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티 마지막 밤, 장난으로 시작한 게임
컴퓨터공학과 3학년 이수민 씨(가명, 22세)는 학과 엠티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있었다. 자정이 넘은 시각, 선배 한 명이 술자리에서 "거울 게임"을 하자고 제안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촛불 하나를 켜고, 손거울 하나를 원 가운데 놓은 뒤, 참가자 중 한 명이 거울을 들여다보며 정해진 문장을 세 번 말하는 것이었다.
다들 장난삼아 웃으며 시작했다. 게임을 맡은 건 평소 장난기 많던 동기 정하윤(가명, 22세)이었다.
하윤은 거울을 들여다보며 문장을 세 번 반복했다.
목소리가 달라진 순간
세 번째 문장을 말한 직후, 하윤이 갑자기 말을 멈췄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촛불이 이유 없이 크게 흔들렸다.
"하윤아?" 수민 씨가 부르자, 하윤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목소리가 달랐다. 평소보다 한 톤 낮고, 느리게 끊어지는 말투였다.
"...춥다."
방 안은 전혀 춥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이 많아 후덥지근할 정도였다.
하윤은 계속 거울만 바라본 채 중얼거렸다. 아무도 알려준 적 없는 이름과, 아무도 모르는 옛날 일들을. 그중에는 수민 씨가 어릴 때 이사 가기 전 살던 동네 이름까지 있었다.
그 동네에 대해 하윤에게 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심지어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재개발로 사라진 동네였다.
수민 씨는 소름이 돋았다. 웃고 떠들던 방 안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아무도 웃지 않았다.
거울 속에 비친 것
누군가 정신을 차리라며 하윤의 어깨를 흔들었다. 하윤은 눈을 크게 뜬 채 거울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저기 있잖아. 계속 나를 보고 있어."
하윤이 가리킨 건 자기 손에 든 거울이었다. 다들 조심스럽게 거울을 들여다봤지만, 비치는 건 촛불과 놀란 사람들의 얼굴뿐이었다.
그 순간, 누군가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들어 그 장면을 찍었다.
하윤의 등 뒤로, 그림자가 두 개 겹쳐 있었다.
하나는 하윤의 그림자였다. 다른 하나는 방향이 반대였다. 촛불의 위치와 무관하게, 벽이 아니라 하윤 쪽을 향해 드리워져 있었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하윤
몇 분 뒤 하윤은 갑자기 정신을 잃듯 쓰러졌고, 깨어난 뒤에는 그날 밤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수민 씨는 그날 찍힌 사진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확대해서 봐도, 그 두 번째 그림자의 정체는 알 수 없다. 사진을 함부로 보여주거나 SNS에 올리지 않는 이유도 그래서다.
엠티에서 돌아온 뒤, 수민 씨는 우연히 알게 됐다. 자신이 어릴 때 살던 그 동네에서, 오래전 한 사람이 실종된 채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하윤이 중얼거리던 옛날 일들 중 하나가, 그 이야기와 묘하게 겹쳤다.
하윤은 지금도 가끔, 자기도 모르게 살아본 적 없는 동네 이름을 중얼거릴 때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방 안 온도가 아주 잠깐, 눈에 띄게 서늘해진다고.
이 이야기는 완전히 창작·각색된 콘텐츠입니다. 실제 존재하는 인물, 장소, 사건과는 무관하며,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