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을 마치고 돌아온 밤
올해 26세인 정 씨(가명)는 서울 마포구의 원룸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디자인 회사에 다니는 그녀는 납품 마감이 겹쳐 밤 11시가 넘어서야 회사를 나섰습니다.
지하철역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10분. 인적이 드문 골목을 지나 자신의 빌라 앞에 섰을 때, 정 씨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4층 자신의 방에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퇴근할 때 분명히 껐는데.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지만, 피곤한 나머지 꺼놓는 걸 깜빡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날이 가끔 있었으니까요. 정 씨는 계단을 올라 현관 앞에 섰습니다.
문 너머에서 들려온 소리
현관 도어락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려는 순간.
안쪽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발소리. 맨발로 마루를 걷는 소리. 리듬이 있었습니다. 왔다갔다. 왔다갔다.
마치 누군가가 거실을 서성이고 있는 것처럼.
정 씨는 굳었습니다. 혼자 사는 원룸. 아무에게도 비밀번호를 알려준 적 없음. 창문은 4층.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피로가 극에 달해 있던 정 씨는 잠깐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설마 내가 퇴근한 줄 잊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리고 비밀번호를 눌렀습니다.
거실에 있던 것
현관문이 열렸습니다.
불 켜진 거실. 정 씨가 아침에 두고 나간 머그컵이 그대로 있었습니다. 소파에 놓인 담요도 그대로.
그리고.
주방 쪽을 등지고 서 있는 사람.
정 씨와 똑같은 키. 똑같은 머리 길이. 심지어 오늘 정 씨가 입고 출근한 회사 옷과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 누구세요?"
정 씨가 말하자마자.
그것이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자신의 얼굴이었습니다.
완벽하게. 같은 눈, 같은 코, 같은 입. 오른쪽 눈 밑의 작은 점까지. 심지어 야근 후 피로가 쌓인 눈가의 그림자까지 똑같았습니다.
그것이 입을 열었습니다.
"왜 이렇게 늦었어?"
정 씨의 목소리로. 정 씨의 말투로.
달랐던 한 가지
정 씨는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정 씨를 바라보는 동안, 정 씨는 단 하나의 차이를 발견했습니다.
눈이었습니다.
얼굴은 같았지만. 눈동자 색이 달랐습니다. 정 씨의 눈동자는 짙은 갈색인데. 그것의 눈동자는 거의 검은색에 가까웠습니다. 빛이 닿는데도 반짝이지 않았습니다. 마치 눈동자가 아니라 그냥 구멍인 것처럼.
그것은 다시 물었습니다.
"배고프지 않아?"
그 말이 끝나자마자 주방에서 냄비 끓는 소리가 났습니다. 정 씨가 가스레인지를 끄고 나갔는데. 분명히 끄고 나갔는데.
정 씨는 뒤를 돌아 현관을 통해 도망쳤습니다.
계단을 달려 내려가면서도. 발소리가 따라오는지 계속 확인했습니다.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경찰이 확인한 것
정 씨는 편의점 앞에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관 두 명이 올라갔습니다. 10분 후 내려온 경찰관이 말했습니다.
"아무도 없어요. 가스레인지도 꺼져 있고요."
경찰관은 그냥 피로해서 착각한 거라고 했습니다. 정 씨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날 밤 정 씨는 친구 집에서 잤습니다.
다음 날 낮에 돌아와 원룸을 살펴봤을 때. 주방 가스레인지 위에 냄비가 있었습니다. 정 씨가 사용한 기억이 없는 냄비.
냄비 안에는 미역국이 반쯤 남아 있었습니다.
그날이 정 씨의 생일이었습니다.
아무도 알 수 없는 사실. 그 원룸에 혼자 살기 시작한 뒤로 생일을 한 번도 챙긴 적이 없었는데.
정 씨는 지금도 그 원룸에 삽니다. 하지만 퇴근 후 현관문을 열기 전에. 반드시 바깥에서 한 번 확인합니다.
안쪽에서 발소리가 나는지.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으며, 특정 장소를 지목하지 않았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