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남겨진 사무실
박○○ 씨(가명, 31세)는 서울 강남구의 한 IT 스타트업에서 백엔드 개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마감을 앞두고 혼자 야근하는 일이 잦았던 그는, 지난 3월의 어느 밤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합니다.
그날은 목요일 밤이었습니다. 오후 11시가 넘자 동료들이 하나둘 퇴근했고, 박 씨만 남아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20층 사무실, 창밖으로 강남 야경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밤이었습니다.
새벽 1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 커피를 마셔도 눈꺼풀이 무거워졌습니다. 박 씨는 세수라도 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아무도 없을 시간에
복도의 자동 조명이 하나씩 켜지며 화장실까지 따라왔습니다. 이 건물은 야간에 에너지 절약을 위해 사람이 지나가는 구역만 점등되는 방식이었습니다. 박 씨는 화장실 문을 밀고 들어섰습니다.
세면대 앞에 서서 찬물로 얼굴을 씻었습니다. 물소리만 들렸습니다. 수도꼭지를 잠그고 고개를 들었을 때, 거울 속 자신의 얼굴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박 씨의 손이 멈췄습니다.
거울 속, 자신의 어깨 너머로.
누군가가 서 있었습니다.
얼굴 없는 형체
키가 컸습니다. 천장 가까이 닿을 것 같은 긴 형체였습니다. 회색빛의 흐릿한 형태였는데, 분명히 사람의 실루엣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했습니다. 얼굴이 있어야 할 부분이… 희뿌옇게 번져 있었습니다. 눈도, 코도, 입도 없었습니다.
박 씨는 숨을 참았습니다.
그것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냥 서 있었습니다. 박 씨의 등 뒤에서. 거울 속에서만 보이는 것처럼.
뒤를 돌아봐야 한다.
그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안 된다고.
5초, 10초, 아마도 30초.
박 씨는 거울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천천히 한 걸음, 또 한 걸음 뒤로 물러섰습니다. 화장실 문에 등이 닿는 순간 손을 뒤로 뻗어 문손잡이를 잡았습니다.
문이 열리는 순간, 박 씨는 복도로 뛰어나왔습니다.
그날 이후
사무실로 돌아온 박 씨는 자리에 앉지 못했습니다. 컴퓨터를 끄고, 짐을 챙겨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1층 경비실에 도착했을 때 전신이 떨리고 있었습니다.
경비원에게 20층 화장실을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경비원이 CCTV를 확인한 결과, 화장실 복도에는 박 씨 외에 다른 사람의 움직임이 전혀 잡히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그 건물은 5년 전 리모델링 전까지 의류 유통 회사가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야근하던 직원 한 명이 바로 그 20층 화장실에서 발견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회사 측은 사인을 '과로사'로 처리했습니다.
박 씨는 그 뒤로 야근을 하지 않습니다. 새벽 2시가 되면 잠들지 않아도 눈이 번쩍 떠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거울 앞에 설 때마다, 반드시 한 가지를 확인합니다.
자신의 등 뒤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