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찜질방에서
올해 34세인 최 씨(가명)는 야근이 길어진 어느 화요일 밤, 집까지 가기 어려워 회사 근처 24시간 찜질방을 찾았습니다. 밤 11시가 넘어 입장했고, 대형 수면실 한쪽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수면실은 넓었습니다. 황토 바닥, 낮은 조명, 이리저리 흩어져 자는 사람들. 최 씨는 목베개를 받아 적당한 자리에 눕자마자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그때가 자정 무렵이었습니다.
잠결에 느낀 이상한 감각
자정을 한참 지난 새벽, 최 씨는 느닷없이 눈이 떠졌습니다.
처음에는 화장실이 급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몸을 일으키려 할 때, 이상한 감각이 왔습니다.
손이 이미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왼손이. 최 씨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천천히, 규칙적으로, 바닥을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네 번씩. 멈추고. 다시 네 번. 리듬이 있었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박자를 맞추듯.
최 씨는 왼손을 멈추려 했습니다.
그런데 손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손가락이 여전히 두드렸습니다. 하나. 둘. 셋. 넷. 멈춤. 하나. 둘. 셋. 넷.
최 씨는 오른손으로 왼손을 잡았습니다. 꽉 쥐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오른손과 왼손이 함께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바닥을. 같은 리듬으로. 최 씨의 의지와 완전히 별개로.
거울 속의 눈
최 씨는 일어서서 화장실로 갔습니다. 세면대 앞에 섰습니다.
거울을 봤을 때, 최 씨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섰습니다.
거울 속 자신의 눈이. 무언가 달랐습니다.
눈의 형태는 분명 자신의 눈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이. 표정이. 자신이 아니었습니다.
처음 보는 눈빛이었습니다. 슬픔도 아니고, 분노도 아니고. 뭔가 간절한 것.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 것. 자신의 얼굴을 빌린 채 최 씨를 바라보고 있는 다른 의지.
"... 누구세요?"
최 씨는 자신도 모르게 거울에 대고 말했습니다.
그때. 입이 움직였습니다.
최 씨가 발음하지 않은 말이. 거울 속 입에서 형성되었습니다.
"나야. 나."
목소리는 최 씨의 목소리였습니다. 하지만 억양이. 말투가. 달랐습니다. 굉장히 오래된 무언가가 그 목소리에 섞여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오십 년 전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최 씨의 다리가 풀렸습니다.
새벽 3시의 수면실
최 씨는 간신히 수면실로 돌아왔습니다.
자리에 누웠지만 눈을 감을 수가 없었습니다.
몸은 다시 자신의 것이었습니다. 손도, 입도 제대로 말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가슴 한켠에. 뭔가 따뜻한 것이 남아 있는 느낌.
마치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누군가의 체온이 스며 있는 것처럼.
최 씨는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수면실 안에서 자고 있는 사람들. 어두운 조명. 황토 바닥의 냄새.
그리고 자신의 자리 바로 옆.
아무도 없는 빈자리.
그런데 그 자리의 바닥이 따뜻했습니다.
최 씨가 막 누워 있던 자신의 자리보다도 더. 누군가가 방금까지 거기 있었던 것처럼.
이틀 후에 알게 된 것
최 씨는 그날 이후 그 찜질방을 다시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틀 후. 동료가 우연히 이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 찜질방이 6개월 전 리모델링을 했다고. 리모델링 전에 오래된 건물이었는데, 그 자리가 원래 오래된 여관이었다고.
그리고 그 여관에서 몇 십 년 전. 혼자 장기 투숙하던 노인이 객실에서 쓸쓸히 숨진 일이 있었다고.
동료는 그냥 지역 역사 이야기처럼 툭 던진 말이었습니다.
최 씨는 그 순간 손바닥이 서늘해졌습니다.
하나. 둘. 셋. 넷.
그 리듬이 다시 생각났습니다. 그 눈빛이. 그 억양이.
"나야. 나."
최 씨는 지금도 혼자 찜질방에 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다가 새벽에 눈이 떠질 때마다, 제일 먼저 자신의 손을 확인합니다.
지금도 내 손인지.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으며, 특정 장소를 지목하지 않았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