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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포 유형: 저주받은 물건
  • 주의사항: 이 이야기는 창작·각색된 콘텐츠이며 실제 인물, 장소, 사건과 무관합니다
저주받은 물건

매일 밤 침대를 향해 돌아앉는 흔들의자, 방석에는 온기가 남아 있었다

이웃 구제 가구점에서 들여온 낡은 흔들의자가 매일 밤 저 혼자 침대를 향해 돌아앉는다. 방석에 남는 정체 모를 온기, 그리고 어느 밤 눈을 뜨자 침대가 아닌 그 의자 위였다.

2026년 08월 29일 visibility 3,985 조회 NEW
매일 밤 침대를 향해 돌아앉는 흔들의자, 방석에는 온기가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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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에 들어온 흔들의자

서른셋,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이수진 씨(가명, 33세)는 자취 5년 차였다. 방을 조금씩 채우는 재미로 사는 사람이었고, 그날도 퇴근길에 들른 동네 구제 가구점에서 오래된 원목 흔들의자 하나를 발견했다.

팔걸이는 손때가 묻어 짙은 갈색으로 반들거렸고, 등받이 나무 살에는 세월만큼 자잘한 흠집이 나 있었다. 방석은 원래 무슨 색이었는지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바래 있었고, 가운데 부분만 유독 움푹 눌려 있었다.

"이거 예전 손님 물건인데, 오래 앉으신 흔적이죠. 튼튼해요, 나무가 좋아서."

가게 사장님은 가격을 반값으로 깎아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수진 씨는 낡은 물건 특유의 온기가 마음에 들어 그 자리에서 배달을 부탁했다.

아침마다 침대를 향해 돌아앉아 있었다

의자는 방 한쪽 창가, 침대와는 어긋난 방향으로 자리 잡았다. 수진 씨는 잠들기 전 습관대로 의자 등받이를 벽 쪽으로 돌려두고 불을 껐다.

다음 날 아침, 의자는 정면으로 침대를 마주 보고 있었다.

'내가 자다가 건드렸나.'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그날 밤도, 그다음 날 밤도 똑같았다. 자기 전 분명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았는데, 눈을 뜨면 의자는 늘 침대를 정면으로 향해 있었다. 마치 누군가 잠든 수진 씨를 지켜보기 좋은 각도를 찾아 매번 자리를 고쳐 앉는 것처럼.

삐걱- 삐걱-, 그리고 남아있는 온기

며칠 뒤부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삐걱- 삐걱-.

잠결에, 아주 희미하게. 규칙적인 흔들림. 수진 씨는 그때마다 잠에서 반쯤 깬 채로 귀를 기울였다. 소리는 몇 초쯤 이어지다 뚝 끊겼다.

처음엔 꿈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확인하러 갈 때마다 의자는 조금씩 다른 위치에서, 미세하게 흔들림의 여운을 남긴 채 멈춰 있었다.

방석 위에 손을 올려본 날, 수진 씨는 그대로 손을 뗐다.

따뜻했다. 사람이 방금 일어난 자리처럼.

방석 위에 깊어지는 자국

시간이 지날수록 방석 가운데의 눌린 자국이 눈에 띄게 짙어졌다. 처음엔 그냥 낡아서 그런가 싶었던 자국이, 이제는 등과 엉덩이, 심지어 두 팔이 팔걸이에 얹힌 흔적까지 사람의 형체로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수진 씨는 방석을 새로 갈아볼까 고민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손이 가지 않았다. 그 자국을 지우면 안 될 것 같은, 설명할 수 없는 꺼림칙함이 앞섰다.

밤에 느껴지는 온기도 점점 오래갔다. 처음엔 손을 대야만 미지근함이 느껴졌는데, 이제는 방문을 열자마자 방 안 공기 자체가 살짝 데워져 있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저 의자, 계속 흔들리던데"

한 달쯤 지났을 무렵, 친구 하나가 놀러 왔다. 수진 씨는 별생각 없이 방을 정리하고 있었고, 친구는 창가 의자를 흘긋거리다 무심코 물었다.

"야, 저 의자 아까부터 계속 흔들리는 것 같던데. 네가 앉았었어?"

수진 씨는 손을 멈췄다. 자신은 그 시간 내내 부엌에 있었다.

"안 앉았는데. 그냥 바람 때문에 그런가 보다."

창문은 닫혀 있었다. 친구는 별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수진 씨는 그날 처음으로 확신했다. 이건 자신의 착각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 눈에도 보이는 무언가가, 저 의자 위에 있었다.

가구점 주인이 들려준 이야기, 그리고 돌아오는 의자

며칠 뒤 수진 씨는 다시 그 구제 가구점을 찾아갔다. 조심스럽게 의자의 원래 주인을 물었다.

사장님은 잠시 말을 고르다가,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 의자, 원래 이 근처 사시던 할머니 거였어요. 자식들 다 출가시키고 혼자 사셨는데, 저녁마다 저 의자에 앉아서 창밖만 보셨대요. 누굴 기다리시는 것처럼. 몇 해를 그러시다가, 오래 편찮으시더니 조용히 돌아가셨어요. 물건 정리하면서 나온 거예요."

수진 씨는 그 말을 듣고도 의자를 계속 곁에 두었다. 다만 밤마다 조금씩 더 무서워졌다.

결국 어느 날, 수진 씨는 의자를 대형폐기물 스티커까지 붙여 복도에 내놓았다. 다음 날 아침, 복도엔 아무것도 없었다. 안도한 것도 잠시, 방문을 연 순간 의자는 원래 자리, 창가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등에 붙여둔 스티커만 바닥에 힘없이 떨어진 채로.

눈을 떴을 때, 나는 침대가 아니라 그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 뒤로 수진 씨는 의자를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그냥 없는 셈 치고 지내기로 했다.

그리고 며칠 전 새벽, 수진 씨는 눈을 떴다.

몸이 이상하게 뻣뻣했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 건 익숙한 천장이 아니라, 창밖의 어두운 밤하늘이었다.

수진 씨는 침대가 아니라, 그 흔들의자에 앉아 있었다.

언제, 어떻게 거기로 옮겨 앉았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의자는 아직,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삐걱-, 삐걱-.

그리고 엉덩이 아래, 방석에서 올라오는 온기가 느껴졌다.

그건 자신의 체온이 아니었다.

수진 씨는 지금도 그 방에 산다. 다만 밤마다 눈을 뜰 때면, 가장 먼저 확인한다. 자신이 지금 누워 있는 곳이 침대인지, 아니면 창가의 그 의자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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