과 함께 늦은 저녁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번화가 골목 어귀에 있는 24시간 무인 즉석사진관 앞을 지나다, 누군가 "마지막으로 한 장 찍고 가자"고 제안했다.
시계는 자정을 오 분 남짓 앞두고 있었다. 부스 안은 아무도 없이 텅 비어 있었고, 그들 넷뿐이었다.
화면 속 라이브뷰에는 넷이 나란히 서서 웃고 있는 모습이 선명하게 떠 있었다. 배경 조명이 은은하게 넷의 얼굴을 비췄다.
촬영은 순조로웠다. 플래시가 네 번 터졌고, 화면에는 매번 넷의 얼굴만 담겼다.
"인화까지 조금 걸린대." 누군가 말했다. 그들은 부스 밖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인화지 구석의 낯선 형체
인화기가 종이를 밀어내는 소리가 났다. 하은 씨가 먼저 사진을 집어 들었다.
넷이 나란히 찍힌 네 장의 컷. 그런데 마지막 네 번째 컷, 사진 오른쪽 구석에 흐릿한 무언가가 서 있었다.
사람 형태였다. 그런데 얼굴 부분만 뭉개진 것처럼 흐릿했다.
"이거 뭐야." 친구 하나가 사진을 낚아채듯 가져갔다. 다시 봐도 그것은 분명 사람의 실루엣이었다. 어깨선, 팔의 각도까지 또렷한데 얼굴만 안개가 낀 듯 뭉개져 있었다.
라이브뷰 화면을 다시 켜서 아까 찍은 원본을 확인했다. 넷뿐이었다. 아무리 화면을 확대해도, 그들 뒤편에는 텅 빈 벽지밖에 없었다.
인화지에만 나타난다는 소문
집으로 돌아온 하은 씨는 잠들지 못하고 검색창에 "즉석사진 다섯 번째"라는 단어를 입력했다.
비슷한 글이 여럿 있었다. 대부분 같은 내용이었다.
"라이브뷰에는 절대 안 보여요. 인화된 사진에만 나타나요."
"그 형체랑 사진 속에서 눈이 마주치면, 다음에 갔을 때 같이 온 사람 중 하나가 못 온대요."
댓글 대부분은 장난스러운 반응이었다. 하은 씨도 코웃음을 쳤다. 대수롭지 않은 도시전설이라 여기며 사진을 서랍 속에 넣어두고 잊으려 했다.
그런데 그날 밤부터, 사진 속 흐릿한 얼굴이 자꾸만 자신을 보고 있었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았다.
며칠 뒤, 같은 부스 앞에서
닷새 뒤, 하은 씨는 같은 골목을 지나다 무심코 그 부스 안을 들여다봤다.
기계 옆 결제기 틈새에, 손바닥만 한 필름 조각이 하나 끼워져 있었다. 색이 바래고 모서리가 눅눅하게 말려 있는 걸 보니 꽤 오래 그 자리에 있었던 듯했다. 아무도 찾아가지 않은 사진이었다.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우리 그때 사진 재밌었으니까 한 번 더 찍자." 넷은 다시 그 부스 앞에 모이기로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셋만 모습을 드러냈다. 한 친구가 급한 일이 생겨 못 온다고 했다. 그래서 넷이 아니라 셋이서 촬영 버튼을 눌렀다.
배출구에 남은 차가운 손자국
인화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종이가 배출구 밖으로 절반쯤 밀려 나왔을 때, 하은 씨는 그것을 뽑으려 손을 뻗었다.
배출구 슬롯 가장자리가 서리가 낀 것처럼 하얗게 얼어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사람 손 모양의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손을 대보니 소름 끼치도록 차가웠다. 부스 안 다른 어떤 표면보다.
친구 하나가 종이를 마저 뽑아 셋 앞에 펼쳤다.
넷이었던 자리
사진 속에는 넷이 있었다.
하은 씨는 숫자를 세어봤다. 하나, 둘, 셋... 그리고 하나 더.
분명 셋이서 찍었는데, 사진 속에는 넷이 서 있었다.
가장 왼쪽. 며칠 전 사진에서 흐릿하게 서 있던 그 형체가, 이번에는 또렷하게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 원래 서 있어야 할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은 씨는 그제야 깨달았다. 형체가 다섯 번째로 '더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셋이 아니라 원래 넷 중 하나가, 사진과 현실 양쪽에서 동시에 '빠져나가고' 그 자리를 대신 채우는 것이었다.
지금도 서랍 속에 있는 사진
그날 급한 일이 생겼다던 친구는, 그 뒤로 연락이 닿지 않는다.
하은 씨는 아직도 그 골목의 부스 앞을 지나지 않으려 멀리 돌아간다. 그리고 가끔, 서랍 속 사진을 꺼내 본다.
넷이 찍힌 사진 속, 셋은 웃고 있고 하나는 흐릿하다.
그 흐릿한 얼굴이, 매번 조금씩 더 또렷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하은 씨는 말한다.
이 이야기는 완전히 창작·각색된 콘텐츠입니다. 실제 존재하는 무인 즉석사진관, 인물이나 사건과는 무관하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