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이 잦았던 마케팅팀
서울 강남의 한 스타트업에서 마케팅 대리로 일하던 박서연 씨(가명, 29세)는 그해 여름, 신제품 런칭을 앞두고 매일 야근을 이어가고 있었다.
팀원들은 그녀를 성실하고 밝은 사람으로 기억한다. 회식 자리에서 늘 분위기를 띄우던 사람이었고, 야근이 길어져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이상 징후는 사소했다. 그녀는 어느 날부터 목 뒤와 어깨가 아프다고 호소하기 시작했다. 병원에서는 단순 근육통이라 했지만, 통증은 며칠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았다.
그리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새벽마다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고 동료들에게 털어놓았다.
"내 이름을 부르는데... 내 이름이 아니야."
그녀는 웃으며 말했지만, 그 웃음이 어딘가 어색했다고 같은 팀 김하늘 씨(가명, 31세)는 기억한다.
회식 자리에서 벌어진 일
런칭 전날 밤, 팀 전체가 회식을 가졌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 2차로 옮긴 좁은 술집에서 박 씨는 갑자기 말을 멈췄다.
젓가락을 쥔 손이 테이블 위에서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동료들은 처음엔 술에 취한 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가 고개를 들었을 때, 표정이 달랐다.
평소의 웃는 얼굴이 아니었다. 눈매가 가늘어지고, 입꼬리가 아래로 처져 있었다. 마치 다른 사람이 그 얼굴을 빌려 쓴 것 같았다.
"서연아?"
대답 대신, 낮고 걸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왜 자꾸 불러... 시끄럽게."
여자 목소리였지만, 박 씨의 것이 아니었다. 나이 든 여자의, 사투리 섞인 억양이었다.
동료 세 명이 동시에 그 소리를 들었다. 그중 한 명은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낯선 손버릇
그날 밤 박 씨는 평소 쓰지 않던 손으로 술잔을 들었다. 오른손잡이였던 그녀가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하고, 왼손으로 라이터를 켰다.
담배를 피우지 않던 사람이 담배를 찾았다.
"한 대 줘봐."
목소리는 계속 낯선 억양을 유지했다. 팀장이 그녀의 이름을 다시 불렀을 때, 박 씨는 고개를 돌려 팀장을 오래도록 응시했다.
그 눈빛에는 아는 사람을 보는 눈빛이 없었다.
십여 분이 지난 뒤, 박 씨는 갑자기 고개를 떨구었다. 잠시 후 눈을 뜬 그녀는 평소의 목소리로 물었다.
"어... 나 왜 이렇게 앉아있지? 몇 시야?"
그녀는 그 십여 분의 기억이 전혀 없었다. 담배를 피운 사실도, 왼손을 썼던 것도, 낯선 목소리로 말했던 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동료들이 찍은 영상을 보여주자, 박 씨는 화면 속 자신의 얼굴을 보고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두 가지 설명, 어느 것도 아닌 대답
이 일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후 두 달 동안 비슷한 증상이 세 차례 더 일어났다. 매번 밤늦게, 매번 다른 목소리로.
친구의 소개로 찾아간 신경정신과에서는 뇌파 검사와 각종 검사를 진행했지만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의사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해리 증상일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같은 시기, 박 씨의 어머니는 지인의 소개로 한 무속인을 찾아갔다. 그 무속인은 사진 한 장 보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몸주가 들어오려고 하는데, 애가 계속 거부하고 있어. 신병이야."
흥미롭게도, 박 씨가 상담을 받은 최면 전문가는 전혀 다른 언어로 같은 현상을 설명했다. 극도로 높아진 피암시성 상태에서 나타나는 변성의식, 즉 트랜스 상태와 유사한 신경학적 반응이라는 것이었다. 굿에서 나타나는 접신 상태와 최면 유도 상태가 뇌파상 매우 유사하다는 연구도 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하나의 지점에서 만났다. 원인은 모른다는 것. 다만 그것이 몸 밖에서 온 것인지, 몸 안에서 비롯된 것인지에 대해서만 의견이 갈렸다.
아직도 남아있는 것
박 씨는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본가로 내려갔다. 반년 정도 지난 뒤 증상은 잦아들었다고 한다. 정확히 무엇이 원인이었는지는 지금도 밝혀지지 않았다.
그날 동료가 찍은 영상은 아직 남아있다고 한다. 김하늘 씨는 가끔 그 영상을 다시 본다고 했다.
"목소리도 목소리인데... 그 십여 분 동안, 서연이는 한 번도 눈을 깜빡이지 않았어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저는 아직도 그게 신병이었는지, 그냥 사람 마음이 만들어낸 건지 모르겠어요. 근데 확실한 건, 그날 이후로 그 친구를 완전히 예전처럼 보긴 어려워졌다는 거예요."
이 이야기는 제보된 체험담을 바탕으로 창작·각색된 콘텐츠입니다. 등장인물은 모두 가명이며, 특정 종교나 무속 신앙을 폄훼할 의도가 없습니다. 실제 정신적·신체적 증상이 의심되시면 반드시 전문 의료기관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