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 문자가 울린 밤
올해 34세인 최○○ 씨(가명)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명절 때마다 내려가 손을 꼭 쥐어주던 할머니가 있었지만, 바쁜 직장 생활에 자주 찾아가지 못한 게 늘 마음에 걸렸습니다.
2026년 5월 어느 밤, 자정이 다 된 시각. 최 씨의 휴대폰이 진동했습니다.
어머니였습니다.
"○○아, 할머니가... 오늘 저녁에 가셨어."
최 씨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뵌 것이 작년 추석이었는데. 웃으면서 손을 잡아주시던 할머니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습니다. 오래 통화를 하고 싶었지만, 어머니도 목이 메어 말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최 씨는 불을 켜 둔 채 침대에 누웠습니다. 눈물이 베개를 적셨습니다. 새벽 두 시가 지나서야 간신히 눈이 감겼습니다.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얼마나 잤을까. 최 씨는 눈을 떴습니다.
방은 어두웠습니다. 분명 불을 켜 둔 채 잠들었는데, 어느 순간 꺼져 있었습니다. 시계를 보려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달랐습니다.
몸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건 최 씨의 의지가 아니었습니다.
최 씨는 자신의 몸이 천천히 일어나 앉는 것을 '보고' 있었습니다. 마치 자신이 자기 몸 바깥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팔이 이불을 걷어내고, 발이 바닥에 닿았습니다. 그리고 몸이 걷기 시작했습니다.
부엌 방향이었습니다.
최 씨는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눈물이 흘렀지만 손으로 닦지 못했습니다.
그 목소리
부엌 앞에서 몸이 멈췄습니다.
최 씨의 손이 식탁 서랍을 열었습니다. 그 안에는 최 씨가 넣어둔 줄도 몰랐던 낡은 사진 한 장이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젊었을 때 찍은 흑백 사진이었습니다.
그 순간, 귓가에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아, 밥은 먹고 다니냐."
할머니의 목소리였습니다. 분명히 할머니의 목소리인데, 어딘가 울림이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마치 멀고 어두운 통 안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최 씨는 그 순간 통제권을 되찾았습니다. 온몸에 힘이 빠지며 부엌 바닥에 주저앉았습니다. 손에는 그 흑백 사진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새벽 3시 17분이었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다음 날 장례식장에서 어머니를 만난 최 씨는 그 사진을 꺼내 보였습니다. 어머니는 그것을 보자마자 얼굴이 굳었습니다.
"이거... 어디서 났어? 이 사진은 할머니 옛날 집에서 잃어버렸다던 거야. 이사 오면서 없어진 줄 알았는데."
최 씨의 집에 그 사진이 있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 서랍은 최 씨가 이사 온 날부터 거의 열어본 적이 없는 곳이었습니다.
최 씨는 지금도 그날 밤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다만 한 가지만은 압니다.
그 목소리가 두려웠냐고요?
아니요.
그 목소리는 따뜻했습니다. 그리고 그래서 더 무서웠습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