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달라진 날
이OO 씨(가명, 58세)는 경기도 외곽의 작은 빌라에서 남편과 아들 민준(가명, 24세)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민준은 군 전역 후 복학을 준비 중인 평범한 청년이었습니다. 적어도, 그 전까지는.
변화는 지난해 늦가을에 시작됐습니다. 정확히는 10월 말, 민준이 친구들과 교외 나들이를 다녀온 다음 날부터였습니다.
처음에 이 씨는 그냥 피곤한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밥도 잘 먹고, 씻기도 하고, 눈을 보면 알아보는 것 같으니까요. 그런데 대화가 이상했습니다. 억양이 달랐습니다. 평소 경기도 사투리 억양이 살짝 섞인 민준의 말투가 아니었습니다. 어눌하고, 느리고, 마치 처음 배운 한국어로 말하는 것처럼 더듬거리는 말투.
그리고 눈빛.
아들의 눈을 들여다봤을 때 이 씨는 직감했습니다. 저기 내 아들이 없다.
병원에서도 모르는 것
이 씨 부부는 민준을 정신건강의학과에 데려갔습니다.
의사는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MRI, 뇌파 검사, 혈액 검사. 결과는 모두 정상이었습니다. 담당 의사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의심해 상담을 병행하자고 했습니다.
한 달이 지났습니다. 나아지는 기미가 없었습니다.
민준은 밤마다 깨어났습니다. 새벽 2시에서 3시 사이. 이 씨가 일어나 보면 민준은 방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눈은 뜨여 있었지만 이 씨를 보지 않았습니다. 벽 어딘가를 보고 있었습니다. 아니, 벽 너머의 무언가를.
가끔 말을 했습니다. 민준의 목소리가 아닌, 노인의 목소리로.
돌려줘. 돌려놔야 해. 거기다 놔야 한다고.
이 씨는 아들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민준이는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병원, 세 번째 병원. 대학병원까지 갔습니다. 결론은 같았습니다. 신체적 이상 없음.
민준이 달라진 지 넉 달이 지났을 무렵, 이 씨의 오래된 친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병원이 안 되면... 다른 데를 가봐야 하지 않겠어?"
굿판의 제물
무속인 박 씨(가명)는 경기도 안에서도 소문난 신내림 무당이었습니다. 이 씨가 찾아갔을 때, 박 씨는 민준을 보자마자 눈을 가늘게 떴습니다.
"무거운 것이 붙었네요."
굿판은 사흘 뒤로 잡혔습니다. 이 씨의 집에서 가까운 야산 아래 마당이 넓은 집을 빌렸습니다. 그 집 뒤편으로는 농업용 저수지가 하나 있었습니다. 이 씨는 저수지의 존재를 나중에야 알게 됐습니다.
굿을 시작하기 전, 박 씨는 제물을 차렸습니다. 통돼지, 북어, 명태포, 과일, 떡. 하얀 보자기에 곱게 차려진 제물상이었습니다.
박 씨는 이 씨 가족에게 단호하게 당부했습니다.
"의식이 끝나기 전까지, 제물은 절대 건드리지 마세요. 특히 이 보자기 안쪽에 있는 것들. 이유는 묻지 마세요."
이 씨의 조카 형진(가명, 19세)이 함께 왔습니다. 심부름이라도 할까 해서 따라온 참이었습니다. 형진은 구석에 서서 제물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손을 뻗었습니다. 보자기 안에 든 것이 궁금했을 뿐이었습니다.
보자기를 건드린 지 3분 뒤.
형진이 갑자기 구역질을 했습니다. 그리고 코피가 터졌습니다.
무당이 뛰어들었다
굿은 첫 번째 거리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박 씨가 장구 장단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하자, 민준의 상태가 급격히 변했습니다. 조용히 앉아 있던 민준이 갑자기 고개를 들었습니다. 목이 뒤로 꺾였습니다. 양팔이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입이 열렸습니다.
나온 것은 민준의 목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사람의 목소리인지도 불분명했습니다. 굵고, 가늘고, 무수히 겹쳐진 목소리들. 마치 여러 사람이 동시에 말하는 것처럼.
"거기 묻어있어. 내가 거기 묻어있다고."
박 씨의 동작이 빨라졌습니다. 장구 소리가 높아졌습니다. 박 씨의 얼굴에 땀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박 씨가 멈췄습니다.
눈이 뒤집혔습니다. 그 자리에서 돌아서더니 마당 밖으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무악기를 연주하던 조수들이 소리쳤습니다.
"선생님!"
박 씨는 달렸습니다. 놀랍도록 빠르게. 야산 길을 따라. 저수지 방향으로.
이 씨의 남편과 조수 한 명이 뒤쫓았습니다. 저수지 둑길을 따라 뛰는 박 씨를 붙잡으려 했습니다. 조수가 먼저 팔을 잡았고, 이 씨의 남편도 달려들었습니다.
박 씨가 저수지 안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조수가 놓쳤습니다. 이 씨의 남편은 같이 물속으로 끌려들어갔습니다.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저수지에서 나온 것은 박 씨 혼자였습니다.
이 씨의 남편과 뒤따라 뛰어든 또 다른 조수 한 명은 끝내 나오지 못했습니다.
아들이 기억하는 것
두 사람이 익사한 그날 밤.
민준은 정신을 차렸습니다.
"엄마?"
민준의 목소리였습니다. 억양도, 눈빛도. 이 씨가 넉 달 만에 처음 듣는 아들의 목소리였습니다.
민준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친구들과 나들이를 다녀온 것까지는 기억하는데, 그 이후 넉 달이 완전한 공백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어디 있냐고 물었습니다.
이 씨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박 씨는 사고 이후 수개월간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회복한 뒤 이 씨에게 딱 한 통의 연락을 해왔습니다.
"아드님 나들이 갔던 곳, 저수지가 있는 곳이었죠? 거기... 뭔가 건드린 것 같아요. 건드리면 안 되는 것을."
이 씨는 나중에 아들의 친구들에게 물었습니다. 그날 나들이에서 어디 갔냐고.
친구들이 대답했습니다. 폐가 한 채를 구경했다고. 오래된 집이었는데, 마당 한쪽에 상 같은 것이 차려져 있었다고. 민준이 먼저 가서 그 위에 놓인 것들을 집어 들어봤다고.
보자기 안에 있던 무언가를.
이 이야기는 실제 구전 체험담과 괴담을 바탕으로 각색한 창작 공포 이야기입니다. 실제 사건·사고와의 유사성은 우연의 일치이며, 특정 인물이나 장소를 지목하지 않았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모든 등장인물은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