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의 소문
서울 은평구의 한 오래된 주택가.
이 골목에는 몇 년 전부터 이상한 소문이 돌았습니다.
밤 11시, 정확히 11시가 되면 골목 끝 가로등 아래에 빨간 코트를 입은 여자가 나타난다는 것. 그리고 그 여자와 눈이 마주친 사람은 다음 날부터 연락이 끊긴다는 것.
처음에 최○○ 씨(38세, 가명)가 이 소문을 들은 건 편의점에서였습니다. 2년 전 그 동네로 이사 온 직후, 같은 건물에 사는 아주머니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습니다.
"아, 그리고 밤에 저 골목으로는 11시 이후에 다니지 마세요. 요즘도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최 씨는 도시 괴담이려니 하고 웃어 넘겼습니다.
직접 목격
그것을 본 건 이사하고 세 달이 지난 어느 밤이었습니다.
야근을 마치고 귀가하던 최 씨는 시간을 확인했습니다. 10시 59분. 골목길로 들어서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골목을 걷는데, 끝부분 가로등 아래에 누군가 서 있었습니다.
빨간 코트.
최 씨의 발걸음이 자기도 모르게 느려졌습니다. 긴 검은 머리카락이 어깨를 덮고 있었고, 여자는 골목 안쪽을 향해 서 있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늦게 귀가하는 주민이겠지.'
최 씨는 속으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걸음을 이어갔습니다.
그 순간 여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습니다.
최 씨는 그 얼굴을 봤습니다.
얼굴이 없었습니다
최 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렇습니다.
"얼굴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분명히 이목구비가 있었어요. 근데... 뭔가 이상했어요. 눈이 너무 컸어요. 사람 눈이 그렇게 크지 않잖아요. 눈만 보였어요, 얼굴에서. 그리고 그 눈이 저를 보고 있었는데, 웃지 않는데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어요."
최 씨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고 했습니다.
여자는 고개를 돌린 그 자세로 최 씨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1초, 2초, 3초.
최 씨는 본능적으로 시선을 떨어뜨리고 빠른 걸음으로 지나쳤습니다. 집에 돌아와 문을 잠그고 나서야 손이 덜덜 떨리는 걸 느꼈습니다.
연락이 끊기기 시작했습니다
소름 끼치는 일은 그 다음 날부터였습니다.
친한 친구 한 명이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카카오톡은 읽지 않음으로 표시되고,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습니다. 사흘 후 겨우 문자가 왔습니다. 갑자기 일이 생겨서 잠시 연락을 못 했다고.
최 씨는 우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틀 후에는 오빠와의 연락이 끊겼습니다. 평소 매일 카톡을 주고받던 오빠였는데, 닷새간 아무 응답이 없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바쁜가 보다 싶었는데, 오빠한테 연락이 안 되는 건 진짜 이상한 일이었거든요. 결국 어머니한테 전화해서 오빠 괜찮냐고 물어봤더니, 어머니가 무슨 소리냐고, 오빠 멀쩡하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정작 저한테는 연락을 안 한 거예요."
연락이 끊긴 사람들은 모두 나중에 연락이 됐습니다. 하지만 그들 모두 최 씨와 연락이 안 됐던 기간에 대해 이상하게 말을 흐렸습니다. 딱히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면서 그냥 바빴다고만 했습니다.
다른 주민이 말한 것
최 씨가 이상함을 느끼고 같은 건물 아주머니에게 다시 물어봤습니다.
"그 소문... 눈이 마주치면 연락이 끊긴다는 거, 정확히 어떤 의미예요?"
아주머니는 잠시 말이 없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눈이 마주치면... 그 여자가 내 주변 사람들 하나씩 데려가거든요. 영영은 아니고. 잠깐씩. 어디로 데려가는지는 몰라요. 그리고 돌아온 사람들은 그 시간을 기억 못 해요."
최 씨는 등이 서늘해졌습니다.
"데려가다니... 그게 무슨 뜻이에요?"
아주머니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조심하라고만 했습니다.
아직도 그 골목을 지나갑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습니다.
최 씨는 아직 그 골목에 살고 있습니다. 이사를 생각도 해봤지만, 이상하게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규칙이 생겼습니다.
밤 11시가 넘으면 골목을 지나가지 않습니다.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한번은 택시 타고 돌아왔는데 시간이 딱 11시 01분이었어요. 기사님한테 그 골목 말고 옆 큰길로 돌아달라고 했어요. 기사님이 이상하게 보더라고요."
최 씨는 웃으며 말했지만, 눈은 웃지 않았습니다.
"근데요. 가끔 낮에 그 골목을 지나칠 때, 가로등 아래 바닥을 보면... 뭔가 있어요. 사람 발자국 같은데, 발뒤꿈치가 없어요. 발끝만 있어요. 마치 발뒤꿈치를 들고 서 있던 것처럼."
최 씨는 덧붙였습니다.
"그 여자는 아직도 거기 있어요. 매일 밤 11시에."
이 이야기는 특정 지역 주민들 사이에 구전되는 괴담을 바탕으로 창작된 공포 이야기입니다.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이며, 특정 실존 장소를 공포 장소로 지목하는 것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