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귀갓길
올해 31세인 박 씨(가명)는 경기도 외곽의 한 물류센터에서 야간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3월의 마지막 주, 새벽 2시에 퇴근한 박 씨는 여느 때처럼 내비게이션을 켜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날따라 안개가 심했습니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3미터 앞도 제대로 비추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박 씨는 속도를 줄이고 내비게이션 음성에만 의지하며 운전했습니다.
"300미터 앞에서 우회전하세요."
박 씨는 핸들을 돌렸습니다.
평소에 다니던 길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안개 때문에 길을 놓쳤겠거니 생각하며 내비게이션을 따랐습니다.
사라진 도로
좁은 농로 같은 길이 이어졌습니다. 가로등 하나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이었습니다.
"직진하세요."
내비게이션의 목소리가 이상하게 느껴진 것은 그때부터였습니다. 평소의 기계적인 여성 음성이 아니라, 미묘하게... 느린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천천히 말하는 것처럼.
"직... 진... 하세요."
박 씨의 등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어디인지도 모르는 곳이었고, 내비게이션 외에는 방향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1분쯤 더 달렸을까. 갑자기 도로가 끝났습니다.
아스팔트가 아닌 흙바닥이 되더니, 차 앞으로 검은 수면이 보였습니다. 저수지였습니다.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앞바퀴가 이미 물에 반쯤 잠겨 있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내비게이션이 말했습니다.
박 씨는 목적지를 '집'으로 설정했습니다. 저수지가 목적지일 리 없었습니다.
백미러에 비친 것
박 씨는 공포에 질려 기어를 후진으로 넣었습니다. 백미러를 확인한 순간.
뒷좌석에 누군가가 앉아 있었습니다.
흰 옷을 입은 여자. 머리카락이 얼굴을 완전히 덮고 있었고, 고개가 비정상적인 각도로 옆으로 꺾여 있었습니다.
박 씨는 소리를 질렀습니다. 몸이 얼어붙었습니다.
백미러 속의 여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머리카락 사이로 보인 것은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피부도, 눈도, 입도 없는 매끈한 면이 달빛에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비게이션에서 다시 소리가 났습니다.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박 씨는 백미러를 보지 않은 채, 미친 듯이 후진 페달을 밟았습니다. 차가 흙을 파며 뒤로 밀려났고, 어떻게 농로까지 빠져나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큰길로 나왔을 때, 내비게이션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뒷좌석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다음 날 알게 된 것
박 씨는 다음 날 아침, 차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뒷좌석 시트에 물에 젖은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사람이 앉았던 것 같은 형태로. 그리고 젖은 자국에서는 저수지 특유의 비린 흙냄새가 났습니다.
직장 동료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동료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습니다.
"그 저수지... 혹시 ○○저수지야?"
동료는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3년 전, 그 저수지에서 한 여성이 차째로 빠져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고. 그 여성도 새벽에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다가 저수지로 들어갔다고.
경찰은 졸음운전으로 결론 내렸지만,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그 저수지는 사람을 부른다."
박 씨는 그 뒤로 야간 운전 시 내비게이션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끔, 꺼놓은 내비게이션에서 소리가 들린다고 합니다.
"직... 진... 하세요."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으며, 특정 장소를 지목하지 않았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