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 앱에 남은 목소리
한○○ 씨(가명, 29세)는 원룸에서 혼자 산다. 요즘 아침마다 목이 잠겨 있었고, 친구는 잠꼬대를 녹음해 보라고 했다. 그날 밤 한 씨는 휴대폰 녹음 앱을 켜서 침대 머리맡 탁자에 세워 두고 불을 껐다. 현관문은 잠금장치를 돌린 뒤 체인까지 걸었다. 습관처럼 두 번 확인했다.
아침에 재생 버튼을 눌렀다. 몇 시간 동안은 숨소리뿐이었다. 그리고 새벽 3시 7분, 이불이 끌리는 소리가 났다.
"……다 외웠다."
한 씨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쉰 듯 낮고, 느릿한 노인의 말투였다. 그런데 소리는 분명 휴대폰 바로 옆, 그녀가 베고 자던 베개 쪽에서 나고 있었다.
내 입으로 부르는 이름
목소리는 이어졌다. 어머니의 이름, 동생의 이름, 그리고 한 씨가 직장 동료에게도 알려 준 적 없는 어릴 적 별명까지 하나씩 불렀다. 마지막에는 낮게 웃었다.
"문은 이렇게 여는 거지. 이렇게. 이렇게."
녹음 속에서 딸깍, 딸깍, 하고 잠금장치가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이어서 체인이 쇠 홈을 타고 스르륵 풀리는 소리. 맨발이 장판을 밟는 소리. 그리고 한참 뒤, 같은 맨발 소리가 돌아왔다. 체인이 다시 홈에 걸리고, 잠금장치가 딸깍 돌아갔다. 이불이 다시 끌렸다.
한 씨는 확인하러 현관으로 달려갔다. 문은 잠겨 있었다. 체인도 걸려 있었다. 다만 침대에서 현관까지, 장판 위에 희뿌연 맨발 자국이 한 줄로 나 있었다. 나간 자국 위로, 돌아온 자국이 겹쳐 있었다. 발 크기는 한 씨의 것과 똑같았다. 이불을 걷어 보니, 그녀의 발바닥이 새카맸다.
카메라 속에서 웃는 얼굴
다음 날 밤, 한 씨는 삼각대에 휴대폰을 올려 침대를 향해 영상으로 찍었다. 일부러 켜 둔 모니터 불빛이 겨우 방을 푸르스름하게 비췄다. 눈을 감기 전까지 한 씨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설명할 수 있는 일이다. 몽유병일 거다.
아침의 영상은 새벽 3시 7분에 이르렀다.
화면 속 한 씨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눈은 크게 뜬 채였다. 고개가 렌즈 쪽으로 돌아왔다. 입꼬리가 귀 가까이 올라가며 웃었다. 그리고 한 씨의 입에서 그 노인의 목소리가 나왔다.
"잘 봐 둬. 네가 자는 동안 내가 어떻게 하는지."
그 얼굴은 몇 초 동안 렌즈를 들여다보다, 침대에서 내려와 삼각대 앞으로 다가왔다. 화면 가득 웃는 입이 차올랐고, 녹화는 거기서 끊겼다.
아직도 지우지 못한 파일
한 씨는 그 뒤로 불면증이 생겼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낮에도 이어진다. 가끔 말이 입에서 먼저 나온다. 자신이 하려던 말이 아닌, 낮고 느릿한 말투로.
그제 밤에는 녹음 앱에 새 파일이 하나 더 생겨 있었다. 한 씨는 그 밤 녹음을 켜지 않았다. 파일 길이는 단 4초. 재생하면 이렇게 들린다.
"이제 네 목소리도 내 거야."
한 씨는 그 파일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지우려는 순간, 자신의 손이 먼저 멈추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창작된 공포 콘텐츠입니다.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는 모두 가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