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2025년 여름, 대학 동기 4명이 제주도로 여름 여행을 떠났습니다. 최 씨(가명, 24세), 한 씨(가명, 23세), 오 씨(가명, 24세), 김 씨(가명, 25세). 렌터카를 빌려 제주 동부 지역을 돌아다니는 3박 4일 일정이었습니다.
둘째 날 오후, 일행은 길을 잘못 들었다가 작은 마을 입구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낡은 집 한 채를 발견했습니다. 지붕의 기와가 반쯤 내려앉고, 마당에는 키 큰 억새가 가득 자란 곳이었습니다.
"들어가보자." 한 씨가 먼저 말했습니다.
폐가 탐험을 즐기는 커뮤니티에서 영향을 받은 일행은 별 망설임 없이 마당으로 발을 들였습니다.
집 안에는 낡은 살림살이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깨진 그릇, 삭아가는 이불, 무너진 장롱. 그리고 안방 구석에, 낡은 상이 하나 놓여 있었습니다.
상 위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그림이 그려진 종이들이 쌓여 있었습니다. 무언가를 형상화한 것 같기도, 글자 같기도 한 그림들.
"이거 무당 그림 아니야?" 오 씨가 말했습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마을 할머니의 경고
밖에서 지팡이 소리가 들렸습니다.
"거기 누구야!"
마당에 지팡이를 짚은 80대로 보이는 할머니가 서 있었습니다. 주름진 얼굴에 눈빛만은 날카로웠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거기서 뭐하는 거야. 얼른 나와."
일행이 마당으로 나오자 할머니는 폐가를 올려다보며 말했습니다.
"그 집, 50년 전에 심방(제주 무당)이 살던 집이야. 그 양반이 죽고 나서 봉인해 놓은 거야. 거기 안에 있는 거 건드리면 안 돼."
최 씨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에이, 할머니. 저희 그냥 구경만 했어요."
"건드렸어? 그 상 위의 것들?"
할머니의 눈이 좁아졌습니다.
"봤어. 창으로 다 봤어. 너희들 그거 만졌지? 앞으로 꿈을 꿀 거야. 그 꿈에서 나오는 게 보이면... 눈 마주치면 안 돼."
일행은 뒷걸음치며 마을을 빠져나갔습니다. 차 안에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할머니 너무 무서운 척하신다", "유튜브 공포 영상 같다" 하며.
첫 번째 꿈
제주 여행에서 돌아온 지 사흘째 되던 밤.
한 씨가 단톡방에 새벽 3시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나 이상한 꿈 꿨어. 다들 안 이상해?"
꿈의 내용은 이랬습니다.
한 씨는 꿈속에서 제주 폐가의 안방에 서 있었습니다. 안방 구석 상 위에 촛불 하나가 켜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구석 어딘가에, 형체가 보였습니다. 사람 같은 모양이지만 빛이 닿지 않는 쪽에 있어서 윤곽만 보이는 것.
한 씨는 꿈속에서도 눈을 마주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할머니의 말이 꿈에서도 기억났습니다. 그래서 눈을 내리깔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형체가 천천히 다가왔습니다.
귓가에 속삭였습니다.
**"다음은 오."
한 씨는 그 자리에서 잠에서 깼습니다.**
단톡방은 금방 반응으로 가득 찼습니다.
오 씨: "야 나도 오늘 이상한 꿈 꿨는데."
최 씨: "뭔 꿈?"
오 씨: "설명 못하겠어. 근데 뭔가 있었어. 어두운 데. 목소리도 들리고."
차례가 오다
오 씨의 꿈은 한 씨와 달랐습니다.
오 씨는 꿈에서 그 형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눈을 피하려 했지만 꿈속에서 몸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가 위로 들렸고, 구석의 그것을 정면으로 봤습니다.
얼굴이 없었습니다. 아니,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가 그냥 어둠이었습니다. 그 어둠 속에서 눈처럼 보이는 두 개의 흰 점이 오 씨를 바라봤습니다.
오 씨는 3일 후부터 두통과 이명으로 병원을 찾았습니다. 검사 결과는 이상 없었습니다. 하지만 밤마다 같은 꿈이 반복됐고, 꿈에서 깰 때마다 이불이 땀으로 흥건했습니다.
그리고 오 씨의 꿈에서 그 형체는 매번 말했습니다.
**"다음은 최."
기록이 남는 것들
최 씨와 김 씨는 자신들의 꿈에 대해 공유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꾸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최 씨는 사실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꿈 내용이 너무 생생해서 혼자 일기에 적어두고 있었습니다. 형체가 다가오는 것, 어둠 속의 흰 점 두 개, 귓가의 속삭임.
그리고 그 속삭임의 내용.
**"다음은 김."
최 씨는 그 일기를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김 씨에게 말하면 어떻게 될지 몰라서.**
일행이 제주 여행에서 돌아온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오 씨는 이명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한 씨는 매일 밤 잠들기 전에 귀마개를 끼고 잡니다. 속삭임이 들릴까봐.
최 씨는 일기를 그만 썼습니다. 적어두는 것이 더 강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그리고 김 씨는...
아직 꿈을 꾸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직.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제주 특정 지역이나 실존 인물을 지목하지 않았으며,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무속 신앙을 비하하거나 과장하려는 의도가 아닙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