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10분의 딩동
윤 씨(가명, 24세)는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사흘째였습니다. 손님이 거의 없는 새벽 시간대가 오히려 편했습니다. 사흘째 아침, 퇴근하려는 윤 씨에게 오전 근무를 맡은 선배 정 씨(가명)가 계산대 아래 붙은 메모지를 가리켰습니다. 볼펜으로 '3:10 인사 금지'라고만 적혀 있었습니다. 정 씨가 말했습니다.
"새벽 3시 넘어서 문 열리는 소리가 나는데 아무도 없으면, 절대 인사하지 마. 그냥 하던 거 해."
윤 씨는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웃어넘겼습니다. 정 씨는 웃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입구
그다음 날 새벽 3시 10분, 출입문 센서에서 딩동 소리가 났습니다. 유리 자동문이 열렸습니다.
윤 씨는 계산대에서 담배 진열장을 정리하다 반사적으로 외쳤습니다. "어서 오세요."
문밖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형광등 아래 바닥은 하얗게 빛났고, 문밖 거리는 시커멨습니다. 자동문이 닫혔습니다. 윤 씨는 그제야 정 씨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3번 진열대 쪽에서 냉장 쇼케이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이어 장바구니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윤 씨는 계산대 뒤에서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진열대 사이로 사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젖은 발자국
계산대 앞 타일 바닥에 물자국이 하나 찍혔습니다. 맨발 모양이었습니다. 하나, 또 하나. 진열대에서 계산대 쪽으로 천천히 이어졌습니다. 그제야 보니 입구에서 3번 진열대까지도 같은 물자국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계산대 앞에서 발자국이 멈췄습니다. 그리고 계산대 위에 삼각김밥이 하나 놓였습니다. 아무도 손대지 않았는데, 누군가 올려놓은 것처럼 툭 소리가 났습니다.
윤 씨는 떨리는 손으로 바코드를 찍었습니다. "...천오백 원입니다."
한참 뒤, 계산대 위에 젖은 천 원짜리 지폐 한 장과 오백 원짜리 동전이 놓였습니다. 지폐에서 차가운 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윤 씨가 그 돈을 받자마자 삼각김밥이 사라졌고, 출입문에서 딩동 소리가 한 번 울렸습니다. 문이 열렸다 닫혔습니다.
윤 씨가 가장 소름 끼쳤던 것은, 그 뒤에 따라온 말이었습니다. 정 씨가 아침 교대 때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인사했구나. 이제 단골이 됐네."
나가는 소리가 없던 날
그날 이후 새벽 3시 10분이면 어김없이 딩동 소리가 났습니다. 윤 씨는 말없이 계산만 했고, 그것은 매번 삼각김밥 하나를 사 갔습니다. 들어오는 딩동 한 번, 나가는 딩동 한 번. 윤 씨는 그 소리의 횟수를 세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사장에게 그만두겠다고 말한 날, 사장이 CCTV를 돌려 보았습니다. 영상 속 자동문은 아무도 없는데 저 혼자 열렸다 닫혔습니다. 윤 씨는 텅 빈 계산대 앞에서 혼자 인사하고, 허공에 대고 금액을 말하고,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돈을 받았습니다. 삼각김밥도 지폐도 화면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계산대 앞 타일에는 젖은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고, 금고에는 매일 밤 젖은 천 원짜리 한 장과 오백 원짜리 동전 하나가 꼬박꼬박 들어 있었습니다.
마지막 근무일 새벽 3시 10분, 딩동 소리가 한 번 울렸습니다. 윤 씨는 여느 때처럼 인사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기다렸습니다.
그날은 계산대 위에 아무것도 놓이지 않았습니다. 아침 8시 교대 시간까지, 나가는 딩동 소리는 끝내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으며,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