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믿지 않는 이야기
수도권에 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도시전설이 있습니다.
심야 막차 지하철의 마지막 칸에는 타지 말라는 이야기.
구체적인 이유는 버전마다 다릅니다. '마지막 칸은 승무원이 탑승하지 않아서 위험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대는 사람도 있고, '심야에 그 칸에 타면 종착역에서 혼자 갇힌다'는 으스스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버전은 이렇습니다.
심야 막차 마지막 칸에는 산 사람이 아닌 것들이 탑니다. 그들은 갈 곳이 없어서 지하철을 타고 종착역까지 갑니다. 종착역에서 내리지 않고 차고지까지 따라가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심야에 그 칸에 타면, 같이 내리면 안 됩니다.
22세의 대학생 이 씨(가명)는 이 도시전설을 커뮤니티에서 읽고 '재미있는 괴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잊어버렸습니다.
6월의 어느 수요일 밤이 오기 전까지는.
막차를 놓칠 뻔한 밤
그날 이 씨는 서울 신촌의 친구 자취방에서 늦게까지 놀다가 막차를 거의 놓칠 뻔했습니다. 허겁지겁 지하철역으로 뛰어 내려갔을 때, 막차는 이미 플랫폼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문이 닫히려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씨는 전력으로 달렸습니다.
열려 있는 칸의 문 사이로 몸을 밀어 넣었습니다. 문이 등 뒤에서 닫혔습니다.
헉헉거리며 고개를 들었을 때, 이 씨는 자신이 어느 칸에 탔는지 확인했습니다.
칸 번호가 표시된 작은 스티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지막 칸이었습니다.
이 씨는 잠깐 생각했습니다. 도시전설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하지만 이미 문은 닫혔고, 지하철은 출발했습니다.
에이, 그냥 도시전설이잖아. 다음 역에서 앞 칸으로 옮기면 되지.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칸 안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마지막 칸에서
심야라고 해도 막차 마지막 칸에 승객이 한 명도 없는 건 드문 일이었습니다. 이 씨는 양쪽 좌석을 훑었습니다. 역시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냥 운 좋게 빈 칸을 잡은 것이겠거니 생각하고, 창가 자리에 앉았습니다.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고 음악을 틀려고 했습니다.
그때 연결 통로 쪽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삐걱.
통로 문이 조금 열렸다 닫히는 소리였습니다. 지하철이 흔들리면 종종 나는 소리였습니다. 이 씨는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다음 역에서 문이 열렸습니다. 이 씨는 앞 칸으로 이동하려고 일어섰습니다. 그런데 발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움직일 수 없어서가 아니라, 이상하게도 '지금 나가면 안 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본능적인 느낌이었습니다.
문이 다시 닫혔습니다.
이 씨는 앉았습니다.
그다음 역에서도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어서려 할 때마다 무언가가 '아직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었습니다.
왜 이러지. 내려야 하는데.
세 번째 역에서도, 네 번째 역에서도 이 씨는 내리지 못했습니다.
어느 순간 이 씨는 주변을 다시 살폈습니다.
칸 안에 여전히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천장 쪽에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냥 천장 모서리의 어두운 부분이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공기가 조금 달라진 것 같았습니다. 아까보다 약간 서늘해진 느낌.
이 씨는 이어폰을 꺼냈습니다.
정적이 들렸습니다. 지하철 소음 사이로, 뭔가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 하지만 확신할 수 없는 미묘한 소리.
숨소리처럼 들렸습니다.
한 명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종착역의 문이 열렸다
종착역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습니다. 이 씨는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지하철이 속도를 줄이며 종착역 플랫폼으로 미끄러져 들어갔습니다. 플랫폼의 형광등 불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왔습니다.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각이었습니다. 플랫폼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문이 열렸습니다.
이 씨는 내리기 위해 문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문 앞에서 멈춰 섰습니다.
플랫폼이 보였습니다. 텅 비어 있었습니다. 조명도 반쯤 꺼진 상태였습니다. 자동판매기 하나, 표지판 하나.
그리고.
플랫폼 끝에서 이쪽을 보고 있는 무언가.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서 있는 자세가 이상했습니다. 정상적인 사람처럼 서 있지 않았습니다. 다리가 바닥에 닿아 있지 않은 것처럼. 약간 위로 떠 있는 것처럼.
이 씨는 그것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이 씨의 등 뒤, 칸 안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삐걱.
뒤를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돌아보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유는 몰랐지만 알았습니다.
이 씨는 플랫폼으로 뛰어내렸습니다.
그 순간 문이 닫혔습니다.
지하철이 떠났습니다. 종착역이었는데 지하철이 다시 움직였습니다. 어두운 터널 속으로.
이 씨는 뒤를 돌아봤습니다. 플랫폼 끝에 있던 형체는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플랫폼에는 이 씨 혼자였습니다.
그런데 발밑을 보았을 때.
방금 닫힌 지하철 문 앞의 플랫폼 바닥에 발자국이 있었습니다. 이 씨가 내린 것보다 조금 더 많은 발자국이. 발자국들은 지하철 문에서 나와 플랫폼 위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이 씨가 내린 게 아니었습니다.
전해 내려오는 이유
이 씨가 이 경험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을 때, 댓글 중에 오래된 이야기를 아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수십 년 전, 그 지하철 노선이 막 개통되던 초창기에 실제로 사고가 있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심야 막차의 마지막 칸에 탔던 승객 여러 명이 종착역에서 내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기관사가 확인하러 갔을 때 칸 안은 비어 있었지만, 닫혀 있어야 할 문이 열려 있었고, 창문 한 곳에 손자국이 여러 개 찍혀 있었다고 합니다. 그 사람들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이 도시전설이 퍼지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씨는 지금도 지하철을 탑니다. 하지만 심야 막차만큼은 반드시 한 가지를 지킵니다.
어느 칸에 타든, 마지막 칸만큼은 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종착역에서 내릴 때는,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것.
이 이야기는 한국 지하철을 배경으로 완전히 재창작된 창작 공포 이야기입니다. 실제 사건·사고 및 특정 인물과의 유사성은 우연의 일치이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