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안 가는 저수지
올해 41세인 박 씨(가명)는 15년 경력의 낚시 마니아입니다. 전국의 저수지란 저수지는 거의 다 돌아봤다고 자부하는 그에게, 낚시 동호회에서 한 가지 정보가 올라왔습니다.
충남 예산 인근의 한 저수지. 붕어가 엄청나게 잘 잡힌다는 곳이었습니다.
다만 댓글이 이상했습니다.
"거기는 밤 10시 전에 꼭 나오세요."
"혼자 가지 마세요."
"물소리가 들리면 절대 대답하지 마세요."
박 씨는 웃었습니다. 15년 동안 밤낚시를 하면서 귀신을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요.
밤 11시, 혼자 남다
3월 초순의 토요일 오후, 박 씨는 저수지에 도착했습니다. 제법 넓은 저수지였습니다. 주변에 민가는 하나도 없었고, 비포장도로를 20분이나 들어와야 했습니다.
이미 서너 명의 낚시꾼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박 씨는 인사를 건넸지만, 돌아온 건 무뚝뚝한 고개 끄덕임뿐이었습니다.
해가 지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밤 9시가 되자 한 명이 짐을 쌌습니다. 9시 반에 또 한 명. 10시가 되자 마지막 낚시꾼이 박 씨에게 다가왔습니다.
"형씨, 여기 처음이지?"
"네, 처음인데요."
그 남자는 잠시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멈추더니, 결국 한마디만 남겼습니다.
"물에서 소리가 나면 쳐다보지 마."
그리고 그도 떠났습니다. 밤 10시 15분. 박 씨만 남았습니다.
새벽 2시, 낚싯줄이 팽팽해지다
밤은 고요했습니다. 너무 고요했습니다. 개구리 소리도, 벌레 소리도 없었습니다. 3월이라 이른 봄이긴 했지만, 물가 특유의 생명체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건 이상했습니다.
박 씨는 텐트 의자에 앉아 찌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전자찌의 불빛만이 검은 수면 위에 점 하나를 찍고 있었습니다.
새벽 1시 50분. 갑자기 수면이 흔들렸습니다.
물결이 이는 건 아니었습니다. 수면 자체가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아래에서 올라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새벽 2시 정각.
낚싯줄이 팽팽해졌습니다.
박 씨는 반사적으로 낚싯대를 잡았습니다. 강한 손맛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4짜 붕어... 아니, 그 이상이었습니다.
릴을 감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물고기라면 좌우로 달아나야 하는데, 이것은 직선으로 끌려왔습니다. 저항 없이. 마치 스스로 올라오는 것처럼.
수면이 갈라졌습니다.
가장 먼저 올라온 것은 손이었습니다.
하얗고, 축축하고, 손가락이 비정상적으로 긴 손.
그 손이 낚싯줄을 쥐고 있었습니다.
이름을 부르는 소리
박 씨는 낚싯대를 놓쳤습니다. 의자에서 뒤로 넘어졌습니다.
수면 위의 손이 천천히 물 밑으로 사라졌습니다. 낚싯대도 함께 끌려 들어갔습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박 씨는 더듬거리며 일어나 짐을 챙기려 했습니다.
그때.
"...박... 진... 수..."
물 위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의 이름이었습니다.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동호회에서도 닉네임만 쓰는 그의 본명을.
물속에서 누군가가 부르고 있었습니다.
"...진... 수... 야..."
여자 목소리였습니다. 물에 잠긴 듯 울리는, 축축하고 차가운 목소리.
박 씨는 그 남자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물에서 소리가 나면 쳐다보지 마."
그는 물을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고개를 돌리고 짐을 두고 차를 향해 뛰었습니다.
차에 올라타고 시동을 걸었을 때, 백미러에 저수지가 비쳤습니다.
수면 위에 무언가가 서 있었습니다.
길고 검은 머리카락이 얼굴을 덮은 채, 물 위에 서 있는 하얀 형체. 허리까지 물에 잠겨 있는 것이 아니라, 수면 위에 발을 딛고 서 있었습니다.
박 씨는 백미러에서 눈을 떼고 액셀을 밟았습니다.
아직도 거기에 있다
다음 날, 박 씨는 두고 온 장비를 가지러 대낮에 저수지를 다시 찾았습니다.
텐트 의자는 그대로 있었습니다. 쿨러도, 미끼통도.
낚싯대만 없었습니다.
물속으로 끌려 들어간 그대로.
박 씨는 수면을 바라보았습니다. 맑고 잔잔한 낮의 저수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차로 돌아가는 길에, 박 씨는 뒤통수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차에 올라타기 직전, 그는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수면 한가운데에 동그란 파문이 하나 퍼지고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았는데.
나중에 동호회에서 알게 된 사실. 그 저수지에서 10년 전, 한 여성이 실종되었다고 합니다. 시신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 뒤로 그 저수지를 "부르는 못"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박 씨는 지금도 낚시를 합니다.
다만, 밤 10시 이후에는 절대 저수지에 남지 않습니다.
그리고 가끔, 잠이 들 무렵이면 들립니다.
축축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이 이야기는 실제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체험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했으며, 특정 장소를 지목하지 않았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은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